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 시장의 틈새 ‘어른이’를 위한 분식집
분식 시장의 틈새 ‘어른이’를 위한 분식집
  • 최민지 기자
  • 승인 2019.12.2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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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외식 트렌트
어른이들 니즈 충족… 뉴트로 인테리어와 만족스런 한 끼 구성

학교 앞 떡볶이집이 힙하고 세련된 외식공간으로 변신했다.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뉴트로 인테리어와 가볍게 술 한 잔 즐길 수 있는 메뉴로 새롭게 태어난 ‘어른이’용 분식점이다. 사진=이종호 차장, 각 업체제공

 

어른이들을 위한 분식점이 온다

하굣길 학교 앞 분식집은 항상 만원이었다. 테이블마다 빨간 양념의 떡볶이와 어묵 국물을 가운데에 두고 수다와 포크질에 바빴다. 그렇게 학창시절부터 떡볶이를 먹고 자란 어린이들이 ‘어른이’가 됐다. 어른이는 어른과 어린이를 합친 신조어로 어린이의 동심을 가진 어른을 말한다. 

최근 어른이들을 타깃으로 콘셉팅한 분식점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간단하게 빨리 먹고 나가는 분식집에서 만족스런 한 끼 음식을 먹는 곳으로 바뀌면서 인테리어나 분위기도 레스토랑처럼 변화하고, 어렸을 때 먹었던 떡볶이의 재료를 트렌드에 맞게 재구성하고 있다. 또한 매장마다 비주얼을 높인 사이드메뉴를 특화하거나 술 한잔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사이드메뉴를 판매하는 등 어른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분식집의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어린이들 틈에 끼어서 먹자니 뭔가 불편하고, 그렇다고 혼자 사는(1인 가구)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자니 재료비가 더 들어 불편함을 겪었던 어른이들이 혼자 방문해도 어색하지 않은, 떡볶이 한 접시라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공간으로 다가가고 있다.

어른이들의 분식집으로 대표되는 도산분식. 홍콩의 감성과 뉴트로가 더해지며 힙플레이스로 등극했다.
어른이들의 분식집으로 대표되는 도산분식. 홍콩의 감성과 뉴트로가 더해지며 힙플레이스로 등극했다.

분식집에도 인테리어·분위기 중요

과거 분식점 떡볶이는 할머니의 비법 손맛과 정이 전부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가미한 외식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분식집을 운영 중인 A 대표는 “예전에는 시장 떡볶이를 먹으면서 위생이나 청결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하면서 떡볶이도 한식의 한 종류로 자리잡았고 간식이 아닌 식사로 인식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일반 식당처럼 어느 정도 체계화된 관리를 바라는 요구가 늘었다”라고 말했다.

2018년 3월 서울 압구정에 문을 연 CNP푸드의 도산분식은 분식의 새로운 장르를 연 브랜드로 꼽힌다. 프리미엄급 레스토랑이 즐비한 압구정에 ‘서울 뉴웨이브 분식’을 표방하며 문을 연 도산분식은 카페를 연상시키는 익스테리어와 홍콩의 감성을 입힌 인테리어, 오렌지주스물병과 초록색 멜라민 그릇 등 뉴트로 아이템으로 기존 분식집과 차별화해 SNS에서 힙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미아사거리의 썬데이스낵은 8년 동안 운영했던 즉석떡볶이 가게를 모던한 분위기로 새단장했다. 깔끔한 외관에 푸릇푸릇한 식물을 이용한 인테리어는 물론 은은한 조명으로 레스토랑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해 20~30대 여성 고객과 데이트하는 커플이 많다. 노부부가 거주하던 한옥을 개조한 익선동 한옥마을의 낙원꽃분식은 인테리어 곳곳에 꽃을 배치하고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꽃 모양의 그릇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미아사거리 썬데이스낵. 모던한 외관에 은은한 조명은 레스토랑 같은 느낌을 준다.
미아사거리 썬데이스낵. 모던한 외관에 은은한 조명은 레스토랑 같은 느낌을 준다.

고추장 베이스는 기본… 단호박·낫또 떡볶이도

가래떡과 어묵이 들어간 기본형 떡볶이부터 차돌박이, 오징어 튀김, 곱창 등 토핑을 올린 떡볶이를 비롯해 기본 베이스가 고추장이나 고춧가루가 아닌 새로운 소스를 도입해 판매 중인 곳도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줄 서서 먹는 떡볶이로 시작해 1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빌라 드 스파이시에서는 고추장을 베이스로 왕새우, 해물 등을 넣은 레드 쉬림프 떡볶이, 토마토소스에 베이컨과 표고버섯 등을 넣어 만든 아라비아따 떡볶이, 단호박 소스에 알새우와 양송이버섯 등을 넣어 달콤한 단호박 떡볶이, 베이컨과 양송이버섯을 넣고 까르보나라소스를 넣은 까르보나라 떡볶이를 판매하고 있다. 봉추찜닭의 분식점 브랜드 보름에서는 돼지고기 불맛의 풍미가 인상적인 제육떡볶이, 고소한 크림에 새우, 홍합, 오징어 등 각종 해산물을 올린 크림떡볶이, 시원한 육수에 차돌박이를 듬뿍 얹은 차돌떡볶이, 대두를 발효·숙성시켜 만든 낫또를 듬뿍 넣은 낫또떡볶이(저녁 한정)를 맛볼 수 있다.

