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 급성장, 소비 개념을 바꾸고 있다
구독경제 급성장, 소비 개념을 바꾸고 있다
  • 신이준 객원기자
  • 승인 2019.06.2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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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필품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는 구독서비스
식품·외식업체, 일부 대기업, 스타트업에서만 도입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구독경제’가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동영상과 음원 서비스로 시작된 구독경제는 식재료와 생필품, 자동차, 미술 작품 등 전 산업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편의성과 폭넓은 선택권, 비용절감이라는 혜택을 줄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구독경제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식품외식업계도 최근 불고 있는 구독서비스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포에 사는 직장인 박성배(34세) 씨는 얼마전 차량 구독서비스를 신청했다. 차를 좋아하는그는 매월 원하는 브랜드의 차를 교체해 이용할 수 있게 됐다. 
#6개월 된 아기를 키우고 있는 육아맘 김동주(29세) 씨는 소셜 커머스를 통해 기저귀와 물티슈를 월 2회 배송받고 있다. 
#프리랜서 정필종(35세) 씨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케냐산 원두커피를 정기적으로 배송받는다. 
#직장인 최은미(32세) 씨는 일주일에 한번 5일치 샐러드를 배송받아 아침식사 대용으로 먹는다. 


안정적 수익모델 ‘구독경제’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란 소비자가 정기적으로 비용을 지급하고 원하는 상품을 배송 받거나 일정 기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뜻하는 새로운 경제모델이다.

구독경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장소와 시간에 제약받지 않는 ‘무제한형’, 원하는 날 배송을 받을 수 있는 ‘정기 배송형’,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 후 반납하는 ‘렌탈형’이다. 

월 구독료를 납부하면 무제한 또는 정해진 횟수만큼 상품 및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무제한형은 넷플릭스, 멜론 등 동영상 및 음원 스트리밍 업체가 대표적인 예다.

구독경제 활성화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넷플릭스는 최소 7.99달러를 내면 영화와 TV프로그램 같은 영상 콘텐츠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입자는 5700만 명으로 해외 이용자는 30% 이상이다. 

정기 배송형은 월 구독료를 받고 지정 주소로 정기배송을 해주는 서비스다. 신문이 대표적이다. 정기 배송의 대표 아이템 신문은 힘을 잃은 반면 최근 면도날, 칫솔, 영양제, 애견간식, 생수 등 생필품 정기 배송서비스가 크게 늘었다. 

렌탈형은 비교적 고가의 제품이 해당되는 구독모델로 자동차, 전자제품, 명품 가방 및 의류 등이 해당된다. 최근 기아자동차는 ‘플렉스 프리미엄’이라는 차량 구독서비스를 선보였다. 월 단위 요금 129만원을 납부하고 K9, 스팅어, 카니발 하이리무진을 매월 교체해 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품경제에서 구독경제로 변화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상대적으로 더 낮은 가격에 다양한 물건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과 정기적인 배송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구독경제는 매주, 매월, 매년 등 일정 주기로 수익이 발생하는 안정적인 수익 모델”이라고 말했다. 

식품외식업계, 구독서비스 도입 중 
최근 식품외식업계도 구독경제 도입에 나서고 있다.

동원홈푸드가 운영하는 온라인 반찬마켓 ‘더반찬’은 3월부터 정기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더반찬의 정기배송 서비스는 매일 다르게 구성된 식단 목록을 보고 소비자가 원하는 날짜의 상품을 일괄 선택해 주문하는 서비스다. 한 번에 최대 4주 분량까지 주문이 가능하며 배송은 당일 새벽에 받아볼 수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밀키트 브랜드 ‘잇츠온’은 전문가의 추천 식단과 고객 요청 식단으로 나눠 원하는 요일에 배송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당뇨·암 환자 식단을 제공하는 ‘닥터키친’은 특정 질환으로 식이요법을 해야 하는 사람을 위한 식사를 배송한다. 2016년 서비스 론칭 초반에 비해 주문량이 10배가량 늘어 현재 월 5만개 이상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매일유업 상하농원은 쌀과 달걀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쌀은 ‘단일품종 신동진쌀’로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주문 접수 후 바로 도정한다. 달걀은 ‘순백색 동물복지 유정란’을 키워드로 전국 5곳의 농장에서 동물복지 인증 달걀을 정기배송한다.

