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지식- 오래된 와인만이 좋은 와인일까
와인 지식- 오래된 와인만이 좋은 와인일까
  • 박지수 음식평론가, 조리외식서비스경영학 박사
  • 승인 2020.04.1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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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음식평론가, 조리외식서비스경영학 박사

오래될수록 좋은 와인이라는 믿음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자연과학이 와인에 적용되기 전까지 와인의 양조와 보관은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와인은 수확 다음 해 여름을 넘기지 못했고 이런 와인은 오래될수록 값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몇몇 유명한 샤토에서 나오는 와인은 1년, 2년 더 오래 보관을 해도 맛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좋아져 이런 와인은 값이 비싼 것은 물론 명품으로 찬사를 받았다. 즉 와인은 오래될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오래돼도 그 맛이 변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3년 묵은 간장이라면 변질된 것이 아니고 간장의 특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오히려 깊은 맛과 향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 16~17세기에 프랑스에서 마시는 와인은 조악하고 겉보기에도 탁했으며 거칠었고 오래 가지 못했기 때문에 다음 해 와인을 담그기 전에 모두 마셔야 했다.

즉 와인의 수명은 수십 년이 아니고 1년을 목표로 담그는 것이었다. 때문에 당시에는 보다 투명하고 풍미가 섬세한 와인이 가장 귀한 와인으로 평가받았고 와인은 다음 해 6월 이전에 모두 소모해야 한다는 믿음이 지배적이었다. 

프랑스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Fernand Braudel)’은 ‘1500년대에는 오래된 보르도 와인이 담긴 오크통 하나가 6리브르밖에 안 됐지만 갓 담근 와인이 담긴 오크통 하나는 50리브르나 되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근대적 와인의 시대가 열린 1600년대 후반부터라고 볼 수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와인은 다른 작물과 구별되지 않는 농작물에 불과했다. 와인의 생산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으며 와인 가격은 수확한 해가 지나고 햇 와인이 나오면 폭락했다. 이렇게 대부분의 와인은 오래될수록 질이 떨어지는 것이었으나 특정 지역의 것은 3년, 5년, 10년을 두어도 맛이 유지되는 것이 있었으니 이들이 오늘날 ‘그랑 크뤼(Grand Cru)’가 된 것이다. 

부쇼네(Bouchonné), 과연 이 냄새를 알고 이야기하는 걸까.

일반적으로 ‘코르키드(Corked)’라는 말로 표현되는데 TCA(2,4,6-trichloroanisole)라는 성분에서 유래된 퀴퀴한 나무 썩은 냄새를 풍기는 경우를 말한다.

습한 환경에 익숙한 한국인은 이 냄새에 대해서 예민하지 않지만 서양 사람들에게는 참기 어려운 향으로 분류된다. 병을 따서 와인 맛이 이상하면 무조건 와인이 ‘부쇼네’ 됐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지만 과연 이 냄새를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비싼 돈을 주고 TCA를 구입해서 약간의 알코올과 섞어서 냄새를 맡아봐야 한다.

또 와인을 아는 척하는 사람들이 코르크 마개 중 5 %가 상했다고 하지만 이것도 옛날이야기다. 

포르투갈은 1990년부터 유럽연합(EU)과 공동으로 연구해 1996년 와인과 증류주 그리고 기타 음료의 오염 원인에 관한 6년간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TCA는 코르크 숲에서 발견하기 힘들고 이것은 주로 곰팡이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이 성분은 어디서나 발견되는데 식품, 음료는 물론 재료 즉 플라스틱 유리, 금속용기 그리고 코르크까지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코르크 산업에서 TCA 오염을 줄이기 위해 연구진과 협력해 많은 돈을 투자해 마이크로웨이브, 오존처리, 오토클레이브 등 새로운 시설을 도입했기 때문에 TCA를 비롯한 기타 물질이 와인에 오염될 가능성은 많이 감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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