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불매운동 확산으로 국산 수제맥주 관심 급증
日 불매운동 확산으로 국산 수제맥주 관심 급증
  • 이동은 기자
  • 승인 2019.08.2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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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고급화 전략으로 인기몰이
맥주 종량제 도입으로 새로운 전환점

얼마 전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2차 경제보복을 강행함에 따라 국내 일본 불매운동의 열기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본지 지난 호에서 다뤘듯 불매운동이 확산되자 수입주류의 대표주자였던 일본산 맥주를 비롯한 일본 주류는 판매율 급락과 함께 각종 마트, 편의점, 외식업소 등에서 퇴출이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것이 국산 주류, 그중에서도 최근 몇 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다. 불매운동 여파로 인한 반사이익은 물론 내년부터 시행될 맥주 종량제 등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수제맥주 시장을 들여다봤다.

신선함·다양성으로 소비자 니즈 충족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최근 5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14년 200억 원에서 2015년 220억 원, 2016년 311억 원, 2017년 430억 원, 2018년 630억 원으로 5년간 3배 이상 성장했다.

수제맥주를 생산하는 전국의 양조장 역시 2014년 54곳에서 현재 120여 곳까지 늘어났으며 생활맥주, 브롱스, 어메이징브루잉 등 수제맥주 프랜차이즈들도 계속해서 가맹점을 늘려가는 추세다.

수제맥주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소확행’, ‘가심비’ 등의 문화가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한 잔을 마셔도 맛있는 맥주를 마시려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신선함은 물론 독특한 맛과 향이 특징인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주 52시간 근무제’, ‘워라밸’ 등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젊은층이 증가함에 따라 술을 많이 마시지 않고 가볍게 즐기려는 술 문화의 확산도 수제맥주의 인기를 견인했다. 

박진만 한국수제맥주협회 과장은 “국내 수제맥주만의 강점은 신선함과 다양성이다. 해외 수입맥주들의 경우 대부분 생산된 이후 국내로 수입되기까지 몇 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데 비해 국내 수제맥주는 생산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선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으며, 국내 양조장에서는 지역에서 나는 과일이나 특산물 등 다양한 재료와 제조방법으로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킨다. 이러한 수제맥주의 특징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 국내 수제맥주 시장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브랜드 생활맥주 매장.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브랜드 생활맥주 매장.

日불매운동 반사이익, 국산 수제맥주 관심 증가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시작된 이후 일본산 수입맥주가 강세였던 맥주시장에서 국산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불매운동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최근에는 단순히 일본산 제품 불매를 넘어 국산 브랜드를 이용하자생활맥주는 지난 7월 한 달간 수제맥주 판매 매출이 전달 대비 7% 상승했다.

생활맥주 이준식 매니저는 “생활맥주는 지난 2014년 창립 시기부터 지금까지 국산 맥주만을 취급해오고 있다. 판매 중인 맥주의 이름도 강남페일에일, 부산밀맥, 안동트로피컬 등 지역명에서 따온 것들이 많다. 이런 점들이 알려지면서 일본 불매운동 이후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박진만 과장은 “장기간 지속된 경기불황으로 수제맥주 업체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시기에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인해 국내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업체들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계기가 돼 기쁘다.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분들이 기존의 대기업 맥주나 수입맥주들과 차별화된 수제맥주를 즐겨보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국산 수제맥주 특·장점 살린 마케팅 주력 
일본 불매운동에 따른 반사이익 증가로 국산 수제맥주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국내 수제맥주 업계는 이번 상황을 기회로 삼아 전체 맥주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수제맥주 프랜차이즈들은 국산 수제맥주만의 특·장점을 살린 다양한 홍보마케팅을 계획하거나 확대하고 있다. 

생활맥주는 ‘마시자! 지역맥주’라는 이름의 지역 상생 프로젝트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양조장과 지역 맥주를 소개하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으로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총 7회에 걸쳐 성료했으며, 총 15곳의 브루어리가 참가해 약 60여 종의 맥주를 선보여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준식 생활맥주 매니저는 “생활맥주는 전국 각 지역의 양조장과 협업해 지역 특색이 담겨있는 맥주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며 “품질 좋은 맥주를 생산하고도 유통 채널이 없어 고민하는 양조장들과 상생하고, 소비자들에게는 다양한 수제맥주를 선보임으로써 수제맥주의 대중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 유일하게 자체 양조장을 보유하고 있는 브롱스는 신선한 최고급 수제맥주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집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생맥주 배달을 테스트하고 있다. 또한 대중적인 취향을 가진 고객은 물론 맥주 덕후들의 입맛까지 모두 사로잡을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인을 추가 생산해 공급할 계획이다.

