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문화적 가치 이해하고 세계로 전파해야”
“한식의 문화적 가치 이해하고 세계로 전파해야”
  • 이동은 기자
  • 승인 2019.10.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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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인문학 심포지엄 개최
첫날 강연을 진행한 발표자들과 ㈔한국음식문학연구원·한국민속학회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이경민 기자 lkm1205@
첫날 강연을 진행한 발표자들과 ㈔한국음식문학연구원·한국민속학회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이경민 기자 lkm1205@

한국전통문화전당이 주최하고 ㈔한국음식문학연구원과 한국민속학회가 주관한 ‘한식의 인문학 심포지엄’이 지난 16~17일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한식, 문화로 이해하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한식을 인문사회과학적 관점에서 연구하고 그 결과를 발표, 토론하기 위해 마련됐다. 발표자들은 다양한 주제의 한식문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한식 연구의 균형발전과 세계화를 도모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김선태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이 ‘한식의 인문학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김선태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이 ‘한식의 인문학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첫째 날 10월 16일

세션1. 새로운 관점에서 보는 한식문화史
첫 번째 강연은 정혜경 호서대학교 교수가 ‘조선시대 사회 계층별 음식문화의 특징과 구조’를 주제로 진행했다. 정혜경 교수는 조선시대 음식문화를 궁중음식(왕실음식), 반가음식(종가음식·사대부음식), 민중음식(서민음식), 중인음식 등 네 계층으로 나눠 분석했다. 

조선 궁중음식의 진면목은 잔칫상 차림에서 드러난다. 우리나라 잔치 음식의 특징 중 하나는 음식을 겹겹이 쌓아서 차린다는 점인데 왕족의 서열과 음식별로 그 높이가 달랐다. 이 같은 고배 상차림은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방식이다. 

양반가의 음식으로 불리는 반가음식은 지역의 문화 산물로서 다른 나라나 지역에서 쉽게 모방할 수 없는 향토음식과 종가음식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종가음식은 각 가문 음식의 특징을 기록한 조리서까지 보유하고 있어 한국의 전통 식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한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민중음식의 특징을 민요와 판소리계 소설에서 찾은 점이 새로웠다. 조선시대 민중들의 식생활 상태는 매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으며, 힘들게 하루 세 번의 끼니를 이어가야 했던 식생활상이 사실적으로 반영됐다. 앞서 언급한 세 계층을 아우르는 중인층은 가장 화려한 음식문화를 누렸다. 이들 중 특히 역관들은 무역을 통해 상당한 부를 충족해 양반을 능가하는 호사스러운 음식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혜경 교수는 “앞으로는 한식의 기본 원형 연구에 주목해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동안 발굴되지 않은 중인층 문화나 민중음식 분야의 콘텐츠를 발굴해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 문화산업 진출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박채린 세계김치연구소 문화융합사업단장은 ‘조지 포크가 경험한 19세기 조선의 음식문화’에 대해 발표했다. 박채린 단장은 조선 주재 공사관에 파견된 최초의 미국인 해군무관 조지 포크가 1884년 조선의 삼남지방(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을 여행하며 당시 지방 관아 수령들로부터 접대받은 음식상차림을 자세하게 기록해놓은 문서를 중점 분석했다.

