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와 대형 유통업체와는 갈등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갈등 초기에 형성된 제조업체 중심의 갈등구조에서 최근의 유통업체 중심의 갈등구조로의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의 제조업체 중심의 갈등은 제조업체의 제품 공급 파워에 따라 제품의 가격구조 및 공급량 등이 결정됨으로써 유통업체는 소극적 가격정책을 펼쳐 왔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비자 니즈가 다양화되고 제조업체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통업체가 가격구조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유통업체의 구매파워가 급격히 신장되고 있다.
유통업계의 선도적 지위를 차지한 대형마트들은 업태 내 선도적 지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가격경쟁이다. 특히 최근 100호점을 탄생시킨 업계 선두인 이마트는 미국 월마트의 상시저가판매(Every Day Low Price)제를 표방한 ‘최저가격보상제’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업계간 가격전쟁을 선도하였다.
이러한 대형마트간의 가격할인 경쟁은 경기침체로 구매력이 감소한 소비자들의 가계부담을 줄여주고 물가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례로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96~99년까지 대형마트의 가격할인과 경쟁업체의 가격인하로 인해 소비자물가는 연평균 0.45%p, 총 1.79%p 하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대형마트가 내부적으로 경영혁신을 통해 운영비용을 낮춰서 가격할인경쟁을 하기보다는 가격인하의 상당부분을 제조업체에 전가시킨다는 비판과 함께 최저가격보상제는 대형유통업체와 식품제조업체와의 갈등을 초래하는 한 예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은 유통업체나 제조업체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제 앞으로의 시장 경쟁력은 거래에 있어서 신뢰를 보이며 보다 협력적인 동반자 관계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유통업체나 제조업체 모두 알아야 한다.
상시저가격(EDLP)의 원조인 미국 월마트의 저가격전략은 근본적으로 저비용의 실현을 통하여 이뤄지고 있음을 상기하고 유통업체는 효율적 경영을 통한 저비용체제를 구축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제조업체 또한 생산성 향상을 통해 비용을 하락시키고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안정적인 내수시장에 길들여져 있는 식품제조업체들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변화를 위한 노력에 그 어느 때보다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최저가격 보상제와 같은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갈등 원인이 될 수 있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힘겨루기는 유통업계 전반의 후퇴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경로 상에서 발생하는 힘의 원천은 강권력이 아닌 전문력, 합법력, 그리고 보상력과 준거력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통경로 상에서 규모에 의한 강권력을 통한 힘의 행사는 거래관계의 불신을 초래하고 잠재적인 갈등을 내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이지 않는 거래의 비용이 높아지고 미래 거래관계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등의 문제를 보이게 되고 결국 힘의 행사자인 대형유통업체나 제조업에게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유통채널상의 수직적 관계의 경제주체들은 거래의 신뢰성을 높여가는 보다 중장기적인 협력체제 구축을 통해 갈등이 아닌 상생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거래관계에 있어서 일방적 관계가 아닌 협력적이고 동반자적 관계의 구축은 거래에 있어서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여 줄 것이며 나아가 거래비용의 감소 등의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향후 보다 치열해질 경쟁적 시장 환경 속에서 유통경로의 거래주체들 간의 각자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과 함께 상생을 위한 노력은 윤리와 도덕이 강조되는 미래 사회에서 경쟁력으로 승화될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도 공급망사슬관리(SCM)와 같이 유통업체와 제조업체의 협력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노력하고 있는 것을 주목하고 다시 한번 협력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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