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주류 리베이트 전면 금지… 거래질서 확립은커녕 자영업자만 죽어나
[창간 특집]주류 리베이트 전면 금지… 거래질서 확립은커녕 자영업자만 죽어나
  • 박선정 기자
  • 승인 2019.06.28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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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금품 및 주류 제공 금지, 제조원가·구입가격 이하 판매 금지
동일시점·동일가격 판매, 금품 주고 받을 시 쌍벌제 적용

주류 거래 시 장려금과 수수료, 대여금, 할인, 외상 등 일체의 금품 및 용역을 주고받는 이른바 ‘리베이트’ 전면 금지의 불똥이 외식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에게 튀었다. 불법 장려금을 없애 투명한 주류 유통 구조를 만들겠다는 법 개정 취지와는 달리 대기업 주류제조업체만 배불리는 정책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외식업계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장려금이 사라진다면 그 비용부담은 결국 영세한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에게 전가돼 자영업 몰락과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장려금·대출 금지… ‘쌍벌제’ 도입 
‘버닝썬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 주류 제조 및 유통업체를 넘어 외식업계에까지 파장을 미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5월 30일 ‘주류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개정안을 발표하고 7월 1일부터 전격 시행에 돌입했다.

그동안 주류제조사와 유통업체(도매업자), 외식업체(자영업자) 사이에는 주류를 거래하면서 매출지원이나 할인, 1+1, 판촉물 및 기기·기물 등의 ‘장려금’과 주류대출이라는 ‘대여금’을 관행적으로 주고 받아왔다. 자영업자들은 이를 이용해 소자본으로 창업을 하고 운영비용을 절감하면서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관행이 전면 금지돼 판촉 및 할인행사는 물론 소비자들에게 서비스조차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 대기업 주류제조사 측은 ‘비용 절감을 통해 품질 좋은 술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며 반색하고 있지만 실제 주류 가격이 인하될지는 미지수다. ‘누구를 위한 개정안이냐’는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이번 개정안은 주류 거래와 관련한 금품 및 주류 제공 금지, 제조원가 또는 구입가격 이하 판매 금지, 동일시점·동일가격 판매, 금품을 주고받은 자에 대한 쌍벌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불법 장려금을 없애 투명한 주류 유통구조를 확립하겠다’는 취지다. 

주요 개정 내용으로는 먼저 금품 등 제공금지 규정의 명확화를 들 수 있다. 주류 거래와 관련한 장려금·수수료·대여금, 에누리·할인·외상 매출금 경감 등 그 형식 또는 명칭이나 명목여하에 불구하고 금품이나 주류 및 용역 제공을 금지함으로써 해석의 모호성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단 정상적인 영업활동과 소상공인 지원 및 신규사업자 진입장벽 완화 등 현실을 반영해 예외적·제한적으로 금품제공을 허용한다. 제조사와 수입업자가 RFID(무선인식전자태그)를 적용하는 위스키가 대표적인 예다. 

비정상적인 가격변경을 통한 변칙적인 금품 제공을 예방하기 위해 제조원가 또는 구입가격 이하 판매가 금지된다. 제조·수입업자는 도소매업자에게 동일시점·동일가격으로 주류를 판매해야 한다. 단 수입금액 50억 원 미만인 수입업자는 대형매장을 제외한 소매업자에게 판매 시 예외기준을 적용받는다. 

이와 함께 금품을 제공한 자뿐 아니라 받은 자도 처벌받는 쌍벌제 시행, 제조자의 제조장이 주세법에 따라 처분 받은 경우 해당 제조장의 출고량을 감량하는 출고량 감량처분 등이 신설됐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주류 관련 장려금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입장이다. 특히 충분한 준비 및 계도기간 없이 개정안 예고 1개월 만에 밀어붙이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주장이다. 급기야 한국소상공인연합회 소속 한국유흥음식점 중앙회는 지난달 19일 부산지방국세청 앞에 모여 생존권 투쟁을 위한 시위를 벌였다. 중앙회는 이를 시작으로 전국 지방국세청 항의방문과 집회를 가진 뒤 마지막으로 국세청 본청이 위치한 세종시에 집결해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현실 모르는 규제일변… ‘주류업계의 단통법’   
정부가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를 개정하려는 목적은 주류업계의 유통질서를 바로잡고 주류가격을 인하해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업계 전체의 의견수렴이 아닌 대기업 제조사와 유통업체 등 일부 업계의 주장과 이익만을 반영한 행정이라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5월 30일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6월 20일까지 의견수렴절차를 거쳐 7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이하 프랜차이즈협회) 및 한국주류수입협회 등 다수의 관련 기관이 국세청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프랜차이즈협회를 포함한 업계 관계자 다수는 이번 개정안을 ‘주류업계의 단통법’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주류제조사와 주류판매면허자 간 판매장려금을 금지시키고 도매공급가격을 동일하게 한 내용은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의 판매보조금을 금지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이하 단통법)’과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이다.

