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이 우리 유전인자에도 관계한다
먹는 것이 우리 유전인자에도 관계한다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9.12.1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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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전북대학교 명예교수㈔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원시시대 동물 중 호모사피엔스로 분류되는 현생 인간의 평균수명은 겨우 20~30년에 머물렀고 그 이후 오랜 세월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전체 지고 역사에 비해 근세에 속하는, 1만2000년 전에서야 가축 사양과 식물을 키워 식량화하는 농업이 인간 생활에 적용되면서 먹이가 풍족해지고 충분한 영양섭취로 수명연장과 문화가 싹트기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수많은 변화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데 오랫동안 수시로 변하는 환경과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먹이에 적응해 생존을 위한 유전자가 변형됐고 그 형질이 계속 전이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동물이나 식물의 경우 기존의 유전인자가 변하는 데는 1만 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근래 이론에 의하면 우리가 먹는 음식에 따라서 유전인자의 일부 구조가 바뀌면서 생체적 특징이 달라지는 후성유전학(Epigenomics)이 확인되고 있다.

좋은 예가 벌이 먹이에 따라서 일벌과 여왕벌로 구분되는 것이다. 벌이 로열젤리를 계속 먹으면 여왕벌로 진화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일벌로 진화한다. 도마뱀도 환경에 따라서 암수가 바뀌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즉 먹이와 처한 환경에 따라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요인에 적응하는 과정이 후성유전학이라는 학문으로 세세히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도 동물이라는 범주에서 벋어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적응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근래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얼굴과 체형은 바뀌고 있다. 한국인은 계란형에 큰 광대뼈가 있는 얼굴 모양과 짧은 다리가 특징이었다. 하지만 최근 외형이 변하면서 얼굴형이 광대뼈가 두드러지지 않는 가름한 형태의 서양형으로 바뀌었고 부모보다 키가 큰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물론 충분한 영양공급이 주원인이겠지만 먹고 있는 음식이 우리 신체 변화에 관여하고 있으며 이는 후성유전학의 한 부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요사이 비만이 부정적인 큰 사회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것도 대물림, 즉 유전인자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여겨진다.

먹는 음식이 사람을 만든다는 속담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식습관은 식물 위주의 식단이었고 이 형태가 수만 년 이어지면서 몸속의 장기도 이에 적응해 왔지만 근래 육류식품섭취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신체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식물성 음식을 소화하기 위해 서양인들보다 긴 대장으로 진화한 장의 기능은 동물성 식품을 많이 먹는 식단 변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장암 발생빈도가 어느 암보다도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도 식품의 변화와 관계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즉 우리가 먹고 있는 식품의 변화가 유전인자에 영향을 주었다고 여겨진다. 의학발전과 생활 위생, 식품의 안전관리 개선 등으로 우리 평균수명은 100세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결코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인 것만은 아니다.

장수하되 건강을 유지하면서 생을 즐길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최근 사망원인으로 감염형 질병, 즉 폐결핵 등 세균성 질환이나 감기 등 바이러스 원인병들은 급격히 줄어든 반면 암, 심혈관계 질환, 비만 등과 같은 비감염형 질환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사망원인 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비감염형 만성병들은 이제 의료 치료와 함께 섭생, 즉 음식의 선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의료처치는 병이 난 후 증상에 따른 치료이나 음식에 의한 관리는 사전예방의 성격이 짙다.

이런 상황에서 가정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음식을 공급하는 주체인 외식업에서도 소비자인 고객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할 때가 됐다. 우리 주위에는 건강을 지켜줄 수 있는 천연소재가 많다.

이들을 계속 발굴하고 음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연구자들과 외식업자들도 서로 협력해 새로운 식단개발에 더욱 노력하고, 내 고객을 내가 지켜준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음식으로 치료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치료하지 못한다. 우리의 의성인 이재마 선생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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