[외경시론]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환대 혹은 후대라는 뜻의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는 웹스터(Webster) 사전에서 ‘a place of shelter and rest travelers’ 즉 여행자들에게 휴식을 주는 곳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 어원은 라틴어 호스피탈레(hospitale)로 순례자나 참배를 위한 여행자 숙소라는 의미인데 여기에는 숙소를 내주는 주인과 이를 이용하는 여행자 사이에 오가는 마음씨까지 포함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말은 후에 병원을 의미하는 호스피탈(hospital)이나 여행 숙소를 의미하는 호스텔(hostel)과 호텔(hotel) 등으로 파생됐고 더 나아가 산업사회에 이르러 사람들에게 편안한 안식을 줄 수 있는 모든 분야에 사용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외식산업도 물론 포함된다.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서비스(service)라는 말의 어원은 라틴어에서 노예 신세를 의미하는 서르비띠움(servitium)이나 종을 뜻하는 세르부스(servus)에서 유래한다. 즉 주종의 관계에서 충성을 다하거나 복속하는 강제적 의무를 수반하는 의미가 있는데 이것 역시 산업혁명을 계기로 등장한 산업사회에서 상업적인 이득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공하는 재화 일부분으로 인식되며 점차 자본주의 사회에서 핵심적인 경쟁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렇듯 두 단어는 그 어원에서 알 수 있듯 서로의 본질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재화를 제공하는 주체적 관점에서 구분할 수 있다. 서비스(service)가 하인의 관점에서 주인이 요구하는 것을 수동적으로 채워주는 입장이었다면 호스피탈리티는 호스트(host) 즉, 주인의 관점에서 내 집을 찾아준 손님을 배려해 주는 능동적인 입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 제공하는 재화의 주요 목적에서 그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
서비스가 주인(소비자)의 요구(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문제 해결이 목적이라면 호스피탈리티는 손님(소비자)에게 궁극적으로 편안한 안식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음식점에서 음식을 제공(판매)해 손님을 충족시켰다면 그것은 서비스적 본질에 충실한 것이고 휴식의 체험까지 제공했다면 그것은 호스피탈리티적 본질에 충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누군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제공하는 쉼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주인의 입장에서 손님을 배려하고자 베풀어 주는 쉼은 방법과 범위에 제한이 없다. 호스피탈리티를 생각할 때에는 우선 생명을 함께 연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 순례자들이 오랜 시간을 여행하면서 지치고 병든 몸을 의탁할 때가 되면 그 순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누울 자리와 음식이었는데 이것은 오늘날에도 사람들의 생존에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호스피탈리티는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기능인 ‘쉼’이 가장 중요한 본질인데 오늘날 모든 호스피탈리티 산업분야에서는 어떻게 쉼을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는커녕 오히려 서비스 이전 단계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
호스피탈리티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은 쉼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쉼을 경영하는 자세’를 크게 3가지 차원에서 ‘쉼 경영’의 기틀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쉼이란 숨을 쉬는 것처럼 생존에 필요한 자연적 본능이기 때문에 경영에 있어서도 본능처럼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두 번째로 쉼이란 회복을 위한 필수적 선택이므로 사소한 실패에 대해서도 반드시 회복시키며 경영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쉼이란 창조를 위한 준비 과정이므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연구하고 개발에 충실해야 한다. 호스피탈리티 기업의 경영은 결국 ‘생명’을 존중하는 ‘쉼’을 실천할 때 비로소 영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