프랜차이즈협회는 “주류 판매장려금 금지는 주점의 ‘1+1 할인’이나 편의점의 ‘4캔 1만 원’ 등 판매 프로모션을 불가능하게 해 사실상 주류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통법 이후 휴대폰 가격이 내려가기는커녕 200만 원짜리 아이폰이 나왔다”며 “종전 소비자들에게 돌아갔던 혜택을 대기업 제조사들이 고스란히 챙겨가고 있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 주점 프랜차이즈 본사 대표는 “버닝썬 사건에서 촉발된 대형 유흥업체의 탈세와 비자금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 시작된 것이 엉뚱한 곳으로 번져가고 있다”며 “주류업계 전체를 뭉뚱그린 몰아가기식 해석으로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안 시행 전 다양한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오비와 하이트 등 대형 제조업체와 일부 도매업체, 국세청이 한 차례 모여 의견을 조율한 후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영세 유통업자와 수많은 주점 자영업자, 소비자는 깡그리 무시한 잘못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는 “정부의 지나친 개입 탓에 가난한 일반 음식점들만 죽어나게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규제일변의 정책이 결국은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들의 목을 죄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동일시점·동일가격 판매는 ‘시장경제 역행’  

동일시점·동일가격 판매 조항 또한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수요가 많을수록 공급가가 내려가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데 100박스 구입할 때와 1박스 구입할 때의 가격이 동일하다면 규모의 경제라는 의미가 무색해진다. 아무리 사용량이 많아도 단가를 낮추기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당연히 구매 경쟁력의 의미도 사라지게 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도 들끓고 있다. 개정안 행정예고 5일 만에 청와대 국민청원 정치개혁 카테고리에 올라온 게시물에 청원동의를 한 참여자는 6월 20일 기준 4300명을 넘어섰다. 

청원인 facebook-***은 ‘7월 1일 고시될 주세법개정안은 자영업자를 또 한번 죽인다’는 제목의 게시물을 통해 “주류 거래질서를 문란케 하는 이유를 장려금과 리베이트에 끼워 맞추는 형태가 되다 보니 정작 자영업자와 소비자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본주의 테두리 안에서 시장경쟁의 약육강식은 마땅한 일임에도 이에 역행하며 사회주의로 가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올라온 청원 또한 중소상인과 일반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원인 naver-***씨는 “문제는 대형 유흥주점과 대형 제조 및 유통사에서 생긴 것인데 피해는 일반 중소상인과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상황”이라며 “탁상공론이 되지 않도록 잘못된 것은 확실히 잡고 좋은 것은 독려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개정안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는 의견을 남겼다. 

