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병으로 세상이 온통 혼란스럽고 매일 매일 생활이 답답하고 멈춰 있다. 이러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앞날이 걱정되고 불안하다. 지루한 감염병 사태가 신속히 해결되길 바라면서도 각자 자유롭게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감염병 대처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욕구 간의 충돌로 우리는 갈등을 겪고 있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윌리암 글라써(William Glasser)는 거짓 갈등(false conflicts)과 진짜 갈등(true conflicts)의 개념을 설정하면서 갈등 해결방법을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
인간의 경우 전적으로 상반되는 두 개의 욕구를 동시에 완전하게 만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동시에 만족시키기를 원하는 바람을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갈등을 겪는다고 한다. 진짜 갈등은 두 사람 간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다른 것으로 인해서 비롯된 갈등이고 거짓갈등은 본인 자신이 두 가지 욕구를 가진 상태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사업이나 학업의 성공 욕구와 놀고 싶은 욕구 간의 갈등은 거짓 갈등이고, 부부간에 시골과 도시에서 각각 살고 싶어 하는 갈등은 진짜 갈등이라고 한다. 거짓 갈등은 마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취급하고 진짜 갈등은 열심히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취급한다.
그러나 진짜 갈등은 두 사람 간에 서로 다른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쉽게 해결할 수 없고, 거짓 갈등은 자신의 두 가지 욕구 간에 충돌로 비롯된 것이기에 스스로의 실행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거짓 갈등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한 가지 행동이 항상 존재하지만 거짓 갈등에 빠져 있는 사람은 갈등을 토로하면서 그 행동을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반된 욕구에 잡혀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조금만 노력하면 두 가지를 다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모든 거짓 갈등에는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이 직면하기를 원치 않는 힘든 일을 선택할 것인가의 고민이 존재하고 있으며 두 가지 상반된 욕구를 동시에 달성할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면 해결책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진짜 갈등은 상대방과 나의 욕구 간에 충돌로서 해결책이 없는데도 우리는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괴로워하고 힘들어한다고 한다. 상대방을 설득시켜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끊임없이 요구하고 주장한다.
그러나 상대방 또한 자신의 욕구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이러한 진짜 갈등의 해결방법은 나의 욕구를 달성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바뀌도록 기다리는 것이 지혜로운 길이라고 월리암 글라써는 제시하고 있다.
진짜 갈등 속에서 상대방을 변화시키고자 무엇인가 하려고 하기 보다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지혜로운 대응이며, 우리가 끈기 있게 기다리는 동안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상황이 변하듯이 우리가 처한 상황이 변한다면 우리는 좀 더 선택하기가 수월해진다고 한다. 아내가 시간이 지나 늙어 성인병이 들면 시골로 가야할 일이 생길 수도 있고 반대로 남편이 도시에 살아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진짜 갈등 속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려는 충동을 억제하면서 좀 더 쉽게 기다릴 수 있는 방법은 갈등이 없는 분야에서 자신을 충분히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일에 최대한 많은 에너지를 쏟는 것이라고 한다.
갈등과 무관한 일로 만족할 만한 일을 하게 되면 자신의 삶을 더 잘 통제할 수 있고, 통제를 잘하면 할수록 비록 그 갈등을 해결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한다.
지금 감염병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다른 것을 하지 못해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은 진짜 갈등이다. 이것을 해결하려고 누구를 원망하거나 괴로워할 것이 아니라 지금 감염병에 대해서는 조용히 기다리면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역량을 모아 준비하고 노력하다 보면 상황이 바뀔 것이다.
내가 선택하고 행해야 할 일들에 대한 욕구의 충돌인 가짜 갈등에 대해서는 나에게 다소 어려운 행동일지라도 해결책을 계획하고 실천해나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