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특집⑪] 외식업계, 코스닥상장·사모펀드 유치 ‘양날의 검’
[2020 신년특집⑪] 외식업계, 코스닥상장·사모펀드 유치 ‘양날의 검’
  • 박현군 기자
  • 승인 2020.01.28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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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상장 후 꾸준한 투자가치 증명 필수… 사모펀드 도덕성 따라 희비

 

자본시장은 맛집으로 알려진 식당이 중견·대기업을 목표로 적극적인 사세확장에 나설 때 반드시 거치게 되는 관문이다. 소비자들에게 널리 회자된 외식 브랜드가 상장을 추진하는 등 스스로 자본시장에 도전하고, 사모펀드나 은행 등에서 투자를 받아 자본시장에 발을 내딛는다. 그러나 상장 또는 사모펀드 투자유치를 받은 많은 외식업체들이 자본시장의 파고 속에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디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보유 브랜드 부진 소식 전해져… 상대적 저평가
MP그룹, 상장으로 자본조달 이후 사업구조 혁신 등 후속조치가 없어 고전
 해마로푸드, 매출 중심이 아닌 이익률 중심 사업구조… 투자자 기대감

외식업체에게 자본시장은 중견기업과 대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관문이다. 지금까지 신마포갈매기, 고래식당, 백제원, 맘스터치, 미스터피자, 놀부, 피자헛, 메드포갈릭 등 다양한 외식 브랜드들이 자본시장에 진출했다. 이들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검증된 맛을 앞세워 자본시장에서 막대한 투자를 유치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현금고갈, 차입금 증가, 영업이익 축소, 대주주의 과당배당요구로 인한 기업의 경영악화 등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상장3사, 해마로푸드서비스만 웃었다
외식업계 중 주식시장에 남아있는 곳은 디딤, 해마로푸드서비스, MP그룹이다. 한 때 코스닥에 진출하면서 외식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쪼끼쪼끼의 태창파로스는 2015년 6월 1일부로 상장 폐지됐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도 2018년 12월 한국거래소에 의해 상장폐지 통보를 받았지만 자구노력을 인정받으면서 가까스로 상폐 위기를 면했다.

주식시장에서 외식종목 3인방은 한 때 반짝 상승세를 타는 듯 하다가 하강곡선을 그리며 전체적으로 주가가 상장 초기에 형성된 가치를 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디딤은 코스닥 상장사인 한화ACPC기업인수목적주식회사(이하 한화ACPC)를 2017년 8월 21일에 흡수합병해 코스닥 시장에 진입했다. 

한화ACPC가 디딤에 흡수합병된다는 사실을 2017년 6월 27일 한국거래소에 공시했고 이날 주가가 4030원까지 치솟았다. 한화ACPC 당시 2310원(2015년 8월 7일 기준)과 1895원(2018년 5월 9일 기준) 사이에서 움직이던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오른 셈이다. 

그러나 이때부터 주가가 요동치면서 점차 하락세를 보였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안식당 등 보유 브랜드의 부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결국 올해 들어서는 한화ACPC 시절 최하한가인 1940원(2017년 2월 3일 주가) 밑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디딤의 투자가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신한투자증권 손승우 애널리스트는 “디딤은 많은 브랜드와 직영·가맹점을 운영하고 있고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연안식당의 부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의 주가도 디딤과 같은 패턴을 보이고 있다. MP그룹의 주가는 상장 첫 날인 2007년 7월 18일 1만3550원으로 출발했지만 다음날부터 14.8%씩 폭락하면서 2008년 11월부터 2000원 대가 형성됐고 2017년부터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그 해 7월 6일부터 거래정지 상태가 됐다.

두 기업의 이같은 패턴은 상장을 통한 자본조달 이후 사업구조 혁신 등 후속 조치가 없어 투자수익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투자자들의 시각이다. 

반면 해마로푸드서비스는 상장 당일(2015년 8월 28일) 2155원으로 출발한 후 한 때 1550원까지 하락했지만 그 후 꾸준히 반등해 2020년 1월 현재 3000원 대로 육박하고 있다. 김현석 신한금융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마로푸드서비스의 선전을 실적과 경영활동 측면에서 투자자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해마로푸드서비스는 외형(매출) 중심이 아닌 내실(이익률) 중심의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비 상장 기업 잇따른 보류 선언
외식종목이 주식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자 주요 외식기업들이 상장을 연기하고 있다. 지난해 상장을 준비하던 본아이에프, 이디야커피, 교촌에프앤비가 IPO(기업공개) 일정을 보류했다. 이들은 죽, 커피, 치킨 분야의 선두기업들로 외식업계와 주식시장 모두에게 기대를 모았던 곳들이다. 

