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불매운동 외식업계로 확산, 매출 동반 추락
日 불매운동 외식업계로 확산, 매출 동반 추락
  • 박선정 기자 sjpark@박현군 기자
  • 승인 2019.09.24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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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메뉴명 한국어로 바꾸고… 일본색 없애기 안간힘
‘한국 자본’·‘한국 기업’ 홍보물 게시… 마케팅 방향 수정

일본정부의 對 한국 수출규제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외식업계에도 심각한 파장을 미치고 있다.

이자카야에는 고객 발길이 끊기고 일본 음식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본사에는 가맹문의가 뚝 끊겼다. 일본 관련 외식업계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일본산 주류인 사케나 식자재를 수입하는 업체들도 매출이 급감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직원에게 무급휴가 신청을 받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일본색 지우기 나선 외식업체들 
불매운동의 여파가 커지자 부랴부랴 일본색 지우기에 나선 곳들도 있다. 일본풍 인테리어 소품, 일본어 등 ‘일본풍’을 마케팅 도구로 인기를 누렸던 곳들은 메뉴판의 일본어를 삭제하거나 일본어로 된 메뉴명을 한국어로 바꾸는 등 일본색을 없애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다.

메뉴명의 ‘데리야끼’를 간장구이로, ‘나베’를 국이나 탕으로, ‘오뎅’을 어묵으로 바꾸는 식이다. 
간판갈이에 나선 외식업체도 있다.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일본의 ‘규카츠(일본풍 소고기 커틀렛)’ 브랜드 교토가츠규는 지난달 일부 점포의 간판을 ‘서울牛까스’로 바꿔 달고 메뉴명인 규카츠는 ‘소고기 너비튀김’으로 변경했다. 교토가츠규는 일본에 본사를 둔 일본 브랜드다.

이곳 본사 관계자는 간판갈이 이유에 대해 “변경 전후의 메뉴와 분위기가 비슷해 불매운동으로 인한 브랜드명 변경으로 오해를 받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매출이 부진했던 일부 교토가츠규 매장을 폐점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브랜드를 넣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교토가츠규 브랜드가 론칭 3년째에 접어들면서 경쟁력이 저하, 변경을 준비해오던 것이 불매운동과 시기가 맞은 것뿐”이라며 “서울牛까스의 점포 확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해진 것이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고급 소고기 구이전문점 도쿄등심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새로운 브랜드 이름 모집에 나섰다. 이 브랜드는 오픈테이블이라는 업체가 운영하는 우리나라 기업이다.

도쿄등심 관계자는 “론칭 초기의 퓨전일식 콘셉트를 넘어 프랑스와 이탈리아, 동남아 등 다양한 글로벌 메뉴를 추가해 새로워진 콘셉트를 감안했다”며 “한우를 메인으로 다양한 퓨전요리를 선보이는 글로벌 다이닝 브랜드로서 새롭게 포지셔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화점 식품관 풍경도 달라졌다. 
‘일본에서 온’ ‘일본 본고장의 맛’ 등을 키워드로 했던 일본 브랜드와 일본 디저트 업체들은 부랴부랴 ‘한국 자본으로 운영되는 한국 기업’과 같은 홍보물을 게시하며 마케팅 방향을 180도 수정했다.

한때 ‘교토에서 100년 가까이 변하지 않는 전통을 한국에서 그대로 재현’했다며 SNS에 일본어 가득한 게시물을 올렸던 식빵 전문점 교토마블은 불매운동 이후 백화점 매장에 ‘순수 국내 자본으로 만든 국내 벤처 브랜드’라는 POP를 게시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인테리어나 포장지 등에 사용한 일본 관련 표기를 가급적 삭제하도록 요청했다”며 “실제 일본 브랜드의 매출은 줄어들고 한국의 지역 명물 브랜드에 고객 발길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식 술집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 인테리어로 큰 인기를 얻었던 홍대 이자카야 ‘맛있는 교토’는 최근 폐업 후 공사를 하면서 외벽에 김일성․김정일 부자 사진과 인공기를 게양해 논란이 일었으나 의도된 노이즈 마케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맛있는 교토는 한때 인근 거리를 대표할 만큼 호황을 누렸으나 경기 위축으로 최근 계속해서 매출이 줄어들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김일성 부자사진과 인공기를 제거한 채 리뉴얼 공사를 계속하고 있는 상태다. 

사케․일본맥주 대신 한국 전통주 판매량 늘어
음식점에서의 사케와 일본맥주는 전통주와 국산맥주로 대체되고 있다. 이자카야에서는 일본식 청주나 소주 대신 한국산 전통주를 주문하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일품진로나 화요와 같은 증류식 소주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사케 시장은 회복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케를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주종 특히 한국 전통주가 빈자리를 채워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케 대신 막걸리와 청주를 주력 메뉴로 바꾸는 이자카야도 생겨났다. 이자카야 꼬지사께를 운영하는 에쓰와이프랜차이즈는 빠르면 이달 중 꼬지사께 전용 청주와 막걸리를 전 매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에쓰와이프랜차이즈 김성윤 대표는 “전통주 업체와 제휴를 맺고 꼬지사께 전용주를 개발 중”이라며 “일본 술에 비해 가격도 저렴한 만큼 소비자들도 더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술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케에 비해 단가가 낮은 특성상 주류 매출은 떨어지겠지만 우리술 판매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희석식 소주 부문에서는 ‘처음처럼은 롯데기업의 주류’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대신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진로이즈백의 판매량이 늘었다.

돼지고기 전문점 돈블랑 교대점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는 처음처럼과 참이슬을 모두 판매했지만 ‘요즘 같은 때 처음처럼을 왜 판매하냐’는 고객들이 많아 최근 판매를 중단했다”며 “외식업체 입장에서 다양한 고객 취향을 존중 하는 것이 맞지만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본풍 한국음식점 구하자’ 자성의 목소리도
불매운동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외식업계는 매출 저하가 아닌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바로 외식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일자리 감소다.

삿포로와 에비스 맥주를 수입․유통하는 엠즈베버리지는 일본 맥주 불매로 매출이 급감하자 지난달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았다. 외식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신규 가맹점 개설이 끊기고 기존 가맹점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고용 창출은커녕 기존 직원의 이탈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용자인 점주가 어려워지면 고용인인 알바와 직원들도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며 “결국은 본사와 점주, 알바 모두 피해를 입게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풍 음식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김영란 씨(44세·여)는 “불매운동이 외식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일본이 대한민국을 무시하고 잘못된 행동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당연하지만, 이제부터는 한국인의 식당에서 한국산 식재료로 만들어진 한국 음식인지 일본의 돈과 식재료가 들어간 곳인지 따져봐야겠다”고 말했다. 

임영태 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이번 불매운동을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도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그러나 일본음식, 일본자본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 한국음식점들이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거나 일본식으로 꾸며진 점포라는 이유로 불매의 타깃이 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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