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링(O-ring)이론’의 교훈
‘오링(O-ring)이론’의 교훈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 승인 2019.11.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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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원|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외식테라피연구소장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미국 하버드대학 경제학과의 마이클 크레이머 교수는 그동안 빈곤을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을 사회과학적으로 접근해 정책적인 솔루션을 제시해 온 ‘빈곤 이슈’의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또한 ‘오링 이론(O-ring theory)’을 정립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오링이라는 것은 1986년 미국에서 발사 도중 폭발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사건에서 비롯됐다. 인류 최고의 기술이 집적된 우주선 폭발이  고무로 만든 링 형태의 오링이라는 간단한 제품의 결함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결과적으로 아주 소소한 부속품의 불량으로 인해 새어 나온 기름에 불이 붙어 오랜 연구의 결과가 한순간의 참사로 이어진 것이었다. 

오링이론에 따르면 최첨단기술 제품일수록 작은 공정 하나의 결함으로 인해 생산과정 전체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현대사회와 같이 고도화된 산업사회에서는 날이 갈수록 기술혁신과 더불어 자동화의 물결이 일상화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갈수록 기계에 의존하고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는 현상이 반복되는데 오히려 냉철하고 똑똑한 인적자본을 길러내는 것처럼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오링이론의 핵심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편안함을 추구하기에 불편한 문제들을 개선하는 데 머리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개선방안을 만들어낸다. 그것을 우리는 문명이라고 부르며 이것은 인류가 존재하는 동안은 영원히 계속될 인류의 사명이기도 하다. 이제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도 저절로 문제가 해결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시스템의 중심에는 인간이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일은 혼자서 해낼 수 없는 이유로 우수한 인재들의 ‘협업’이 문제해결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된다. 

이러한 경제적 이론은 식품외식업계에서도 주목해야만 할 중대한 사안이다. 아무리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이라고 해도 만들어 제공하는 모든 생산과 서비스 공정 속에서 아주 사소한 오류가 발생한다면 고객 불만은 물론이고 자칫 치명적인 인명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주요 일간지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미중부 지역의 한 기업에서 생산하는 생소고기 제품의 상당 부분이 대장균 감염 우려로 인해 리콜 조처가 내려졌고 또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소시지 제품이 외부 물질 감염 우려로 인해 약 1t가량 회수됐다. 실제로 1993년에는 미국의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햄버거를 먹고 4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는데 냉동된 햄버거 패티를 제대로 해동하지 않고 조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심각한 사고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식품위생과 안전에 관한 경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단체급식사업에서도 식중독균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가 결국은 해당 기업의 급식사업을 중단하게 만들기도 했다. 식재료를 검수하는 과정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재료를 납품하는 협력업체에 대한 관리 공정에 대한 책임까지도 중대하다는 점을 놓친 것이 결국 사업 중단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식품위생안전을 위한 관리시스템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이 인간들의 협업을 통한 시스템 활용이 중요한 관건이다. 
최첨단 기술이 하루가 멀다하고 등장하는 초(超)시대를 맞아 식품외식업계도 자동화는 물론이고 인공지능의 개입이 빨라지고 있다. 생산효율을 증대하는 데 큰 공을 세우는 혁신적 기술들을 잘 활용한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첨단 기술의 상징인 우주선마저도 간과하기 쉬운 소소한 것에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처럼,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 기본에 충실한 경영과 더불어 우수한 인재 양성과 첨단 기술 협업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야말로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이 해야 할 가장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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