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반’ 성공을 통해 본 음식문화 혁명
‘햇반’ 성공을 통해 본 음식문화 혁명
  • 김병조
  • 승인 2006.12.14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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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고추장, 김치에 이어 밥까지 공장형 제품이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는 시대가 됐다. 도시 가구의 경우 이미 대부분의 가정에서 상품 고추장을 사먹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김치도 직접 담가 먹는 가정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밥까지 공장에서 만든 밥을 사먹는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

음식문화의 혁명이 계속되고 있다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이같은 음식문화 혁명의 특징은 ‘음식의 탈(脫)가정, 상품화’이다. 음식을 가정에서 직접 만들거나 조리해서 먹는 것보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상품화된 음식을 이용하는 인구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핵가족화, 여성인구의 사회활동 참여 확대 및 싱글족 증대 등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그런 이유만 작용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필자가 볼 때 ‘음식의 탈(脫)가정, 상품화’의 급속한 진전의 핵심적 이유는 상품화된 음식의 질적 우수성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고추장과 김치를 담글 시간이 없거나 담글 줄을 몰라서 공장형 제품을 사먹는 경우도 있겠지만 상품화된 음식이 질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시장은 성장할 수가 없다. 출시 10년이 된 CJ의 ‘햇반’이라는 포장밥의 성공이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1996년 처음 첫선을 보인 햇반은 10년 동안 무려 4억 개가 팔렸다. 필자는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지만 4600만 인구가 1인당 8.7개씩이나 먹은 꼴이다. 자고로 밥이라면 금방 지어내서 김이 무럭무럭 나고 구수한 냄새가 나야 제격인줄로만 알고 있던 필자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제품은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하고 유통기일이 1년이 지나도 품질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일반 공산품을 판매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판매가 가능한 제품이다. 음식 이전에 공산품이라는 뜻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얻은 연구개발의 성과물이라고 하지만 직접 지은 밥과 비교해 맛이 형편없다면 과연 10년 동안 4억 개가 팔릴 수 있었을까.

퇴근하면서 편의점에 들러 햇반 하나 사들고 집에 가서 전자레인지에 3분만 돌리면 금방 지어낸 밥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맛을 내기에 그 정도의 판매가 이뤄졌다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편리함에다가 품질이 뒷받침이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밥까지 상품 밥을 먹는 시대가 됐으니 뭔들 가능하지 않겠는가. 공장에서 만든 밥을 사먹는 사람이라면 반찬은 더더욱 상품화된 반찬을 사먹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이미 보편화되고 있는 김치이겠지만, 앞으로는 그 종류가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리하여 반찬만을 전문으로 생산해내는 ‘반찬공장’이 조만간 등장하리라는 예상까지 든다.

반찬공장이 생긴다면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외식산업에도 대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어느 업소나 비슷비슷한 밑반찬을 굳이 각각의 영업장에서 원부재료를 구입해 인력과 시간을 낭비하면서 만들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반찬만을 전문으로 생산해내는 공장의 경우 대량 구매에 따라 원부재료 구입단가도 개별 외식업소가 구매하는 경우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저렴할 것이고, 반찬의 맛 또한 전문성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개별 업소에서 만든 것보다는 더 나은 맛을 낼 수 있다. 외식업소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구색을 갖춘 밑반찬 중에서 자기 업소에 필요한 종류를 선택해서 그때그때 필요한 양만큼만 주문해서 사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외식업계의 고질적인 난제인 인력난과 원가절감에 크게 기여해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나아가 음식쓰레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 등을 줄여 국가경제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음식이 좋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생산성과 효율성 등 산업적 측면에서 볼 때 추세가 그렇게 가고 있고, 또 그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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