데일리샷은 월 9900원의 정기 구독료를 받고 회원을 모집 중이다. 회원들은 서울 강남, 신촌, 홍대, 이태원 등 핵심 상권 80여 곳의 펍이나 바에서 매일 한 잔의 술을 마실 수 있다. 술 종류는 수제 맥주, 칵테일 등 해당 매장이 지정하는 것으로 매일 변경된다. 지난해 9월 정식으로 시작한 이 서비스의 회원은 5000명을 넘어섰다. 매주 2~3곳의 술집이 회원사로 가입하고 있다. 

아침식사 배송서비스를 해주는 굿모닝오더는 체중관리 타입, 영양균형 타입, 저염식 등 개인맞춤 타입의 아침식사를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생수업체들도 구독서비스를 하고 있다. 국내 1위 생수업체인 제주삼다수의 광동제약은 지난해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정기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배송 희망 요일과 주기를 입력하면 주문한 일정대로 삼다수를 배송해준다. 2위 생수업체인 롯데칠성음료는 2013년 6월 직영 온라인몰을 오픈하면서부터 대표 브랜드 ‘아이시스’ 생수 정기배송을 운영하고 있다. 

위메프가 운영하는 W카페는 월 4만9900원의 구독료를 받고 한 달간 강남과 송파, 경기 판교까지 총 6개 지점에서 3시간마다 1잔씩 무료로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위메프 관계자는 “전체 방문객 중 약 20%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재구독률은 70%에 달한다”고 말했다.

구독경제, 2020년 594조원 성장 전망
구독경제 시장규모는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2000년 약 2150억 달러(약 245조원)였던 시장규모는 2015년 4200억 달러(약 470조원)까지 커졌다. 오는 2020년에는 5300억 달러(약 59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독경제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티엔 추오 주오라(결제 솔루션 소프트웨어 기업) CEO는 “전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되면 될수록 더 많은 소비자가 제품보다 서비스를 구입하는 행태를 보인다”며 “앞으로 산업 서비스를 구입하는 창구로 구독경제가 더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구독경제가 이토록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소비개념의 변화를 꼽고 있다. 20~30대 젊은 연령층이 소유보다는 공유하려는 현상이 구독경제를 부추기고 있다는 의견이다. 

미국의 유명미디어 블룸버그는 미국에서 청소년 시기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현 20~34세 연령층을 ‘경기 침체를 겪은 세대’라는 뜻의 ‘리세션 제너레이션’이라고 부른다.

리세션 제너레이션은 금융위기가 보유 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을 직접 목격한 이들로 부모 세대와 달리 차나 집 등 목돈이 들어가거나,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소유보다 시기에 맞게 필요한 것을 잘 찾아 쓰고, 즐기느냐가 더 중요한 의미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렌드 변화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도 구독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 과거 3년에서 5년에 걸쳐 나타나던 트렌드 변화가 불과 몇 개월 안에 진행되면서 고객의 소비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 유행의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제품 구입에 대한 후회도 증가했다. 

업계 전문가는 “공유경제와 구독경제를 통해 경제적 선택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소비의 개념이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독경제 인식 ‘걸음마’ 수준
구독경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맥킨지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독서비스이용자의 가입이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서(25%)’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시간 및 가격 측면에서 편리하고 합리적인 구매를 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 새로운 경험에서 오는 ‘재미’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구독경제를 통해 고객이 선호하는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맞춤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

이는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원인이 된다. 또한 구독경제를 통해 유입된 고객은 고착화(Lock-In) 효과를 보이며 충성고객화 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은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선순환구조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 식품외식업계의 구독경제에 대한 인식은 아직 걸음마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삼다수와 롯데칠성음료, 한국야쿠르트 등 대기업과 일부 스타트업 기업 외에는 구독경제 도입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입장이다. 

일본 외식업계의 경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정액제 커피전문점에 이어 라면, 선술집, 와인바 등 다양한 업종에서 구독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월별 또는 시간대별 정액 요금을 설정해 회원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구독서비스를 도입한 업체 측은 구독하는 고객이 늘수록 안정적으로 가게를 운영할 수 있고 판매량 예측이 가능해 재고관리가 쉬워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구독경제는 매우 유리한 모델인 것은 분명하다”며 “해외에서 구독경제에 대한 실효성이 입증된 만큼 국내 식품외식업계도 고객이 만족할 만한 적절한 구독료 책정을 통해 구독서비스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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