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에게 주인의식만 강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직원에게 주인의식만 강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20.01.0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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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진 백석예술대학교 관광학부 교수

밤 9시 반경 부부로 보이는 한 쌍의 고객이 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식사 되죠?” 하고 묻는다. 직원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사장의 눈치를 본다. 사장은 “예 됩니다. 앉으세요.”하면서 착석을 유도한다.

자리를 안내하는 직원의 표정은 어정쩡하다. 얼굴에는 미소가 보이지 않고 목소리도 활기가 없다. 창 너머로 이 장면을 보고 있던 주방 직원의 표정도 밝지 않다. 고객은 미안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다. 

집 부근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다가 마주친 장면이다. 입구 가까운 곳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영업시간이 정해져 있는 식당에서 마감 시간에 임박해 들어오는 고객이 직원으로서는 반갑지 않다. 하지만 사장으로서는 갈수록 방문고객이 줄고 있어 걱정이 쌓이는 마당에 늦은 시간에 찾아온 고객이라도 흔쾌히 ‘어서 옵쇼’일 것이다.

이 식당은 저녁 10시까지 영업을 하는 곳이다. 9시 반 무렵이면 직원들은 마감 준비에 들어갈 시간이다. 만약 그 시각에 사장이 없었다면 그 고객은 발걸음을 돌려야 했을 것이다. 

사장과 직원의 태도는 이렇게 다르다. 직원은 정해진 업무 규정에 따라 마감 시간을 지키려 하지만 사장으로선 한 사람의 고객이라도 아쉽다. 주인의식과 직원 의식의 차이다. 규정을 준수하려는 직원이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직원은 근로계약에 따라 정해진 근무시간을 준수하려는 것일 뿐이다. 

얼마 전 외식사업가 백종원은 직원에게는 주인의식이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직원은 왜 주인의식이 없을까?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것은 주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주인의식을 가지려면 주인과 같은 권한과 책임을 져야 한다. 주인이 아닌 직원에게 이게 가능한 일일까? 

많은 기업은 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권한을 부여한다. 권한 위임이다. 직원이 수행하는 업무영역 내에서 주어진 만큼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 이게 제대로 행사되지 않으면 직원은 윗사람이 시키는 대로만 일을 한다.

직원의 창의성이나 순발력 있는 판단력, 잠재능력 등을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는 데에도 권한만 주는 게 아니라 반드시 권한에 따른 책임을 지게 한다. 

이 식당의 경우 마감 시간이 임박할 무렵에 오는 고객을 위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마감 시간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주문은 9시로 제한하거나 마감 시간이 임박한 시간대에 주문할 수 있는 메뉴는 조리가 간편하거나 식사하는 데 소요하는 시간이 길지 않은 종류로 한정 짓는 것은 어떨까.

마감 시간 무렵에 오는 고객을 위해서는 홀과 주방에 최소의 인원만 남기고 다른 직원들은 정시에 퇴근시키는 게 좋을 것이다. 정해진 근무시간을 넘어서까지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당연히 초과근무에 대해 보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작은 음식점이든 큰 외식기업이든 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매뉴얼이 있다. 직원들은 이 매뉴얼을 준수하도록 훈련받는다. 직원은 매뉴얼과 위임받은 권한 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주인이 아닌 사람에게 주인과 같은 생각을 하라고 하는 것은 주인의 의지일 뿐이다. 주인의식을 강조하기보다 업무 매뉴얼과 근무 규정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고 주인 못지않은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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