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풍’이라는 이유만으로 불매운동 대상 올라
‘일본풍’이라는 이유만으로 불매운동 대상 올라
  • 박선정 기자
  • 승인 2019.09.24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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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풍 한국음식점은?
접근성 좋고 부담 없던 대중음식점, 불매운동 시작되자 기피대상
한국형 이자카야 술집창업 브랜드 꼬지사는 주점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월평균 5~6개의 신규 가맹점을 개설해왔지만 8월에는 단 한 개의 매장도 오픈하지 못했다.
한국형 이자카야 술집창업 브랜드 꼬지사는 주점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월평균 5~6개의 신규 가맹점을 개설해왔지만 8월에는 단 한 개의 매장도 오픈하지 못했다.

일본풍 한국음식점 중에서도 상황이 가장 심각한 것은 대중음식점이다. 가격이 저렴하고 접근성이 뛰어나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며 역풍을 맞고 있다. 

회전초밥 전문점 미카도스시는 불매운동 이후 8월 평균 매출이 평월 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업종 특성상 다른 계절에 비해 여름철 매출이 낮은 편이기는 하나 작년 여름에 5%포인트가 하락한 것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매출이 떨어졌다.

그동안 가성비 좋은 회전초밥집으로 입소문 나며 착실히 매장을 늘려온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미카도스시 고영호 대표는 “노노재팬에 일본 브랜드 갓덴스시의 대체 브랜드로 미카도스시가 소개돼 우리는 그나마 덜한 편이지만 이자카야 등 소규모 개인업소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주류 매출은 60%포인트나 줄었다. 8월초 전 매장에서 사케를 비롯한 아사히, 기린맥주 등 일본 주류 판매를 중단하면서 주류 매출액이 대폭 하락한 탓이다.

고영호 대표는 “거래처인 주류업체에서는 벌써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일본 주류의 유통 자체가 안 되면서 관련 업종인 주류유통업에 종사하는 직원들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는 달리 주방장 추천요리인 ‘오마카세’나 가이세키요리보다는 캐주얼하고 이자카야보다는 고급스러운 형태의 ‘갓포’ 키워드 등을 내세운 고급 음식점은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는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노출되지 않는 입지와 룸을 위주로 하는 폐쇄적인 공간 등을 특징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강남의 고급 일식집들은 불매운동으로 인한 영향이 거의 없는 데다 값비싼 고급 사케도 여전히 많이 팔린다고 들었다”며 “경기불황으로 소비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서민형 업종들만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불매운동속에서 강남의 일식풍 돈까스 음식점이 ‘NO 아베’ 현수막을 내걸고 장사를 하고 있다. 사진=정태권 기자 mana@
계속되는 불매운동속에서 강남의 일식풍 돈까스 음식점이 ‘NO 아베’ 현수막을 내걸고 장사를 하고 있다. 사진=정태권 기자 mana@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가맹문의 뚝 끊겨 
일본음식을 주력상품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본사에는 가맹문의가 뚝 끊겼다. 지난 5월 론칭하자마자 입소문을 타 홈페이지를 개설하기도 전에 가맹문의가 빗발치는 등 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한 야키니쿠 브랜드는 불매운동 시작과 함께 가맹사업을 포기했다.

이 업체 대표는 “음식 이름이 일본어로 돼 있는 것 자체가 거부감을 주는 것 같다. 가끔 걸려오는 전화는 ‘요즘 같은 때에 가맹점 계약해도 괜찮겠냐’며 반신반의하는 이들뿐”이라며 “가계약 건수들도 모두 취소됐다. 브랜드가 시장에 자리를 잡기도 전에 이런 일이 생기니 감당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2010년 가맹사업을 시작해 현재 24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꼬지사께는 주점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월평균 5~6개의 신규 가맹점을 개설해왔다.

하지만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에는 2개로 줄어든 데 이어 8월에는 단 한 개의 매장도 오픈하지 못했다.

김성윤 대표는 꼬지사께라는 브랜드명을 가맹사업 위축의 가장 큰 원인으로 추측했다. 그는 “꼬지사께라는 브랜드명은 ‘한국식 이자카야’를 콘셉트로 ‘내가 꼬치구이 살께’라는 뜻에 일본 술인 ‘사케’의 발음을 중첩해 만든 이름”이라며 “2010년을 전후로 이자카야 열풍이 불면서 일식 메뉴를 보강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론칭 당시 ‘이자카야 넘버원’을 내세웠던 것과는 달리 4년 전부터는 ‘한국형 선술집’을 키워드로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기존 가맹점에도 고객 발길이 끊기면서 본사 매출이 급감했다. 불매운동 후 동일 가맹점 기준으로 전년 대비 본사의 물류매출은 30%포인트 정도 줄었다. 비용으로 따지면 월 3억 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일본 합작법인 기업들은 몸 낮추기 
일본과 합작으로 설립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몸을 낮추고 있다. 대표적 일식 브랜드 기소야와 신기소, 엔타로 등을 운영하는 공영기업은 불매운동 기간 중 언론접촉과 마케팅 등을 피하며 한껏 몸을 낮추고 있다.

종로구 내에서 신기소를 운영하는 A 점주는 “계절이나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한 매출을 유지해왔는데 불매운동 이후 장사가 잘되지 않아 너무 힘들다”며 “이번 불매운동이 오래 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 점포는 불매운동 전인 6월까지는 점심과 저녁에 항상 손님이 가득 차는 집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와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 말 이후부터는 손님 보기가 힘들어졌다.

이 때문에 A 점주는 양도를 결심하고 점포를 내놓았지만 양수 희망자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은 A 점주의 친누나가 동생을 위해 점포를 인수했다. 

FC 업계, 대체 브랜드 론칭도 
꼬지사께를 운영하는 에쓰와이프랜차이즈는 업종전환을 요청하는 점주들이 생겨날 것에 대비해 본사 차원에서 대체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이다.

이자카야를 대체할 수 있는 한국식 대폿집으로 처음부터 ‘리스크가 없는 브랜드’를 염두에 둔 채 설계했다. 업종전환 시에는 본사가 가맹비용의 절반 정도를 부담해 가맹점주의 부담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업종전환이 힘든 개인업소들은 애국 마케팅에 힘을 싣고 있다. 업소명을 적은 간판 대신 ‘NO 아베’ 간판을 걸어놓거나 ‘한국 우동이 일본 우동을 이깁니다’라는 문구를 적은 현수막으로 메뉴의 경쟁력과 애국심을 강조하는 곳도 있다.

일본식 이자카야 바로 맞은 편에 자리한 한 전통주점은 태극기를 게양한 채 애국 마케팅에 호소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아디이어 짜내기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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