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식품과 장내 미생물
발효식품과 장내 미생물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20.03.2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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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전북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근래 과학계, 특히 의료계와 식품과학계는 장내 미생물의 역할과 기능, 이들이 인체 내에서 하는 일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보이며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우리 장내에는 에 이르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아 꿈틀거리고 있으며 이들은 자기 숙주(인간)가 건네주는 음식을 영양으로 이용하면서 살아간다.

이 먹이가 떨어지거나 부실할 때 장 점막 세포를 자극해 뇌로 신호를 보낸다. 먹을 것을 빨리 보내라고. 이것이 우리가 느끼는 공복 증상이며 배고픈 느낌이 전달된다. 

장내 미생물의 여러 기능뿐만 아니라 이들이 균체 내에 가진 유전자 수만 하더라도 인간의 것보다 수백 배가 많다. 그래서 인간은 면역기능 등 미생물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그들에게 떠넘기고 자기 스스로 하는 것을 포기한 것이 많아졌다.

장내 미생물이 인간 세포가 하는 기능보다도 훨씬 많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장내 균이 어떻게 분포돼 있느냐에 따라 인간의 몸체는 비만도 될 수 있고 마른 체격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 건강한 마른 사람의 대변을 비싼 값에 판매해 비만인의 장에 이식하기도 한다. 

이제 대변 이식은 의학계에서 낯선 처방이 아니다. 여행자 설사도 외국에서 갑자기 장내로 들어오는 음식과 함께 묻어오는 각종 낯선 미생물이 터줏대감인 자체 장내 균과의 갈등으로 일어난다고 추정하고 있다.

또한 항생제를 먹고 나서 설사를 하는 경우도 먹은 항생제가 무작위로 장내에 있는 유익균을 죽여버려서 일어나는 부작용이라고 한다. 그래서 의사에 따라서는 항생제 처방을 하면서 유익균(젖산균)을 같이 처방하는 때도 있다. 항생제로 죽어간 장내 유익균을 외부에서 다시 보충해주는 배려를 하는 것이다. 

장내에 있는 미생물은 아주 독특한 성질을 갖고 있다. 절대 혐기성(산소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만 증식할 수 있음으로 대변으로 나온 후에는 생존할 수가 없어 실제 장내에 존재하고, 산소가 존재하는 외부에서는 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 그래서 실험돼지를 이용한 동물시험에서는 각 장기부위에 시료 채취 봉을 꽂아 생존하는 미생물을 조심스럽게 채취해 확인한다.

아직도 인체 내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모든 종과 속을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유전자 분석기술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죽어있는 균까지 확인할 수 있어 차츰 많은 균의 존재를 밝히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밝혀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발효식품 비중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 매일 젖산균 덩어리인 김치를 먹고 있으며 잘 발효된 생 된장, 고추장을 채소와 함께 먹는 것은 일상식이 됐다.

심지어 샐러드 소스도 장류를 쓴다. 이들 발효식품은 한마디로 유익한 미생물 덩어리다. 김치 1g 속에는 유익균으로 알려진 젖산균 수십억 마리가 살아있으며 이들이 김치 발효에 관여한다.

이렇게 김치나 장류에 살아있는 미생물을 섭취했을 때 이들 유익균이 장내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몇몇 연구 결과에 의하면 김치를 먹었을 때 대변에서 젖산균의 균 수가 많아지는 것이 확인됐다. 즉 김치 발효 관여 균이 장내에서 살았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특히 김치 주 발효균인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럼(Lactobacillus plantarum)은 강력한 생존력으로 식중독 등 유해균 저해 능력이 강하고 이에 따라 우리 장내에서 유익한 작용을 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또한 장류 발효에 관여하는 고초균(Bacillus subtilis)도 유익균으로서의 역할을 구명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우유 발효에 관여하는 젖산균의 역할만이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매일 먹고 있는 채소류 발효 제품인 김치나 콩 발효식품인 장류, 어류를 이용한 젓갈 등에 들어 있는 유익균들이 우리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고 있다.

이제 이 분야 연구를 국내 과학자의 선도로 활성화해 우리 한식의 기본이 되는 발효식품의 진가를 알아내야 할 때다. 한국인의 건강수명이 곧 세계 1위에 등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발효식품 섭취량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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