주류대출도 금지… 가맹계약 해지 요청 속출 
‘대여금’ 즉 주류대출 전면 금지를 앞두고 주점 프랜차이즈 본사에는 예비 가맹점주들의 가맹계약 해지 요청이 속출하고 있다. 개정안 시행 열흘 전인 6월 20일 현재 주점 프랜차이즈 본사에는 ‘주류대출이 불가하다면 가맹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당장 목돈을 마련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한 가맹본사 관계자는 “안 그래도 경기가 안 좋아 신규 개설도 어려운데 완료된 계약도 해지해야 할 판”이라며 “본사는 물론 예비점주 입장에서도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프랜차이즈 협회 산하 관련 업체 대표들이 TF팀을 구성해 국세청과 청와대 등에 협조공문을 보내며 요청하고는 있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여러 제재를 비롯해 갑질 문제까지 프랜차이즈 업계가 두들겨 맞고 있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주점 프랜차이즈가 ‘로열티 제로, 무이자 대출’을 내세울 수 있었던 배경은 바로 주류대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사라진다면 무이자 대출 혜택도 불가할 뿐 아니라 창업자금이 부족한 예비창업자를 설득할 명분도 함께 없어진다. 한 관계자는 “전체의 90% 정도가 주류대출을 끼고 창업하는 상황”이라며 “주류대출을 대체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대출상품 정도가 대안이 되겠지만 금리가 높아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스몰비어 프랜차이즈 본사의 한 관계자는 “주류대출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자기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메리트를 내세워 가맹점을 확장해왔다”며 “주류대출이 사라지는 동시에 소자본 창업모델도 함께 사라져 창업시장의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추정하는 주류대출 비용은 현재 수백억 원대에 이른다. 정확한 대출금 규모는 정부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이를 전면 금지할 경우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프랜차이즈협회는 지난달 20일 내놓은 의견서를 통해 “주류대여금은 주점뿐 아니라 치킨, 고기 등 주류판매가 허용되는 거의 모든 외식시장 골목상권의 오랜 창업 자금줄로 자칫 외식시장의 시스템 붕괴까지 우려된다”며 “제조사와 도매상으로부터 지원받았던 냉동고와 냉장고, 파라솔 등 각종 물품지원 등이 금지돼 외식 자영업자들의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주류대출금 및 물품지원을 대신할 정부의 대대적인 소규모 창업자금 확대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받을 수 있을 때  받아두자’ 막바지 승차도 
6월 20일 현재 포털사이트의 주점 관련 커뮤니티에는 ‘7월부터 주류대출이 전면 금지되니 받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받아두자’, ‘대출기간이 남아 있다면 빨리 추가대출 신청할 것’, ‘7월 전까지 최대한 (주류를) 많이 받아 쌓아 놓는 게 좋다’ 등 주세법 개정안을 앞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물론 주류대출의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주류대출의 대부분은 창업을 하기도 전에 이뤄진다. 상환능력이 검증되지도 않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종합주류업체 한 관계자는 “제조사에서 직접 대출을 해주지 못해 도매상을 통해 하다 보니 결국은 도매상만 덤터기를 쓰게 된 것”이라며 “대출이 없어지면 우리에겐 좋지만 프랜차이즈 본사는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의 자금도 갖추지 않은 이들이 빚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사라져야 할 관행이지만 지금처럼 갑작스럽게 정책이 시행되면 적지 않은 부작용이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영업자에게도 주류대출은 양날의 칼이다. 이자가 없는 장점 대신 상환기간이 20개월 정도로 짧아 기간 내 상환하지 못해 파산하는 자영업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이자를 내세우지만 결국에는 주류 가격을 올려 이자비용을 전가한다는 지적도 많다. 주류 사용량이 많은 프랜차이즈의 경우는 예외지만 개인업소의 경우 대출비용에 따라 주류 공급가가 변동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달 주류대출을 추가로 신청했던 자영업자 K씨는 “처음 오픈할 때는 3000만 원을 받았는데 지금은 2000만 원 정도밖에 안 나온다고 하더라”며 “하지만 주류값은 3000만 원 대출받았을 때와 동일하게 인상된다는 말에 결국은 추가 대출신청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반면 프랜차이즈 업계 입장은 다르다.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인보증 내지는 담보를 설정하고 진행하기 때문에 리스크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일부의 사례를 마치 모두가 그런 것처럼 비약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장려금 사라지면 가맹점 로열티 높아질 수도 
장려금 금지가 주점 프랜차이즈의 로열티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려금을 받는 대신 가맹점으로부터 로열티를 받지 않거나 적게 받았던 일부 본사들은 로열티를 올려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금까지는 도매상으로부터 지원받은 장려금이 있었기에 가맹점으로부터 로열티를 받지 않아도 본사 운영이 가능했지만 장려금이 사라진다면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익원을 물류에서 로열티로 바꾸라고는 하지만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 구조 특성상 아직까지는 가맹점으로부터 로열티를 정당하게 받을 수 없는 구조”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달라지니 그럴 때마다 본부는 점주들을 대상으로 설득하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모든 책임을 왜 매번 가맹본부가 떠안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 주점 프랜차이즈 본사 대표는 “우리 회사의 경우 주류가 물류다. 가맹점에 주류 외 본사 식자재 사용을 강요하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장려금이 있기 때문”이라며 “장려금이 사라지면 점주들에게 로열티를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결국 점주들만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라면 자영업자는 물론 문을 닫는 중소형 프랜차이즈 본사들도 생겨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장려금을 없애는 대신 주류가격을 내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주류 유통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도매업체를 거치지 않고 프랜차이즈 본사가 제조사로부터 직접 구입한다면 가맹점에 공급하는 주류 가격이 낮아질 것이고, 그 혜택은 결국 프랜차이즈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요구다.

