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발효식품 포럼을 보며
한·아세안 발효식품 포럼을 보며
  • 권대영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농수산학부장
  • 승인 2019.12.0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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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영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농수산학부장

며칠 전 농식품부가 주최하고 한식재단이 주관한 한·아세안 발효 음식문화 포럼에 다녀왔다. 한·아세안 발효 음식문화 포럼에는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이 참석했다. 포럼은 400~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홀에 거의 꽉 찰 정도로 많은 사람이 방문해 열기도 대단했다.  

이번 포럼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 각기의 발효음식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한국의 장류를 비롯한 베트남의 느억맘(젓갈), 태국의 투어나오(청국장), 인도네시아의 템페(청국장), 말레이시아의 다양한 발효음식이 소개됐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템페무브먼트 설립자인 위다 윈나르노의 템페에 대한 열성적인 강연이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 식품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역사와 문화가 왜 중요한지를 인식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다만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를 교육하는 대학교에서 식품공학이나 영양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포럼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들은 아직도 학문이 최고라고 생각해서 세상을 가르칠 수 있다는 교만함이나 식품산업의 변화와 세상의 흐름을 느끼고 싶지 않은 두려움 때문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분명한 것은 4차산업혁명시대에 농식업의 6차산업을 바라보는 현재 우리나라는 생산성으로 경쟁하는 미국식 식품산업 정책(farm to table)이 아니라 컨텐츠와 건강, 문화와 관광에 대한 가치로 경쟁하는 유럽식 식품산업 정책(fork to farm)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포럼에 참관한 두 분의 논평을 그대로 빌려 농식업 발달을 위한 고언을 듣고자 한다. 슬로우푸드 한국협회 회장인 김종덕 박사는 “어제 포럼 발표를 통해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도 우리나라 못지않게 다양한 발효음식이 발전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각국 발효식품 간에 유사점 못지않게 차이점이 보였는데 기후나 환경, 식재료, 종족구성, 문화 등의 차이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중략) 발표를 들으면서 우리나라 발효음식은 물론 아세안 나라들의 다양성과 문화유산인 발효음식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 발효식품에 초점을 맞춘 슬로우푸드 여행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했다. 한국식품연구원원장을 지낸 이무하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번 포럼을 통해 식품을 연구하는 자들에게 일침을 놓았다.

“한·아세안 발효음식문화포럼에 참석하며 선진국 사람들의 평가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생각했다. 선진국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 희색만면하고 부정적이면 큰 실수를 범했거나 나쁜 것으로 몰아간다. 태국 음식의 세계화 성공담이나 인도네시아 템페 홍보운동을 보고 들으면서 오히려 동남아 개도국 사람들이 자부심과 자신감이 넘친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은 자기 것의 우수함과 소중함은 깨닫지 못하고 선진국의 것들만 뒤쫓고 있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이런 포럼이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의 것을 지키려는 이런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야겠다”고 후기를 남겼다. 이제 우리나라의 농식업은 조상들이 물려준 지혜를 활용해 가치로 창출하고 이 가치로 세계 식품 시장을 리드할 준비를 해야 한다.

창출된 가치를 이용해 제품 개발과 생산은 기업에 맡기고 정부는 가치를 창출할 콘텐츠를 국민과 기업에 제공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천 년 동안 조상들에 의해 실용화 연구를 수없이 해왔다. 더는 연구에만 애쓸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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