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삿포로 점유율 추락… 국산맥주 상황주시
아사히·삿포로 점유율 추락… 국산맥주 상황주시
  • 박현군 기자
  • 승인 2019.08.0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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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주류시장의 일본 불매운동 여파
국내업체, “점유율 높일 기회… 다른 수입맥주로 갈 것”

 

“과거사 반성 없는 일본! 일본산 제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전국 중소형 마트들의 입구에 걸려있는 현수막 문구다. ㈔마트협회는 한·일 무역 전쟁이 발발한 다음날인 지난달 5일부터 이같은 현수막을 걸고 보유하고 있던 일본산 제품을 가판에서 모두 빼 버렸다.

당연히 아사히 등 일본산 맥주들도 자취를 감췄다. 특히 국내 수입주류의 대표주자로 인식됐던 아사히 맥주는 ‘친일매국’과 ‘애국’을 구분하는 잣대처럼 회자되면서 판매고가 뚝 떨어졌다.

food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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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맥주 부진… 국내업체들 프로모션 준비 안 해
관세청과 주류업계에 따르면 수입주류시장에서 아사히 맥주의 점유율은 지난해 7월 17.8%였으나 올해 6월 15%를 기록했다. 1년 동안 무려 2.8%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지난달 4일 아베의 도발로 그 위상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수입주류업계 관계자는 “이번 불매운동으로 인한 점유율의 변화는 3분기 실적이 나오는 9월 이후에나 알 수 있다”고 운을 뗀 뒤 “그러나 아사히 맥주의 경우 칭타오와 하이네켄에게 밀려서 시장 점유율 3위로 추락했으며 현재 분위기로 봤을 때 5위 권 밖으로까지 밀릴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아사히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이하 편의점협회, 회장 조윤성)에 따르면 지난달 첫째 주 기준 삿포로 맥주와 기린 맥주의 매출이 전월(2019년 6월) 대비 15% 정도 감소했으며 그 감소폭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국산 맥주가 반짝 반등했다. 편의점협회에 따르면 편의점에 진열된 주류 중 국산 맥주의 비중은 한·일 무역전쟁 전 25%에서 지난달 말 40%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났다.

그러나 국산 맥주업계는 차분한 분위기로 현재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국내 주류업계에 종사하는 A씨는 “마케팅 측면에서 이번 기회가 국산맥주에게 좋은 기회일 수 있다는데는 공감이 가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번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프로모션은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현재의 불매운동이 더욱 장기화 되더라도 아사히·삿포로를 먹던 사람들이 국산맥주로 넘어온다는 보장이 없으며 오히려 다른 수입주류를 찾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국내 주류업계 관계자 B씨도 “이번 불매운동 관련 마케팅 계획은 없으며, 기존에 기획돼 있던 지역축제 마케팅 등을 진행할 뿐”이라면서 “아사히·삿포로·기린을 찾던 사람들은 칭타오·하이네켄 등 다른 수입주류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맥주 약진은 편의점 작품
국내 주류업계의 이 같은 입장은 국내 주류시장의 점유율이 내부 경쟁이라기보다 편의점을 비롯한 유통채널의 마케팅 지원 때문이라는 인식에 기인한다.

국산주류업계 C씨는 “현재 아사히 등 수입맥주의 시장점유율은 편의점 등 유통채널의 공격적 마케팅 성과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편의점에서 진행돼 온 일본맥주 4캔 1만 원 행사는 일본 제조사가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며 “제조사 입장에서 특정 체널에만 편의를 줄 수 없기 때문에 그같은 행사는 유통채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주류업계들은 기존 일본 맥주가 편의점에서 진행했던 4캔 1만 원 행사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대중 롯데주류 과장은 “4캔 1만 원 행사를 하려면 가격을 낮추거나 행사에 사용되는 제품만 특혜를 줘야 하는데 지난 5년간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출고가를 동결해 온 우리로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국내업계의 입장은 일본을 선두로 수입맥주가 크게 성장한 이유가 품질에서 앞섰기 때문이라기 보다 편의점 등에서 행해온 국산맥주의 역차별 결과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와 관련 편의점협회는 “우리가 우리의 이익을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일본산 맥주를 밀고 국산제품을 역차별했다는 주장은 억측”이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다만, 수입산 맥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행사와 관련해서는 “각 사별로 어떠한 전략을 갖고 있으며 공급사와 어떻게 계약했는지는 개별 회사의 영업비밀이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롯데주류, 하이트진로, 무학, 골든블루 등 국내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1만 원 패키지 등 소비자들을 이끌었던 프로모션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오로지 편의점 등 유통사에서 알아서 결정하고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입맥주업계, “반사이익 국산맥주가 볼 것”
반면 수입맥주업계에서는 정반대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산 칭타오 맥주를 수입·판매하는 비어케이사의 홍보를 담당한 허은희 부장은 “이번 불매운동으로 인해 우리를 포함해 일본을 제외한 수입맥주의 매출이 증가되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서 “최근 우리가 아사히를 제치고 수입맥주의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지만, 이는 아사히 맥주의 판매가 현저히 부진했기 때문이지 칭타오의 매출이 올랐기 때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허 과장은 “이번 일본맥주의 점유율 추락은 아사히 등의 제품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한·일 갈등으로 인한 국민들의 애국심이 촉발됐기 때문”이라며 “애국심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결국 반사이익은 수입백주 보다는 하이트나 카스 등 국산 맥주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마트협회 관계자는 “우리 회원사들은 한·일 분쟁에서 일본이 사과를 할 때까지 일본 맥주를 비롯한 일본 제품을 팔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에 남아있는 재고에 대한 손실은 회원사들이 흔쾌히 감수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서울시 용산구에 거주하는 최요한(44세·남) 씨는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본 맥주를 진열대에서 빼버린 마트협회의 결단을 적극 지지한다”며 “나도 지난달 이후 일본 맥주를 먹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집에 있던 일본산 맥주, 담배, 과자, 화장품 등을 모두 버렸고 이번 휴가기간에 계획했던 일본여행도 취소했다”고 말했다.

맥주시장 판도 변화는 1년 후 판단해야
지금까지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주류 시장의 점유율에 실질적인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주류업계는 이를 기회로 삼기보다는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업체들이나 중국·유럽 등지의 수입맥주 업체들은 일본 맥주가 차지했던 시장을 공략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와 관련 주류업계와 유통채널 관계자들은 불매운동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고 한일 관계가 다시 회복되면 일본 맥주의 소비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을 피력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입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상당히 길어지고 있다. 나도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한일관계 대립이 1년 이상 혹은 수년을 넘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그는 “아사히 등 일본산 수입맥주는 보통 캔맥주 형태로 판매되는데, 캔맥주의 유통기한은 최소 1년이 넘는다”며 “아사히 맥주를 수입하는 롯데 아사히나 편의점 등 유통채널에서 갖고 있는 재고들은 한일관계가 풀리고 불매운동이 끝나면 모두 판매될 것이고 기존 고객들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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