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아우의 연대 보증을 선 경우, 안 갚아도 될까?
형이 아우의 연대 보증을 선 경우, 안 갚아도 될까?
  • 배선경
  • 승인 2019.05.17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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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하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로부터 전화가 왔다. “변호사님, 저희 가맹점주님 중에서 보증을 잘못 서서 큰일을 당하신 분이 계신데 상담 좀 부탁드립니다.” 김희룡(가명)은 포항에서 치킨 가맹점을 하는 가맹점주인데, 가게 매출도 잘 나오고 나름 성공한 자영업자다.

그런데 동생이 항상 말썽이다. 친구와 동업으로 사업을 한다면서 열심히 한다 싶더니, 형에게 사업자금을 2천만 원 빌려간 것까지는 좋은데, 보증까지 서달라고 한다.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정신 차리고 열심히 살려는 게 기특해서, 떡하니 연대 보증인으로서 보증인 각서에 도장 찍어 주었다. 그런데 지난 주, 동생의 동업자로부터 내용증명이 날아 왔다. 동업을 하면서 수천만 원을 횡령해서 손해를 끼쳤으니 연대 보증인 형이 동생을 대신하여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형은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찾아갔으나 손해금 5500만원을 즉시 갚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한다고 하면서 전혀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한다. 멀리 포항에서 찾아온 김희룡 씨를 앞에 앉혀 놓고 물어 보았다.

김희룡은 아무런 대가 없이 호의로 보증을 서 주었기 때문에 ‘보증인보호에관한특별법’이 적용되며, 보증 계약서에 채권 최고액을 적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보증은 ‘무효’다.

다만, 만약 형이 대신 갚아주지 않는 경우 동생은 계속 숨어 살아야 하는데 동생과의 인연을 끊고 나 몰라라 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마음 약한 김희룡은 “반절만 깎아 주면 갚을 수 있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린다. 그래도 동생인데 못 본채 할 수 없는 것이다.

의논 끝에 채권자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보증인보호에관한특별법에 의해 갚을 필요가 없다는 강한 어조의 내용증명이다. 일단 이 내용증명을 받은 상대방을 아마도 변호사를 찾아가 이 내용이 맞는지를 물어볼 것이고, 법적으로는 강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상대방이 이렇게 반쯤 포기할 때쯤 김희룡이 전화를 걸어 도의상 절반 정도 금액을 갚겠다고 제안한다. 다만, 형이 합의된 금액을 갚으면 동생의 채무도 면제해 주는 것이 조건이다.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잘 맞아떨어져서 결국 상대방도 많이 할인된 금액으로 합의해 주었다.

금액을 손해 보더라고 지금 당장 받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김희룡과 상대방간의 합의서를 작성해 주면서 소송에서 이긴 것보다 더 큰 보람을 느꼈다.

만약 김희룡이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고 하면서 몰라라 한 경우, 나중에 동생이 횡령죄로 구속되면 지금 합의한 금액보다 더 큰 금액을 합의금으로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과거에 비슷한 사례가 몇 건 있었다.

법적으로는 갚을 필요가 없지만 혈육인 경우 형사 고소까지 당하면 모른척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 상담을 하게 됐을 때 동생을 저버릴 수 있을지 물어본 것이다.

변호사로서 일한 세월이 쌓이다 보면 모든 사람에게 한 가지 해결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해결 방안이 다르다는 점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런 점을 고려해 의뢰인의 장래 분쟁까지도 방지해 주는 것이 변호사로서의 책임이라는 것을 점점 더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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