황복동 브롱스 대표는 “이번 불매운동의 최대 타깃이 된 아이템은 일본산 캔맥주였기 때문에 생맥주 배달이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며 “브롱스의 철학이라 할 수 있는 ‘최고급 수제맥주의 대중화’에 비춰 아직까지는 고가라고 할 수 있는 국내 수제 캔맥주 브랜드들과의 경쟁에서 맛, 품질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제맥주 전문 프랜차이즈 브롱스 시청 시그니처점.
수제맥주 전문 프랜차이즈 브롱스 시청 시그니처점.

맥주 종량제 시행… 수제맥주 전환기 맞을까
수제맥주 시장이 2014년 주세법 개정 이후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수제맥주가 대중화·보편화 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수제맥주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의 특성상 대량생산하는 대기업 맥주나 수입맥주들에 비해 가격적인 경쟁력을 갖기 어려워 취급하는 매장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내년부터 리터당 주세가 부가되는 맥주 종량제가 시행되면 수제맥주 시장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제맥주협회 박진만 과장은 “아직 종량세 도입이 되지 않아 소매점에서 보다 다양하고 신선한 국내 수제맥주를 판매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많이 아쉽다”며 “종량세 도입은 국내 수제맥주가 소비자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소비자 주변의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다양한 국내 수제맥주를 만나볼 수 있어 소비자들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경 대표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이제 걸음마를 뗀 단계라고 볼 수 있다”며 “그동안은 세금 제도나 유통구조의 문제 때문에 마트나 편의점에 쉽게 진출하지 못해 일상생활에서 수제맥주를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년부터 종량세가 시행되면 시장의 전망도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종량제 도입으로 인한 과열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황복동 대표는 “맥주 종량세 전환으로 세금부담이 줄어 발생한 수익으로 더 좋은 재료와 다양한 레시피로 만들어진 수제 캔맥주가 대기업의 맥주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형평성 있는 주세를 도입하는 것은 좋은 취지라고 생각하나 오히려 수제맥주 업계는 기존 대기업 맥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다양한 맥주들과의 경쟁에서 생존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수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수제맥주 시장이 이번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와 종량제 시행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미니인터뷰 | 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 협회장

“정책 지원·규제 개선으로 수제맥주 시장 발전시킬 것”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국세청에서 인가받은 사단법인으로서 2003년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로 설립해 운영하다 2017년 한국수제맥주협회로 명칭 변경 후 보다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국내 수제맥주 제조사들의 모임이다. 현재 40개의 회원사가 가입돼 있으며 각종 대관업무, 주류 관련 법령 지원, 수제맥주 관련 행사나 축제 홍보 등 국내 수제맥주 시장 활성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수제맥주 시장의 발전을 위한 협회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협회에서는 그동안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을 도모하고자 주류 관련 법령들을 개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정부기관을 통한 규제 개선 사항 건의로 다양한 규제들이 개선됐으며 최근 수제맥주 업체들의 숙원사업이었던 종량세 도입이라는 성과도 이뤄냈다.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가치를 가진 수제맥주 업체들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발굴하고 남아있는 규제들을 개선해 이들 업체들이 경쟁력을 높이고 맛있는 맥주를 마음 놓고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협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종량세 도입 이후 수제맥주 시장의 전망은.
“종량세 도입은 국내 맥주시장에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종량세 도입 이후 국내 맥주시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될 예정이다. 고가의 수입맥주들이 저렴해져 국내 수제맥주들과 경쟁하게 될 것이고, 더욱 다양한 국내 수제맥주들이 출시돼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소비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종량세 도입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훨씬 다양하고 품질 좋은 맥주들을 맛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다. 수제맥주 업체들은 신선함과 다양함이라는 장점을 살려 경쟁력을 확보하고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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