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쇼(show)’ 전성시대
지금은 ‘쇼(show)’ 전성시대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9.09.2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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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최근 경기도 일대를 지나다 우연히 들린 음식점이 있다. 국수 전문점으로 알고 들어갔는데 막상 자리에 앉고 보니 국밥과 부침개 같은 토속 음식들도 함께 파는 집이었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국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국밥 한 그릇과 부침개를 주문해 먹어 봤다. 마치 집에서 끓인 듯 맑은 국물에서는 얕지만 진한 맛이, 푸짐한 고기 건더기에서는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오랜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불현듯 부모님 생각이 나서 포장 판매하는 것을 사 들고 부모님 댁을 찾은 것도 그날이었다. 

두어 달이 지나 명절 연휴를 맞이했다. 명절을 이틀 앞두고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리던 중 명절 때 집에 오면서 전에 사 왔던 그 국밥을 사오라는 당부가 있었다. 그러겠다는 말씀은 드렸지만 정작 명절을 하루 앞두고 교통 체증이 심할 것이라 염려돼 서울 시내에서 그와 비슷한 국밥집을 찾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이곳저곳을 찾던 중 가장 평가가 좋고 온갖 방송 매체에서 극찬했다는 집으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요리연구가로 유명한 방송인이 집에서 끓인 것과 같은 맛으로 ‘국밥의 표준’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마침 부모님 댁과도 거리가 멀지 않아 가는 길에 들르기도 딱 안성맞춤이었다.

차량용 내비게이션과 휴대전화의 지도 검색까지 동원해 골목 어딘가에 숨어있는 듯 자리 잡은 그 음식점을 찾았다. 다행히 명절 전날임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던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손님이 두어 명 정도 식사를 하고 있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일단은 반가운 마음에 그 유명하다는 국밥과 요리 한 가지를 주문했는데 이윽고 나온 음식들을 맛보고선 이내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물론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얘기하는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정도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아마도 평소에는 그 요리연구가가 표현한 맛이었을지도 모른다. 명절 전날이라서 찾아오는 손님들 헛걸음하지 마시라고 점심 영업만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먹어 본 맛은 전날 팔고 남은 음식을 다시 데워낸 맛 그대로였다. 집에서 국을 끓여 며칠을 먹으면 국물이 졸아 짭짤해지는 그런 맛이었다.

평소에도 같은 맛이라면 이건 큰일이다. 그렇지 않고 내 생각처럼 명절 전날이라서 그랬던 것이라면 아예 영업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각종 매체를 통해 유명해졌다면 그에 따르는 막중한 책임을 다해야만 한다.

만일 일부 방송 등에서 과장해 연출한 것이라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그 책임이 고스란히 영업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과거 방송 매체가 많지 않던 시절에는 TV나 라디오와 같은 매체를 통해 얻는 정보의 신뢰도가 매우 높았다. 그러나 이제는 1인 방송도 가능해졌고 수도 없이 다양한 매체와 더불어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간의 소통이 범람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그 내용의 진위를 떠나서 더욱 자극적인 이야기가 주목받는 세상이 됐다. 이런 시대적 변화의 흐름과 속도를 일반 소비자들은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신세대들에게는 흥미로운 콘텐츠들이 등장하고 여유로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지만, 나머지 세대들에게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런 시대적 변화는 어느 한순간에 찾아온 것도 아니고 어느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변했고 또 언젠가는 변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방송과 소통 매체들이 저마다의 생존 목적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쇼(show)를 펼치고 있는 요즘, 진실 없는 과장된 뉴스는 결국 외면당하고 마는 것처럼 품질 없는 사업은 결국은 소비자가 등을 돌리는 날을 맞이하게 된다. 아무리 포장과 쇼를 펼치는 세상이 난무한다고 해도 당당한 ‘품질’을 꾸준히 개선하는 것이 살길이라는 진리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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