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외식 예산이 보이지 않는다. 매년 8월과 11월은 전 국민의 이목이 정부와 국회로 쏠린다. 내년도 나라의 살림살이 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올해도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농림축산식품부의 2020년도 정책과 예산 규모를 확정했다. 하지만 농식품부의 전체 예산 중 식품·외식분야의 육성과 지원에 대한 예산은 전체 예산 중 2%도 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실에서 작성한 2020년 사업계획에 따른 예산안을 대폭 삭감했다. 66억 원 규모의 푸드서비스 선진화 사업은 26억 원으로 줄였고, 185억 원 수준의 발효식품(김치·장류·전통주) 육성사업도 80억 원 수준으로 줄였다. 마치 외식분야 지원금액만 집요하게 삭감당한 꼴이다. 물론 농해수위 예산소위를 거치면서 일부 복원되기는 했지만 정부가 외식분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씁쓸함만을 남기는 대목이다.
외식은 더 이상 소비성 산업이 아니다. 농업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다.
올해 미국산 돼지고기에 대해 관세가 철폐됐다. 오는 2025년부터는 미국을 시작으로 농축수산물에 대한 관세가 순차적으로 철폐된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한국 농업이 정부 직불금, 농촌 지원정책만으로 살아남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식품·외식 분야와 농·축산업을 융·복합해 우리 농·축산업과 식량주권을 지키는 시너지를 만들자는 논의가 구체화 되고 있다. 농림부, 농림축산부를 농림축산식품부로 변경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정작 외식분야가 소관부처 내에서 홀대를 받고 있다. 오히려 소모성 자금인 직불금 지원만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와 기재부는 쌀과 육가공품 시장이 완전히 개방됐을 때 우리 농업·우리 쌀·우리 돼지고기를 지켜낼 수 있는 전략적 투자처가 과연 어디인가를 중장기적 안목에서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농림부 혹은 농림축산부가 농림축산식품부로 개편된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식품과 외식분야가 정책에서 홀대받을수록 농축산업과 식품·외식업의 융복합은 그만큼 어려워지고 그 결과는 한국 농축산업의 쇠락을 앞당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