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이 놀이터가 되는 순간
전통시장이 놀이터가 되는 순간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20.03.0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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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 혜전대학교 호텔조리외식계열 외래교수

오일장은 닷새마다 서는 시장으로 상설시장이 들어서기 전에 형성된 상거래 장소였다. 현재도 지방 곳곳에서 오일장이 운영 중이며 그중에서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봉평장이 유명하다. 

강원도 봉평에서 열리는 오일장은 무려 4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보부상들이 장터를 돌며 물품을 팔았으며 장터에는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주막과 간단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국밥 같은 음식이 생겨났다. 

현재는 종전의 재래시장에서 변경된 전통시장이 물건을 판매하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문화적 특성이 어우러진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형마트보다 더 좋은 품질의 상품이 전통시장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전통시장에서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정겨운 흥정소리와 함께 대형마트에서 찾아보기 힘든 지역의 특산물들의 산지 직송 거래가 이뤄진다. 남대문 시장과 같은 전국적인 대형 시장도 좋지만 전국 각지의 소규모 시장을 구경하다 보면 시장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곳인지 그리고 지역의 문화는 물론 그 지역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무엇을 즐기는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전통시장은 연세 지긋한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지만 젊은 사람들도 많이 찾고 있다. 1인 가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채소, 과일 등의 소포장과 생필품이 저렴하게 거래되고 푸짐한  먹거리부터 추억의 볼거리가 있어 젊은 세대가 즐겨 찾는 문화공간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전통시장에는 조금 더 얹어 주는 ‘덤’과 조금 남은 물건을 다 떨어서 싸게 파는 ‘떨이’, 잔돈은 받지 않을 테니 물건이나 좋은 것으로 달라는 ‘우수리’ 문화가 있다.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떨이’라는 소리에 도저히 지갑을 열지 않고는 절대로 버틸 수가 없고 저렴한 가격에 좋은 물건을 구입하면 엄청난 횡재를 한 기분이 든다. 

예전에는 시장을 장터라고 불렀으며 장터에 가면 ‘됫박’과 ‘말’을 이용해 쌀을 팔던 싸전과 떡전골목 그리고 어물전을 돌아 너무나 당연하게 원조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숨겨놓은 원조 맛집에서 간단한 요기도 하며 시장 속 주전부리를 맛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국화빵, 어릴 적 자주 먹던 눈깔사탕 등 주전부리 하나면 온종일 입이 즐거웠다. 

기성세대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한 경험을 주는 추억의 음식 번데기는 학교 앞, 소풍 때, 운동회 때 100원어치를 사면 신문지로 깔대기를 만들어 한 국자씩 퍼주던 기억이 떠올랐다. 장보기보다 더 신나는 이런 꿀재미에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건 아닐까.
지금은 전통시장에서 심심할 틈 없이 즐기는 전통문화 그 자체가 상품이 되는 시대가 됐다. 전통이라고 하면 촌스럽고 고루하다고 인식하는 현대의 삶 속에서 한국 고유의 정서나 전통을 바탕으로 전해지는 전통문화 상품은 전통시장의 이미지를 창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돼온 물질적인 문화 및 가치 양식과 같은 정신문화를 포괄적으로 일컫는 전통문화를 유지하고 계승 및 발전시켜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수백 년 이상의 역사를 지녀온 전통시장은 그간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도 그때마다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통해 오늘에 이르렀다. 

비록 빠른 변화로 인해 다소간 적응이 더디게 이뤄지는 부분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나 전통시장은 본연의 모습을 지키면서 아주 오랫동안 우리 곁에 머물러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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