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기 평론
맛보기 평론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20.07.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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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음식평론가, 조리외식서비스경영학 박사

‘맛보기는 동물적인 감각이며 반복적인 습관에서 비롯된 것일까?’ 늘 의구심이 드는 질문이다.

총체적 의미의 맛은 혀(좁은 의미)와 눈·코·귀·피부(넓은 의미)에서 느끼는 것 외에 식습관, 분위기, 기호도, 건강 상태, 나이, 기후 등 주변의 여러 가지 영향 요소가 포함된 감각적 행위이다. 아기들은 모든 것을 입으로 가져간다. 혀가 가장 먼저 발달하는 감각기관이기 때문이다. 3일 만에 우유에 맛을 들여놓으면 엄마가 아무리 젖을 먹이려고 해도 입을 열지 않을 정도다. 따라서 아기들은 한동안 모든 것을 입으로 확인하고 판단한다.

외국의 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맛을 느끼는 혀의 감각기관인 미뢰는 임신 10주 만에 발견되고 14주가 되면 양수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맛은 혀의 감각기관을 중심으로 한 4원미(단맛·신맛·짠맛·쓴맛)가 기본이다.

우리가 흔히 맛으로 알고 있는 매운맛·떫은맛·금속성 맛·구수한 맛 등은 다른 감각으로 이해해야 한다. 쓴맛은 미각 중에서 가장 친해지기 어려운 맛이다. 반복 학습효과에 의해 그 좋은 맛을 습득하는 경우가 많다. 소량의 쓴맛은 식품의 맛에 깊이를 더해주고 맛있게 하는 효과가 있다. 짠맛은 다른 맛을 증강시켜서 미각으로 느끼게 하는 힘이 세다. 딸기에 소금을 약간 뿌리면 더 달게 느껴진다. 신맛은 긴장감이나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는 효과가 높다. 새콤한 레몬에이드 등을 마시면 상쾌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단맛은 신맛·쓴맛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고, 불쾌한 느낌이나 악취를 막아주는 작용을 한다.

* 맛에 영향을 주는 요소
맛과 감정=화가 날 때는 쓴맛 나는 음식을 먹으면 풀린다. 긴장해 있을 땐 단맛 나는 음식, 움츠러들었을 땐 신맛 나는 음식을 먹으면 좋다.
맛과 온도=온도에 따라 맛을 느끼는 강도가 다르다. 단맛은 음식물이 체온에 가까운 온도일 때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고, 짠맛은 온도가 낮아질수록 증가하며 쓴맛은 체온보다 낮아질 때 급속하게 증가한다. 반면 신맛은 거의 모든 온도에서 일정하게 느껴진다.

맛과 성=여자는 쓴맛에 민감하고 남자는 단맛에 예민하다. 쓴맛은 대부분 독성이 있는데 여성이 쓴맛에 민감한 것은 임신 중에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진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연구 결과 여성들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쓴맛을 더 잘 느끼고, 특히 임신 중에 민감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맛과 나이=어린이는 어른보다 단맛에 2배가량 예민하다. 50살이 넘으면 모든 맛에 대한 예민도가 떨어지는데 특히 단맛의 예민도가 가장 심하다.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맛과 공복=배가 고플 때는 4원미의 예민도가 높아진다. 오전 11시반 경이 가장 예민하고 식사한 뒤 1시간 내에는 급격히 낮아졌다가 식사를 한 뒤 3시간가량 지나면 감도가 다시 증가한다. 
오감으로 먹는 맛=카레는 냄새로 먹고, 콘플레이크는 소리로 먹고, 냉면과 떡볶이는 눈으로 먹고, 마시멜로와 젤리는 촉감으로 먹는다. 

*맛과 궁합
상승효과-설탕물에 알코올을 넣으면 더 달다(칵테일), 설탕물에 소금을 넣으면 단맛이 강해진다(단팥죽). 
상쇄효과-짠맛이 강하면 식초를 넣는다(김치가 시어지면 짠맛이 약해진다). 
공조효과-한 가지 맛을 본 뒤에 다른 맛을 보면 앞의 맛으로 뒷맛이 현저하게 다르게 느껴진다(쓴맛을 본 뒤엔 맹물도 달다).

*맛을 표현하는 노력
맛보기는 입만으론 곤란하다. 총체적인 체험행위를 총동원해야 한다. 예를 들면 배추의 재배과정을 접한 표현과 주방에서 김치 담그는 모습만 본 표현은 차이가 있다. 산지에서부터 시작해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고, 음식의 맛을 봐야 제대로 느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맛보기는 동물적인 감각이다. 축구선수가 공을 보면 자동적으로 몸이 따라 움직인다. 이는 태어날 때부터 그런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반복 학습으로 이뤄진다. 자주 음식을 먹어봐야 맛을 느낄 수 있다. 맛보기도 습관이란 말이 있다. 쓴맛과 떫은맛의 와인이 어느 날 감미롭게 느껴진다면 맛보기의 지속적인 습관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어떠한 좋은 음식이든 감미롭고 매력적인 맛도 단 한 번에 느낀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단 한 번에 매료된 맛이 있었다면 그것은 자신도 모르는 몸에 배어있던 맛의 감각기관이 기억하고 있는 맛이 표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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