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커피
와인과 커피
  • 박지수 음식평론가
  • 승인 2020.02.0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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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 음식평론가, 조리외식서비스경영학 박사

이슬람교도들은 대천사 가브리엘이 예언자 무하마드의 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커피를 선물했다고 전하지만 커피는 약 7세기경 에티오피아의 양치기에 의해 발견됐다. 

양들이 커피 열매를 먹고 잠을 자지 않아 생긴 ‘춤추는 양떼’라는 말도 바로 커피를 의미한다. 이후 커피 열매를 볶아서 음료로 만든 사람은 아랍인이다.

커피는 일찍이 아라비아반도를 중심으로 널리 퍼지기 시작했고 이슬람교도들에게는 알코올 대신 합법적으로 마실 수 있는 대체 음료가 됐다. 이후 서유럽에 상륙한 커피는 기독교인들에게 ‘이슬람의 와인’이라고 불렸지만 이교도들이 마시는 음료란 이유로 ‘악마의 음료’라 칭해지며 공식적으로 음용이 금지됐다. 그러나 교황 클레멘스 8세(Clemens VIII, 1592-1605)가 커피의 맛에 반해 “이 악마의 음료는 아주 훌륭함으로 악마에게만 독점시키기는 너무 아깝다. 세례를 주어 악마를 조롱하도록 하라”고 명하면서 기독교도의 음료로 공인됐다.

이때부터 유럽은 와인과 커피를 마시면서 지성과 감성의 조화로운 활동을 통해 세계 최고의 국가로 성장하게 된다. 커피는 와인과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음료라고 할 수 있다. 

와인은 알코올로 감성을 부추기지만, 커피의 카페인은 알코올과 달리 지능을 고무시키고 강심작용을 통해 권태와 졸음을 쫓아주고 활기를 소생시켜준다. 그래서 1600년대 커피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할 때 주요 소비층은 과학자, 지식인, 상인 등 지적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1674년 어떤 시에서는 “와인은 우리의 이성과 영혼을 수장시키는 반역적인 포도로 만든 달콤한 독이지만, 커피는 위장을 치료해 주고 천재를 만들 수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현미경 관찰과 스프링 저울의 원리로 유명한 로버트 후크(Robert Hooke), 행성의 운동에 대한 법칙을 밝힌 핼리(Edmund Halley) 모두 커피를 마시면서 과학적인 발견을 한 사람들이다.

와인의 알코올은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지만 커피의 카페인은 판단력을 뚜렷하게 만든다. 고로 연애할 때는 와인, 공부할 때는 커피를 마셔야 한다. 

연애할 때 커피를 마시며 똑바른 정신 상태로 “연봉이 얼마, 키가 얼마, 인물이…….” 등의 말을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은 없다. 또 공부할 때 와인을 마시게 되면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등의 감성적인 말들을 할 수 있다. 이런 말들은 와인과 커피가 감성과 이성을 대표하는 음료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와인과 커피를 상황에 맞게 마신다면 우리는 팍팍한 현 생활을 조금 더 윤택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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