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만 요란한 식품안전처
소리만 요란한 식품안전처
  • 관리자
  • 승인 2006.12.1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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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식품안전협회 회장 신광순
정부가 ‘식품안전처’의 설립을 골자로 국회에 제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난항에 봉착한 듯하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여야의원들의 반대로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사연인즉 한나라당 문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식품과 약품의 분리를 반대하는 법안의 제출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되었다.

또 다른 반대 의견은 정치적으로 현 정권의 임기가 1년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조직의 확대개편이나 명칭변경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 식품안전처 설립과 거리가 먼 식품생산 단계의 관리 능력을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 지금까지 수없이 토론한 사실은 외면하고 새삼 해당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 개최 필요성에 대한 주장 등이 있다.

이러한 논의들을 지켜보면서 그동안 식품안전처 설립의 당위성, 방향 및 기대 사항 까지 포함한 정책을 몇 차례 제시한 사람으로서 허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다시 한번 그동안의 경위를 짚어보면서 몇 가지 느낌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그동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렸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꼭 3년 전인 2003년 11월 대통령 지시로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는 식품안전체계 일원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 후 국무조정실에 식품안전 태스크 포스(TF)팀을 가동하여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식품안전기본법의 입안 작업과 식품안전처 설립 계획을 수립하는데 올인한 바 있다. 특히 지난 10월부터는 식품안전처 신설에 대비한 행정적인 준비를 위하여 식약청, 농림부, 해수부의 핵심인력까지 차출하여 작업팀을 구성 운영하는 등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정부의 노력들이 ‘닭 쫓던 개 울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 고대하던 종소리도 들어보지 못하고 원대 복귀해야 하는 한심스런 신세가 아닌가?

다음은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 위해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 한마디로 그간의 찬반 논란과 활동경위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일들이 결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현 식품의약품안전청을 폐지하고 식품안전처를 신설한다는 정부의 제안에 대하여 반대의 목소리만 높았지 찬성의 메아리는 별로 크지 않았음이 사실 아닌가?

속으로는 싫으면서 겉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입장의 관련부처 공직자들의 안이한 태도, 귀에 대고 호소해야 별무 반응이 없다가 누군가가 목에 방울을 달아주면 비로소 소리를 낼 줄 아는 정치인들의 행태, 이리되나 저리되나 마찬가지로 크게 덕 볼 일이 없으니 돌아가는 꼴이나 보자는 식의 식품사업자의 자세와 의식, 사회적 이슈를 터뜨리는 데만 열을 올리고 정작 중요한 정책에는 무관심한 일부 시민·소비자 단체의 당근 근성 등이 어우러진 해프닝이다.

한편 반대의 입장은 항상 돋보이게 마련으로 식약 동질의 개념을 부각시켜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전문가 집단의 권익보호주의, 언제나 농어민의 이해득실을 눈치 보며 근시안적으로 접근하는 생산자 단체의 신토불이 정신 등은 결과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일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데 있다. 만일 이번 정기국회에서 그 처리가 어려우면 내년 초 임시국회, 이도저도 안되면 다음 18대 국회에 넘겨서라도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식품안전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소비자가 안심하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회의학적인 접근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도 2만달러 시대에 걸맞은 선진국 수준의 식품안전관리 시대를 맞을 때가 되었다. 오랫동안 식품위생 행정제도의 연구를 수행한 바 있고, 특히 10년 전에 현 식약청의 전신인 식품안전관리본부를 신설할 때 전문가로서 그 필요성을 주창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한 사람으로서 작금의 사태에 대한 관심과 감회가 깊을 수밖에 없다. 그 때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설립이 최선의 수단이었고, 지금은 그 정책이 잘못된 듯 비춰짐을 안타깝게 느껴 몇 마디 고언을 드렸다.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는 식품안전 기구와 정책이 정착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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