이 중 이디야커피는 가맹점 중심 경영체제 고수를 위해 상장 연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우리 회사 경영의 첫 번째 가치는 가맹점들과의 동반성장이다. 그러나 상장 이후에는 경영체제를 가맹점 중심에서 주주이익 중심으로 바꿔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가맹점주들에게 돌아가던 이익이 희생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장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다만 가맹점과 동반성장하는 구조 속에서 주주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때까지 상장을 보류하는 것”이라고 첨언했다.

반면 교촌에프앤비는 더 이상 상장을 미루지 않겠다고 밝혔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지금까지 IPO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올해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일정은 6월 이전에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하남돼지집을 운영중인 하남에프앤비, 구이전문점 강강술래를 운영하는 ㈜전한, 테레로사 커피를 운영하는 ㈜학산 그리고 쥬시㈜도 2017년 코스닥 상장에 도전했지만 현재는 잠정 보류상태에 있다.

곽병찬 금융투자협회 실장은 “비상장기업이 상장하려면 먼저 기업이 재무구조와 경영적 판단을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무엇보다 주주가치 중심 경영을 해야 한다. 특히 상장사는 실적 등을 통해 자신의 투자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장 이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일을 멈추거나 잠시 쉬게 되면 바로 주가에 반영되고 이는 기업가치와 브랜드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도덕성 따라 희비 엇갈려
외식기업들이 자본시장에 진출하는 두 번째 방법은 사모펀드로부터 투자를 유치받는 것이다. 최근들어 사모펀드들이 유망 외식기업의 인수나 투자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VIG파트너스 관계자는 “자본이 식품·외식산업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우리도 버거킹, 원플러스, 푸디스트(옛 한화호텔앤드리조트 FC부문)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사모펀드의 투자유치를 받은 외식브랜드는 놀부, 버거킹, 할리스커피, bhc, 공차코리아, KFC, 매드포갈릭, 카페베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피자헛 등이며 외식업계에 투자를 진행하는 사모펀드는 모건스탠리PE,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PE, 로하튼그룹(TRG), 유니슨캐피탈, KG그룹, 스탠다드차티드PE, KB에쿼티파트너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오차드윈 등이다. 이 중 버거킹은 VIG파트너스에서 2012년 11월 1100억 원에 인수한 후 2016년 2월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게 2100억 원에 매각했다. 

또 미국계 사모펀드 유니슨캐피탈은 2014년 공차 코리아를 600억 원에 인수한 후 2019년 11월 3500억 원을 받고 미국계 사모펀드 TA어소시에이츠에 매각했다. 이 기간 공차코리아는 모 회사인 대만의 공차를 인수하는 등 성공적인 성장을 이뤘다. 사모펀드는 외식기업을 통해 막대한 투자수익을 거두고, 외식기업은 사모펀드의 투자유치를 통해 부실을 털어내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 상생의 성공사례다. 

그러나 사모펀드의 투자가 반드시 윈윈(WIN-WIN)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건스탠리는 2011년 순자산가치 252억 원의 놀부를 5배가 넘는 1114억 원에 인수한 후 5년 뒤 투자수익을 뽑아내기 위해 인수비용을 놀부에 전가하는 등 단기차익을 내는 데만 집중했다. 그 결과 놀부는 현금유동성 고갈, 적자누적 등으로 오히려 경쟁력이 더욱 약화됐다.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성공신화 1호였던 카페베네도 2016년 외국계 사모펀드 합작법인 한류벤처스로 경영권이 넘어간 후 2016년 46억 원, 2017년 28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다가 2018년 1월부터 9개월 동안은 법정관리를 겪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놀부와 카페베네의 사례는 외식기업들의 사모펀드 투자유치가 항상 좋지만은 않다는 점을 반증해준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모펀드의 투자유치는 상장보다 쉽다. 사모펀드들이 국내 외식기업의 투자 및 인수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곽병찬 금투협회 실장은 “외식업체는 제조업과 달리 사업구조가 단순해서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절감과 기업가치 향상이 쉬울 뿐 아니라 경영정상화 기간도 짧고 인수비용도 저렴해 사모펀드의 투자유치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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