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공유주방’ 규제 샌드박스 통과, 대중화 날개 달까
[기획] ‘공유주방’ 규제 샌드박스 통과, 대중화 날개 달까
  • 이동은 기자
  • 승인 2019.07.30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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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쿡’ 시범사업 승인, 주방 공동 사용 가능·B2B 유통 허가
식품 안전성 위한 가이드라인 제시… 1일 1회 이상 위생점검

공유주방 ‘위쿡(WECOOK)’이 최근 민간 최초로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식품·외식 사업을 원하는 창업자들은 자신이 소유한 별도의 공간 없이도 음식을 만들고 유통까지 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경직된 법적규제로 어려움을 겪던 공유주방 사업이 이번 규제 완화로 대중화될 수 있을지 식품·외식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유주방 발목잡던 법적규제 완화
1개의 주방을 여러 사람이 동시에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2호 ‘공유주방’ 시범사업이 지난 11일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의 최종 심의를 통과했다.

승인된 시범사업은 국내 첫 공유주방인 심플프로젝트컴퍼니가 운영하는 위쿡(WECOOK)이다. 민간 최초 규제개혁 대상자로 선정된 위쿡은 향후 2년간 영업신고 규제특례를 적용받아 공유주방 사업을 운영하게 된다.

공유주방이란 식품 조리시설이 갖춰진 1개의 주방을 2명 이상의 사업자가 함께 사용해 엉업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리공간으로, 주방을 여럿이 함께 원하는 기간만큼 사용할 수 있어 초기 창업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은 높이는 개념이다.

지난 4월 29일 제1호 공유주방으로 고속도로 휴게소를 규제 샌드박스 대상으로 선정, 서울 만남의광장 휴게소와 안성휴게소(부산방면) 두 곳에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서울만남의광장휴게소(왼쪽)와 안성휴게소(부산방향) 공유주방 매장.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지난 4월 29일 제1호 공유주방으로 고속도로 휴게소를 규제 샌드박스 대상으로 선정, 서울 만남의광장 휴게소와 안성휴게소(부산방면) 두 곳에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서울만남의광장휴게소(왼쪽)와 안성휴게소(부산방향) 공유주방 매장.사진=국토교통부 제공

‘빌려주고 나눠쓰는’ 공유경제 원리가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면서 지난 2015년 처음으로 국내에 들어왔다.앞서 정부는 지난 4월 29일 제1호 공유주방으로 고속도로 휴게소를 규제 샌드박스 대상으로 선정, 서울 만남의광장 휴게소와 안성휴게소(부산방면) 두 곳에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휴게소 공유주방은 하나의 주방을 시간을 달리해 주간(8~20시)에는 휴게소 운영자, 야간(20~24시)에는 신규 창업자가 나눠 쓰는 방식이다.

그동안 공유주방은 현행 식품위생법상 식품을 제조·조리해 판매하려는 영업자는 영업소별 또는 주방 구획별로 하나의 사업자만 영업 신고를 할 수 있어 동일 주방을 다수 사업자가 공유하는 창업이 불가능했다. 따라서 공유주방 업체들은 1개의 주방을 칸막이로 분리하고 조리시설을 갖춰 개별주방 형태로 사용하는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또한 기존에는 공유주방에서 생산한 제품은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B2C 방식만 허용됐다.

이에 공유주방 기반 외식업 비즈니스 플랫폼인 위쿡은 ICT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 제도 개선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제 4차 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심의를 통과했다. 위쿡의 신청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한 규제완화 내용은 △1개의 주방 내 복수의 사업자 등록 허용, △공유주방 내 생산 식품에 대한 유통·판매 허가(B2B도 가능) 등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하나의 주방을 여러 명의 영업자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으며, 별도의 생산공간을 갖추지 않아도 개인 사업자가 공유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 슈퍼마켓이나 마트, 편의점, 온라인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유통하거나 식당이나 카페 등에 납품할 수 있다.

제2호 ‘공유주방’ 시범사업의 국내 첫 공유주방인 심플프로젝트컴퍼니 위쿡 사직지점 주방 모습.사진=위쿡 제공
제2호 ‘공유주방’ 시범사업의 국내 첫 공유주방인 심플프로젝트컴퍼니 위쿡 사직지점 주방 모습.사진=위쿡 제공

위생 가이드 통한 식품 안전성 확보에 최선
식약처는 이번 규제 완화와 함께 공유주방에서 만들어지는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위생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위쿡은 위생관리 책임자를 두고 1일 1회 이상 위생점검을 실시해야 하며, 주·야간 영업자 간 인수인계를 통해 위생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위생 가이드 라인의 구체적인 내용은 △작업장·조리장 온도관리, 방충·방서관리, 냉장·냉동시설 온도관리 등 시설관리, △칼·도마·작업대 영업자별 구분 사용 및 소용 후 세척·소독, 알레르기 유발 원재료 혼입 주의하는 교차오염 방지 등 위생관리, △공유주방 출입자 관리, △행정처분 등이다.

공유주방에서 생산된 제품 역시 유통기한, 원재료명, 알레르기 주의사항 등 식품표시를 의무화하고 모든 제품에 대한 자가품질검사를 실시하는 등 안전의무를 이행한 경우에 한해 유통·판매가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또 생산량은 평균 매출액 5억 원 이하, 판매지역은 서울로 제한했다.