비정상의 정상화 VS 영세 도매상 모두 무너질 것
외식업계와는 달리 주류도매업체는 규모별·업체별로 입장차가 크다. ‘건전한 시장질서가 확립될 것’이라는 기대와  ‘경쟁력 없는 소형 도매상은 모두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중소 도매업체를 주요 회원사로 하는 서울종합주류도매업협회 채기태 회장은 “제조 및 수입업자들은 대형 주류도매업체들에게만 판매 장려금을 지원하면서 중소 도매업체를 차별해왔고, 이로 인해 중소 도매업체들의 어려움이 컸다”며 “상생의 도를 저버린 제조․수입업자들과 소수의 대형 도매업체들의 반칙 영업이 사라지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정작 대형 도매업체에서는 소규모 영세 도매업체들의 수익성 악화와 도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수다. 장려금이 사라진다면 영업활동도 줄어들 것이고, 영업사원의 필요성도 적어진다. 실제 중소규모 수입주류업체 및 도매업체의 일부는 영업사원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방법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매출 1000억 원 규모의 종합주류유통업체 ㈜대정 김현석 전무는 “같은 가격이라면 서비스가 좋고 다양한 제품을 갖춘 곳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며 “프랜차이즈 본사나 외식업주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영업사원이 많아 관리가 잘 되는 도매업체를 선택할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외식업체가 소규모 도매업체를 선택해야 하는 명분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김 전무는 “약 15년 전 일본의 시장이 지금 우리나라와 흡사했다. 리베이트 금지법이 도입되면서 규모가 작은 도매업체가 줄줄이 부도가 났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주류도매업체간 M&A가 가능해 당시 M&A도 많이 일어났지만 우리나라는 M&A 조차 금지돼 있는 탓에 영세 업체들이 나가떨어질 경우 손을 쓸 방도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연매출 10억 원 미만의 한 주류도매업체 종사자는 “과당경쟁을 없애 거래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주류라는 업종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계처럼 일부가 받아 나눠먹고 없어지는 리베이트 형태라면 모를까, 주류업계의 경우 주류 메이커에서 나온 돈이 도매업자들을 거쳐 자영업자에게 흘러들어가는 구조라 흔히 말하는 리베이트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대기업 주류업체들만 수천 억 원의 이익을 보존하는 꼴이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의견 수렴․유예기간 둬 부작용 최소화  
관련 업계는 주류업계에서 수십 년간 이어온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무리인 만큼 충분한 유예기간을 둬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이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들을 유예기간도 없이 밀어붙인다면 법안 개정의 의도와는 달리 여기저기서 예상치 못했던 피해가 발행할 것이라는 우려다. 
과거 정부가 의료, 제약업계의 리베이트를 금지하면서 1년간의 유예기간을 줬던 것처럼 주류업계 역시 충분한 의견 청취와 정책시행으로 충격과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주류 고시개정은 채 한 달도 안 되는 입법예고기간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으로 외식업 경기가 얼어붙어 있는 가운데 이번 주세법 개정안은 외식업계에게 또 하나의 역풍과도 같다. 개정안의 일부 내용에 한해서만이라도 유예기간을 제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를 업계는 바라고 있다. 

 



INTERVIEW 김현석 ㈜대정 영업전무

김현석 전무는 “리베이트가 아닌 인센티브(장려금)”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주류업체에서 나온 돈이 특정 기업이나 인물에게 돌아가 사라지는 형태라면 불법 리베이트로 간주할 수 있겠지만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리베이트’는 장사를 잘 한 업체에 얹어주는 인센티브 개념이라는 것이다. 

김 전무는 “장려금이 사라진다면 제조사들이 그만큼 가격을 낮추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며 “벌써부터 기존 1+1로 공급하던 제품의 +1을 없애고 개당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수입업체들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 역시 결국에는 자영업자들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제조업체들이 장려금을 사용하지 않는 만큼 가격을 낮춘다면 소비자는 지금과 같거나 저렴한 가격에 술을 마실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도매상에서도 결국은 외식업소 공급가를 올리게 되고, 이는 판매가 상승으로 이어져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 목소리

“사장님, 이제 행사 안 해요?” 1+1 등 소비자 혜택 사라질 것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당장 이달부터 적게는 수십만 원, 많게는 수백만 원의 장려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A씨는 그동안 주류도매상으로부터 지원받는 주류를 고객 서비스용으로 제공해왔다. 

치킨을 주문하는 고객에게 생맥주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1+1 행사를 진행하면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탓에 지금은 해당 상권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치킨집으로 자리 잡았다. 

A씨는 “이론상으로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그만큼 사라지는 것”이라며 “매출 규모가 큰 곳들이야 자비용을 들여서라도 서비스를 이어가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들은 서비스를 줄이거나 없앨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장려금이 없어지더라도 주류 행사를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A씨는 “치킨집이라 하더라도 배달전문, 호프형 등 다양한 타입이 있는데 주류 판매량이 높은 호프형 치킨집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법안을 만들어야지 무조건 금지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며 부정적인 면도 분명 있겠지만 장려금으로 인한 선순환구조도 결코 간과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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