포크 문서를 통해 새롭게 발견한 사실은 한식 상차림에서도 서양의 코스 요리처럼 본식(本食)에 앞서 제공되는 전식(前食)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단품요리가 아닌 정식 코스 상차림으로 전식이 제공됐다는 점은 현대 한정식 상차림에서도 볼 수 없는 획기적인 발견으로 전통 한식문화를 복원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박채린 단장은 “과거 상차림의 복기와 같은 작업은 그 자체로도 연구사적으로 유의미하나 전통한식문화 콘텐츠를 통한 산업적 부가가치를 제고하는 데 매우 유용한 작업이 될 수 있다”며 “전통 상차림에서의 전식문화 확인과 같은 연구 성과를 외식, 관광, 식품가공 등 각 산업 분야에 활용한다면 긍정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션2. 한식, 세계와 통(通)하다
영국 푸드컬럼니스트 멜리나 스파이에럴은 ‘유럽 및 서구 음식 문화권에서 한식문화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주제로 서양 식단에서 한식의 입지와 한식이 정착할 수 있었던 요인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한식이 유럽인들의 식단에 일종의 해독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서구의 더부룩한 식단과 달리 맑고 향 좋은 칼칼한 국과 다양한 채소와 면을 곁들인 건강 식단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어느 요리에나 잘 어울려 타국의 요리에 쉽게 가미할 수 있으면서도 한식 고유의 맛과 결을 지켜 오히려 새로움을 더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미국의 자유기고가 네드 포니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일상 속 한식, 한식문화’를 주제로 미국인의 눈으로 본 한식의 매력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삼겹살, 비빔밥, 김밥, 된장찌개, 갈비, 파전 등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 10가지를 소개하며 건강과 환경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한국의 식재료가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네드 포니는 “한식은 채소와 해산물이 위주일 뿐만 아니라 건강에 좋은 발효음식과 찌거나 구운 요리가 많다”며 “한식은 상황과 날씨에 따라 음식을 고를 수 있을 만큼 다양해 서양인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모두의 입맛을 공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현재 미국의 뉴욕, LA, 아틀란타, 휴스터 등 크고 작은 도시를 따라 한인타운이 형성돼 있고, 이곳들을 중심으로 현지인들은 불고기와 같은 색다른 한식을 접할 기회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세션3. 한식문화 유용화
3세션의 첫 번째 강연은 김태희 경희대학교 교수가 ‘외국인을 위한 한식문화관광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태희 교수는 “한식문화관광에서 한식은 필수적인 요소이나 음식만으로 기억에 오래 남을 진기한 음식문화여행을 만들기에는 부족하다”며 “무엇을 먹었느냐보다는 어느 지역을 가서 어떤 분위기에서 무엇을 들으며 먹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외국인들에게 진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고객경험 관점에서 한식문화체험상품을 설계하고 기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식체험 상품이 특별하고 기억에 오래 남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사업에서 벗어나 지역음식전문가, 식문화전문가, 상품개발자, 해설가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기회력을 바탕으로 한 민간주도의 한식문화관광상품이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공유경제와 체험경제에 맞는 한식문화체험 소셜다이닝 플랫폼 육성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숙박, 교통, 관광체험 분야와 관련한 공유플랫폼은 이미 전 세계 관광업계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는 데 반해 음식 관련 공유플랫폼은 확산 속도가 느리다”며 “한국형 소셜다이닝 플랫폼 기업을 육성해 지역별 한식문화체험상품을 소개해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지역·도시 관광을 활성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식문화의 차별적이고 독특한 정체성을 기반으로 매력적인 한식문화체험 콘텐츠가 풍부해지길 바라고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음식 관광목적지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고정민 홍익대학교 교수의 ‘한식문화 Global communication 사례 및 대안’ 강연이 진행됐다. 고정민 교수는 밀레니엄 세대가 전 세계의 트렌드 리더로 자리 잡은 현시점에서 한식문화 역시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이해와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다양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유튜버 망치는 지난 2007년부터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식 조리법을 영어로 소개하고 있다. 12년간 약 360여 개의 한식 요리 동영상을 제작했으며 통배추 김치 조리법은 조회수가 1200만 회를 넘었다. 고 교수는 한식진흥원의 유튜브 방식을 망치의 유튜브 방식과 비교하며 지적했다. 

그는 “한식 세계화를 담당하는 한식진흥원의 유튜브 속 한식은 음식문화라는 접근 없이 한식 레시피만 모아 놓았다. 단순히 내수용 한식정책 홍보 동영상으로 보인다”며 “망치는 미국 문화권 내 변화하는 식문화에 맞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한식 세계화의 대표적인 커뮤니케이터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고정민 교수는 이어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뉴미디어를 활용한 한식세계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제안했다. 그는 “뉴미디어는 밀레니엄 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전 세계의 많은 밀레니엄 세대가 뉴미디어를 통해 K-POP, 드라마, 예능, 먹방, 한국 관광 Vlog 등에서 한식을 접하고 있다”며 “뉴미디어의 유명 인플루언서와의 협력 증대가 한식진흥과 세계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16~17일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식의 인문학 심포지엄에서 행사 참석자들이 학술 발표에 귀을 기울이고 있다.사진=이경민 기자 lkm1205@
지난 16~17일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식의 인문학 심포지엄에서 행사 참석자들이 학술 발표에 귀을 기울이고 있다.사진=이경민 기자 lkm1205@

 

둘째 날 10월 17일

세션1. 한식문화와 종교
학술대회 둘째 날 첫 강연은 공만식 동국대학교 교수가 ‘비건과 한식, 사찰음식의 관계성’에 대해 발표했다. 공만석 교수는 현대 비건이즘의 채식 및 동물권과 관련된 사고를 육식금지의 불교음식관이 엄격하게 실행되는 인도 대승불교의 내용과 비교했다. 