이와 관련해 위쿡 김기웅 대표는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앞서 약 3~4개월 간 식약처와 치열한 논의를 했다. 최종 마련된 위생 가이드라인은 기존 식품제조업과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의 중간 정도에 해당되는 내용으로 부담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F&B 산업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산업인 만큼 결국 식품 안정성이 확보돼야만 공유주방 산업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데에 식약처와 위쿡 모두가 공감했다. 어려운 길이지만 제대로 시장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공유주방 가이드 라인은 공유주방 사업자의 위생점검 의무를 부과한 것이 핵심”이라며 “위생 문제에 철저하게 대응해야 공유주방 사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배달특화·형식품제조형 공유주방 활성화 주목 
이번 공유주방 규제특례 승인으로 신규 외식업 창업자들은 초기 창업비용 부담과 창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기대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실제 신규 창업자가 공유주방을 이용할 경우 공간 임대, 조리시설, 각종 부대비용 등 최소 5000만 원 이상의 초기 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공유주방 지점 하나당 최소 20개 이상의 사업자가 영업신고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위쿡이 시범사업 기간 동안 설립하기로 한 35개 지점이 정상 운영될 경우 최소 700명 이상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김기웅 대표는 “이번 샌드박스 시행을 통해 사업자는 불필요한 비용과 리스크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더 다양한 식품을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공유주방 시범사업이 공간부터 임대하던 음식 창업의 기존공식을 깨는 것인 만큼 새로운 F&B 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공유주방에서 생산된 식품의 B2B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푸드코트형뿐만 아니라 배달특화형, 식품제조형 공유주방 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위쿡은 오는 10월 서울 송파구에 식품제조형 공유주방을 추가 오픈한다. 김기웅 대표는 “송파지점은 사직지점보다 명확한 타깃 설정을 기반으로 푸드메이커들이 제품 카테고리에 특화된 공유주방을 활용해 식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타깃 맞춤형 식품제조 공유주방’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공유주방이 생산 지역 유통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물류회사들과 협업해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민간 공유주방 사업 운영 본격화 전망 
공유주방이 가장 큰 숙제였던 법적규제의 문턱을 넘으면서 민간 공유주방 사업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우버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이 설립해 화제가 된 공유주방 클라우드키친도 빠르게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클라우드키친을 운영하는 시티스토리지시스템스(CSS)는 지난 5월 서울 서초동에 배달 전문 음식점 30여 곳이 영업할 수 있는 규모의 공유주방 1호점을 오픈했다. 

이곳에는 세계적인 외식 브랜드 아웃백이 입점해 배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랜드가 운영하는 애슐리, 자연별곡, 피자몰 등도 입점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CSS는 지난달 국내 공유주방 스타트업 기업인 심플키친을 인수했다. 비공개로 진행돼 정확한 인수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80억 원 이상으로 전해졌다. CSS의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와 유명 브랜드 유치 등은 아직 초기시장인 국내 공유주방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배달 특화형 공유주방 스타트업 기업인 개러지키친은 지난 8월 초 하남에 1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개러지키친은 사업자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사용료 160만 원을 내면 업종과 브랜드에 맞게 각종 기구·집기 등 맞춤형 조리시설이 갖춰져 있는 배달 전문 매장을 제공한다.

개러지키친은 올해 10월까지 서울 내 8개 지점을 추가 오픈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배민키친, 먼슬리키친, 셰플리, 고스트키친, 오픈더테이블 등 다양한 민간 공유주방 업체들이 사업 확장에 가속도를 내고 있어 향후 공유주방 사업의 귀추가 주목된다.


미니 인터뷰|김기웅 위쿡(WECOOK) 대표

공유주방 통한 식품·외식 스타트업 다양성·혁신성 기대


 

김기웅 위쿡(WECOOK) 대표.
김기웅 위쿡(WECOOK) 대표.

▲민간 최초 규제개혁 대상자로 선정된 소감은
“우선 매우 기쁘다. 공간 중심이었던 우리나라 F&B 산업 생태계에서 이번 시범사업 선정은 반드시 자기 소유의 공간을 갖추지 않더라도 식품 사업을 시작하고 시장에서 검증할 수 있는 최초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과점 구조를 띠고 있는 국내 식품·외식시장에 창의적인 스타트업이 발을 내딛을 수 있는 문턱이 낮아졌다. 이는 우리나라 식품·외식시장의 다양성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산업 영역으로 평가받던 식품·외식시장에서 혁신적인 사업모델이 탄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위쿡의 단·장기적 계획과 목표는
“앞으로 F&B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장은 온라인 식품 유통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라스트마일 물류(최종 소비자에게 제품을 배송하는 마지막 단계)’의 발달로 점차 배달과 배송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고, 온라인 소매 시장 또한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바탕으로 위쿡은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하는 푸드메이커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식품 유통시장에서 함께 기회를 찾고자 한다. 이를 위해 올해는 식품제조·유통형 공유주방을 1개 더 오픈하고, 식당형, 그로서리(편의점)형, 딜리버리형 공유주방을 모두 17개 스폿에서 운영할 예정이다. 

나아가 위쿡은 단순 공간 임대가 아니라 F&B 시장을 공간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만드는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F&B 사업자들을 힘들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이 공간이라면 공간으로부터 자유롭게, 시간이라면 시간으로부터 자유롭게 해 새로운 F&B 생태계를 만들 계획이다.”

▲향후 정부의 공유주방 관련 정책과 규제가 어떻게 개선되고 발전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번 규제개혁은 공유주방 사업자보다 F&B 사업자들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사업자들이 공간 없이도 창의적이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볼 수 있도록 산업 환경을 조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정부 정책도 자영업자들을 무작정 보호하고 감싸는 것보다는 이들이 시장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나아가 하나의 기업으로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시장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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