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미엄’의 진실
‘편리미엄’의 진실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20.01.0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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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외식테라피연구소장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어느새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1인 가구의 확산은 식생활 문화에도 큰 영향을 줬다.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눠 먹는 회식 문화도 점점 간소화 돼 연말연시 대목을 기대하던 음식점들은 예년 같지 않은 한파를 겪게 됐다. 관련 통계 자료를 보면 전체 외식 지출 비용은 다소 줄었지만 혼자서 소비하는 외식비용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1인 생활문화로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점점 더 스마트해진다는 세상에서 기업들이 기억해야 할 말이 있다. ‘게으름이라 쓰고 편리함이라 읽는다’ 기업은 인류를 나태하게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불과 십여 년 전에 등장해 내 손 안의 컴퓨터라고 불리던 ‘스마트폰’의 빠른 진화는 우리 인류에게 편리함을 가져왔지만 실상은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서 엄지손가락만 움직이며 한껏 게으름을 피우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가히 ‘세상을 바꾼 서비스 혁명’이라고도 할 만큼 현대인들에게 서비스라고 하는 것은 인공지능의 변화무쌍한 발전과 더불어 ‘편리함’으로 포장된 ‘게으름’을 판매하는 것이다. 한번 게으름을 맛본 사람들은 더 많은 대가를 치르면서도 그 서비스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TV가 처음 보급되었을 때만 해도 번번이 채널을 돌리고 TV를 켜고 끄기 위해 몇 번을 오가는 것을 번거롭다고 생각하지 못했건만, 리모컨을 사용하면서는 간혹 리모컨을 찾지 못해 한참 동안 시간을 허비하기도 한다. 

이제는 집에서도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더한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소파에 앉아서 ‘TV 켜줘, 가스 불 꺼줘, 커튼 열어줘, 음악 틀어줘’ 말만 하면 모든 것이 척척 이뤄지는 세상을 맞이했다.

시간 빈곤을 겪고 있는 현대인들이라고 하지만 정작 그렇게 인공지능을 부리면서 인간은 무엇을 하는 걸까? 어쩌면 편리해지려고 오히려 불편해지는 것은 아닐까? 이렇듯 인간들은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스스로 게으름에 길들여지고 있는 셈이다. 

전통시장에서 이것저것 손수 골라가며 흥정도 하고 한껏 장을 보던 시절에서 풍성한 물건들이 즐비하고 필요한 만큼 포장돼 있고 가격은 정액제에 배달까지 해주는 대형마트의 편리함을 충분히 느끼기도 전에 이제는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새벽에 집 앞에 갖다 놔주는 호시절을 맞았다. 소문난 맛집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제는 그 집 음식을 편안하게 내 집 안방에서 받아볼 수 있는 시대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소비 욕구는 오히려 커진다고 한다. 그러나 실상 큰돈을 지출하기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에 작은 사치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편리미엄’이라는 신조어도 편리와 프리미엄이라는 두 개의 단어가 합쳐진 것이다.  고급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음식도 배달 서비스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무한 서비스 경쟁으로 소비자들은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게으름을 한껏 즐길 수 있게 됐지만 우리나라 외식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갈수록 무거워지는 현실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자영업자들이 기업형 배달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매출은 올릴 수 있겠지만 수익성은 기대할 수 없는 사업구조에 두 번 고통을 당하기도 한다. 

최근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은퇴를 하면서 인공지능과의 대국을 펼쳤다. 그는 승패를 떠나 평생 바둑을 둘 수 있어 행복하다는 말을 했다.

마치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패배하고 떠나는 것처럼 보여 씁쓸할 수도 있는 장면이었지만 시스템과의 대결에서 비록 패했지만 자기 스스로 평생 최고의 자리를 지킬 만큼 최선을 다하고 최고가 됐다는 것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승리가 아닐까?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기업들의 서비스 경쟁에서 자영업자들은 그들만의 최고 품질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승패를 떠나 분명 행복해질 수 있는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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