연희동 섭이네의 다양한 메뉴. 양배추무침을 곁들이는 양념만두, 달걀말이가 들어간 김밥도 인기다.
연희동 섭이네의 다양한 메뉴. 양배추무침을 곁들이는 양념만두, 달걀말이가 들어간 김밥도 인기다.

특색있는 사이드메뉴로 차별화

분식집의 꽃은 떡볶이지만 함께 곁들이는 사이드메뉴의 역할도 중요하다. 보통 분식집의 사이드메뉴라고 하면 김밥이나 주먹밥, 오징어나 김말이 튀김과 같은 튀김류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 분식집에서는 이를 응용·변형하거나 분식집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며 고객의 꾸준한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대구 출신 형제가 오픈한 연희동의 섭이네 납작만두에서는 대구에서 흔히 판매하고 있는 납작만두와 비빔만두, 염통꼬치를 판매 중이다.

이태원 첩첩분식의 특제 소스를 곁들인 순대 튀김과 바삭 치즈 만두, 첩첩전골.
이태원 첩첩분식의 특제 소스를 곁들인 순대 튀김과 바삭 치즈 만두, 첩첩전골.

이태원의 첩첩분식에서는 순대에 특제 소스를 곁들여 튀긴 순대튀김, 얇은 만두피 속에 고소한 치즈를 듬뿍 넣은 네모난 모양의 바삭 치즈 만두 등 기존메뉴를 변형해 화제가 되고 있다. 밀푀유 나베에서 영감을 얻은 첩첩전골도 인기가 좋다. 싱싱한 알배추와 소고기 사이사이에 매콤달콤한 소스와 육수를 부어 자작하게 끓여낸 전골 요리로 조랭이떡과 라면이 들어간다.

홍대 씨부엉의 사이드메뉴 미니크랩 가라아게.
홍대 씨부엉의 사이드메뉴 미니크랩 가라아게.

서울숲의 뚝떡에서는 튀긴 납작만두에 강정소스를 바른 양념만두튀김이 사이드메뉴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홍대 씨부엉에서는 미니크랩을 튀긴 미니크랩 가라아게, 통마늘과 닭 근위를 넣고 튀긴 통마늘 똥집 가라아게 등 독특한 튀김류를 판매한다.

을지로에서 분식집을 운영 중인 B 대표는 “사이드메뉴가 아무리 맛있어도 그것만 먹으러 오는 고객은 없다. 그래서 사이드메뉴는 단품화하되 떡볶이와 어울려야 한다. 사이드메뉴는 메인메뉴인 떡볶이를 받쳐주는 것”이라며 “지루하지 않은 음식을 해야 계속해서 고객의 관심을 받을 수 있기에 사이드메뉴는 상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과음보다는 반주(飯酒) 분위기로… 떡맥·떡쏘 인기

어른이들을 위한 분식집의 인기는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분위기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로 퇴근 후 개인의 생활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새벽 늦게까지 과음보다 자기 발전을 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저녁 회식보다 점심 회식이 늘어나면서 반주의 개념이 정착화되고 있는 것.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밥 따로 술 따로’였다면 최근에는 경제 침체기로 주머니가 얇아진 회사원들이 ‘끼니와 술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곳’을 찾으면서 분식집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식업계 관계자 C 씨는 “요즘은 술을 많이 먹지 않는다. 적당히 먹고 빨리 집에 들어가는 트렌드로 바뀌었다”라며 “식사와 술을 한 번에 끝내고 싶을 때 가성비로 보면 분식만 한 것이 없다. 가격이 저렴하니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맥주나 소주와도 궁합이 잘 맞아 어른이들의 분식점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에는 병맥주나 소주뿐만 아니라 생맥주 기계를 도입하는 곳도 늘어났으며 위스키와 토닉워터를 결합한 하이볼이나 와인, 막걸리를 판매하는 곳도 있다. 주점 등의 술집에서 안주로 떡볶이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퀄리티 높은 떡볶이와 이를 비롯한 사이드메뉴에 술을 곁들인다는 의미로 변화하는 것이다. 외식업 종사자 D 씨는 “달거나 짜거나 매운 단순한 맛을 지닌 음식이 맥주나 소주와 잘 어울린다. 느끼함을 잡아줄 때는 맥주를, 어묵과 같이 국물류를 먹을 때는 소주를 많이 찾는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술과 함께 곁들일 수 있는 분식집이 스몰비어의 대안이라고도 말한다. 스몰비어의 문제점 중 하나는 대부분 튀기거나 굽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메뉴가 대부분이라 카피가 쉬웠다는 것인데, 분식집의 경우 매장마다 특색을 가지고 자체 메뉴개발에 한창이며 인테리어나 배경음악으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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