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과학의 진보와 함께 발전한다
와인은 과학의 진보와 함께 발전한다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9.11.0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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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음식평론가|조리외식서비스경영학 박사

와인을 보관하는데도 온도의 영향은 대단하다. 일반적으로 10~15℃가 와인 저장에 적당하다고 하는데, 이 온도는 옛날부터 와인을 일 년 사철 일정한 온도를 유지시킬 수 있는 유럽의 동굴 내 온도다. 여기서는 서서히 숙성이 이뤄지면서 와인을 오래 보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와인을 가장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온도는 화이트, 레드를 막론하고 4℃라고 할 수 있다. 이때가 물의 밀도가 가장 높아 차지하는 부피가 가장 작아진다. 모든 식품은 얼지 않을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가장 오래 간다. 그러나 와인은 이 온도에서는 숙성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처음의 맛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낮은 온도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하고, 고장이 나면 문제가 커지기 때문에 천연 동굴이 좋다고 하는 것이다. 바다 밑에 가라앉은 배에서 꺼낸 와인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비싸게 팔리는 이유는 깊은 바다 밑의 온도가 항상 4℃이기 때문이다. 

1998년 6월 발트해에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1916년 독일 잠수함에서 발사된 어뢰로 침몰한 러시아 선박(니콜라스 2세에게 운반하던 배)에서 1907년산 샴페인 ‘에이드시크(Heidsieck)’ 약 2000병을 건져 올렸다. 차가운 해저의 낮은 온도(4℃)와 어두운 환경에서 잘 보존돼 있었다. 이 샴페인은 모스코 리츠칼튼호텔 경매에서 27만5000불로 팔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샴페인으로 기록됐다. 

이어서 2010년 7월 스웨덴의 다이버들이 해저 50m 발트해에서 170병의 샴페인을 건졌는데, 여기에 ‘뵈브 클리코(1841-50)’, ‘에이드시크’, 1829년에 ‘쥐글러(Juglar)’ 등이 있었다. 이 샴페인 역시 경매에서 뵈브 클리코는 3만 유로, 쥐글러는 2만4000유로에 팔렸다. 

1960년대는 세계적으로 와인이 양에서 질로 전환하는 시기로 ‘스테인리스 스틸탱크의 도입’, ‘작은 오크통에서 숙성’, ‘발효 온도 조절’, ‘아황산 사용’ 등 획기적인 조치가 이뤄졌다. 소위 말하는 ‘슈퍼 세컨드(Super second)’ 즉 보르도의 그랑 크뤼 2등급이나 3등급 와인이 1등급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거래된 시점이 바로 이 무렵이다. 전통을 고수할 것인가, 과학적인 이론을 적용할 것인가 고민한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와인의 과학’을 무시하고 와인을 생산할 수 없는 환경이다. 

더 나아가 1950년대부터 와인을 생산하는 나라들은 대학에 ‘와인 양조학(Enology)과’를 신설해 와인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전문 인력을 배출하면서 뛰어난 품질의 와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교육받은 신세대들은 지도를 펼쳐 놓고, 지형과 기후를 따져서 포도밭을 조성했다. 풍토에 맞는 품종과 클론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와인 양조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포도재배와 와인 양조에 대한 수많은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를 이해하고 소화하지 못하면 뒤떨어지는 세상이 됐다. 와인의 발전은 과학의 진보 발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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