공 교수는 “비건이즘과 인도 대승불교는 육식과 동물을 바라보는 윤리적 시각에서 상당한 유사점을 갖는다”며 “그러나 불교의 음식적 사유와 실천의 귀결은 수행에 있지만, 비건이즘은 채식이라는 음식적 실천 이상으로 동물권, 페미니즘, 환경 등 사회개혁적 실천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만석 교수의 발표 이후에는 천진암 주지스님인 정관스님의 사찰음식 전시 및 시연이 이어졌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유교와 한식문화(접빈객 봉제사의 철학과 실천)’에 대해 발표했다. 김미영 수석연구위원은 “음식과 관련해 유교가 강조한 정신은 ‘배려’다. 때문에 유교에서는 식사를 함께하는 상대에게 불쾌감과 혐오감을 주는 행위를 각별히 경계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교에서는 향음주례를 비롯한 일상 및 비일상적 상황에서 음식을 둘러싼 차등적 질서를 수립하고자 했으며, 이는 유교가 추구해왔던 대동사회 구축을 위한 기본 덕목이었다”고 설명했다. 김미영 수석연구위원의 발표에 이어 안동 노송정 종가 최정숙 종부가 선비들의 일상식 및 접빈상 전시 및 시연을 진행했다.

세션2. 한식의 맛과 멋
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는 ‘한식에서 발효식품의 기능적, 문화적 속성 이해’라는 주제에 대해 발표했다. 신동화 교수는 특히 장류와 식초를 중심으로 발효식품의 기능과 특성, 발표식품이 우리 식생활에 미친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신 교수는 “우리 전통식품 중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발효식품은 주로 미생물의 힘을 이용해 새로운 식품을 창조한다는 점에서 우리 음식을 차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전통발효식품은 음식으로서 역할과 함께 식문화는 물론 우리 건강을 지키는 기능성 식품으로서도 의미가 있어 더욱 발전시켜야 할 당위성을 갖는다. 전통발효식품이 물질적 차원을 넘어 우리 민족의 정신영역까지로 기능을 확대해 세계에 우리 식문화를 알리는 매체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김승유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의 ‘근현대 양조장을 통해 본 우리 술문화의 문화변용’ 강연이 이어졌다. 김승유 학예연구사는 근현대 주세법과 함께 등장한 양조장의 다양한 변화와 양상을 현지조사 사례 중심으로 발표했다.

김승유 학예연구사는 “양조장은 술을 만드는 곳이지만 단순한 제조공장의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와 문화까지도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문화적 함의와 자원을 갖고 있는 곳”이라며 “근현대 우리 술문화의 산실로 역할을 다해온 양조장에 대한 연구는 인문학적 차원에서 보다 면밀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션3. 한식문화의 현대적 해석
송영애 전주대 교수는 ‘조선시대 지방 관아의 음식문화와 전라 관찰사의 진지상’에 대해 연구·발표했다.  송 교수는 조선 말기의 문신이자 학자였던 오횡묵이 지방 수령 생활을 기록한 ‘항암총쇄록’과 ‘고성총쇄록’ 등 2권의 일기를 중심으로 관아 수령들의 음식문화를 살펴봤다.

송 교수는 “고문헌을 통해 개발한 전라도 관찰사의 진지상을 활용해 음식과 진지상에 스토리를 입혀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고, 향후 관찰사의 주안상과 다과상까지 개발한다면 한국의 음식문화를 보존하고 한식을 새롭게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김철규 고려대 교수의 ‘현대 한국 음식문화의 사회학적 고찰’ 강연이 진행됐다. 
김 교수는 한국인의 음식 문화에 영향을 주고 있는 큰 사회 변동을 개인주의화, 시장화, 1인 가구화, 세계화 등으로 보고, 지난 50년 동안 한국인들의 식품 소비 변화를 통계 자료를 통해 검토했다.

김 교수는 “개인화와 혼밥 경향의 확대로 음식과 음식문화의 상품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사회관계의 재편에 부합할 마을부엌, 공동체주방, 셰어하우스 같은 새로운 음식 사회화의 기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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