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늘리고 ‘마이크’ 줄이기
마스크’ 늘리고 ‘마이크’ 줄이기
  • 최종문 우양재단 이사장
  • 승인 2020.03.2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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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우양재단 이사장, (전)전주대 교수

느낌은 까마득한데 겨우 두 달이다. 번화가를 순식간에 단순 업무빌딩가로 바꿔놓은 ‘코로나19’ 이야기다. 1월 19일 국내 첫 확진, 1월 20일 질병관리본부(정은경 본부장, 이하 질본) 공식발표, 1월 20~21일 언론 보도. 그 무렵만 해도 질본을 중심으로 감염학회, 의사협회 등 방역 전문가집단의 조언 참여로 방역대책 업무는 꼼꼼 신속하고 차분하게 집행됐다.

그 무렵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4관왕의 기적 신화(2월 9일)로 잠시 묻혀 버렸는데 짧으나마 그 기간 우리 국민들은 한껏 으스대며 봉준호 감독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희열까지 맛봤으니 화려한 행복체험이었다.

하지만 봉준호 기적을 위한 청와대 축하연에서의 기생충 스타일 ‘짜파구리 오찬’(2월 20일)을 끝으로 코로나19 방역은 속절없이 무너져내려 계엄령에 못지않게 엄중하고, 불편한 사회 분위기다.

중앙방역대책본부(정은경 본부장, 이하 방대본)가 발표한 3월 14일 현재 국내 총 확진자 수는 8086명, 사망자 수는 전국 72명이다. 게다가 마스크 대란까지 터져 ‘마스크 5부제’ 까지 시행하고 있으니 범국민적 고통은 그야말로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국

내 식품·외식업계를 포함한 전국의 여행, 관광, 서비스업계의 경영난도 심각하다. 그중 자영업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두드러져서 시쳇말로 ‘폭망’ 수준이다. 어느 외식업주의 말마따나 ‘서서히 말라 죽는 기분’이라니…(동아 2020. 3. 5) 더이상 처절할 수 없는 영화 ‘기생충’급이 아닌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그 중심아이콘으로 필자는 ‘마스크’ 와 ‘마이크’를 꼽고 싶다. 

사태 초기 의사협회를 비롯한 전문가집단과 시중 여론의 계속된 중국인 입국제한&봉쇄 건의에 대한 ‘실효성 없음’이라는 정부의 반복거부를 계기로 전문가들 손에 있던 마이크가 청와대와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급 인사들, 그리고 대선 후보급이나 여당 대표 등 유력정치인들에게 넘어가며 확 달라졌다.

막강한 권력과 쇼맨십 마케팅 능력을 두루 갖춘 그들이 방역 일선 현장을 마구 휘젓고 다니며 말 폭탄 혼선을 키웠으니 해결의 걸림돌 중 하나로 꼽는 이유다. 

개중에는 창문 열어놓고 모기 잡기 어려우니 창문을 닫아야 하지 않느냐는 비유법적 질문에 겨울이라 그런지 모기가 없다는 비아냥 투 반박을 흘리며 중국에서 귀국한 한국인들이 중국인보다 더 많다는 사람도 있다.

평소 TV 카메라 노출과 마이크를 즐기더니 신천지 회장을 살인죄로 검찰에 고발하며 검찰총장 이름을 실명으로 외치고 수사를 촉구한 이도 있다. 신천지 회장에게 검사받기를 명하며 불응 시 직접 체포를 이유로 경찰을 이끌고 현장으로 출동한 사람도 있다.

신천지에 대한 강한 압박이 방역에는 별로라는 방대본 소견과 달리 압수수색 당장 실시를 검찰에 지시했음을 공개해 수사 기밀 누설 뒷말을 자초한 이도 있다.

한국 출발 승객들에 대해 입국 금지·제한한 나라가 127개국(3월 9일 기준)에 이르는데 방역과 외교는 별개라는 이도 있다. 마스크 관련 국민들의 과소비풍조를 탓하는 사람,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자제하라는 사람, 심지어 마스크 착용 의구심으로 대면 회의를 민낯으로 진행한 사람도 있다. 

능력과 경륜이 부족한 국무위원급 공직자들과 50년대 뮤지컬 영화 제목처럼 ‘쇼처럼 즐거운 인생은 없다’는 생각인지 연예인급 인기몰이에 열중한 정치인들의 마이크 효과는 이처럼 가혹 참담하다.

하지만 최근 30년간 사스, 메르스 등 30여 종의 바이러스를 모두 극복했듯 코로나19 역시 반드시 극복하리라 믿는다. 지금 당장은 마스크 공급을 늘리고 마이크를 줄이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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