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에서 만난 영화 ‘극한직업’ 실제 주인공
소송에서 만난 영화 ‘극한직업’ 실제 주인공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9.03.1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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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변호사 배선경

영화 극한직업의 관객 수가 1200만을 넘었다고 해 대세에 동참하고자 극장을 찾았다.
마약반 형사들이 마약밀매 조직 사무실 밖에서 24시간 잠복수사를 하다가 얼떨결에 범죄조직의 아지트 근처 치킨집을 운영하게 되고 마 형사의 미각과 손맛 덕택에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시작하기에 이른다. 수사는 뒷전이고, 형사들은 밤낮으로 밀려드는 손님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이 영화를 언급한 진짜 이유는 몇 개월 전, 프랜차이즈 분쟁 과정에서 만난 극한 직업 고 반장의 현실 캐릭터가 생각나서다. 해당 인물은 김진수(가명) 형사다. 당시 나는 치킨 브랜드 순위로는 중위권 정도에 해당하는 OO 치킨 가맹본부의 자문을 맡고 있었고, 김진수 형사는 부인 명의로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영화와는 반대로 낮에는 범인을 잡고, 밤에는 부인을 도와 닭을 팔았다.
문제는 김 형사가 불의를 보면 참지 않는 강직 하면서도 격렬한 성품을 가졌다는 점이다. 그는 가맹본부의 사소한 갑질이나 본인의 엄격한 기준에 비췄을 때 합리적이지 않은 운영 방식에 대해 자주 분노했고, 이러한 분노를 가맹점주들 대화방에서 격렬하게 풀었다.

가맹점주들 모임에는 언제나 본사에 대해 호의적인 가맹점주들이 있기 마련이고, 가맹본부 임직원에 대한 김 형사의 직설법과 은유법을 섞은 격렬한 비판은 바로 가맹본부 경영진에게도 알려졌다.

회사 자문 변호사인 나에게 김 형사를 명예훼손과 모욕 혹은 업무방해죄로 형사 고소해 달라는 요청이 떨어졌고, 법적 검토를 위해 김 형사가 해당 대화방에 몇 달 동안 올린, 입에 쫙쫙 달라붙는 걸쭉한 욕설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 법률적 견지에서 검토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다행히 그는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문장 표현력이 다채로워 그 검토하는 과정이 즐겁기까지 했다. 간혹 참지 못한 격한 웃음이 자주 세어나가 옆방 변호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노크하기도 했다.

경찰에서 대질 신문을 받기 위해 만난 김 형사는 매우 남자다웠다. 시원스럽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가맹점을 접을 거라고 했다.
이런 사소한 일로 형사 고소까지 하는 것은 전체 가맹점의 사기 진작에 해롭다는 대의명분을 들어 가맹본부를 설득했고, 결국 형사 고소를 취하한 데에는 김 형사의 시원시원한 성격도 한몫했다. 이 영화에서 치킨집은 줄거리의 전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은 한다. 언론에 뭇매를 맞아 한순간에 추락하는 대목에서는 현재 내가 맡은 몇몇 사건을 떠올리게 했고, 전국에 퍼져있는 가맹점에 대한 물류 공급망을 통해 마약을 공급한다는 아이디어는 절로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치킨집이 영화 극한직업의 사건 진행과 웃음 포인트에 매우 중요하게 등장하는 것을 보며 역시 치킨은 자영업자의 대표 업종이자 음식 한류의 최선봉에 서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도 대한민국의 치킨 맛에 흠뻑 빠졌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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