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시대 식음료 시장 키워드는 수량과 플랫폼
뉴노멀 시대 식음료 시장 키워드는 수량과 플랫폼
  • 박현군 기자
  • 승인 2020.08.18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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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산업, 하반기 언택트 환경 속 대량판매 경쟁 시대
노인인구·1인가구 증가와 건강 관심이 소비 확대 견인
지난달 30일 한국외식정보교육원에서 진행한 2020 외식경영 마크로 리더십에서 김정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가 ‘2020년 하반기 식음료 산업 전망’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사진=박현군 기자 foodnews@
지난달 30일 한국외식정보교육원에서 진행한 2020 외식경영 마크로 리더십에서 김정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가 ‘2020년 하반기 식음료 산업 전망’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사진=박현군 기자 foodnews@

중국에서 퍼진 코로나19는 올해 초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리며 많은 것을 바꿔놨다. 전문가들은 심지어 인류문명을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눠진다고까지 말할 정도다. 그렇다면 코로나19는 국내 식품산업의 비즈니스 트렌드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고 있을까? 한국외식정보교육원에서 진행한 2020 외식경영 마크로 리더십 과정의 강사로 나선 김정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에게 들어봤다.

 “2020년 하반기 이후 식음료 관련 산업은 Q(Quantity, 수량)의 시대입니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식음료분야 수석연구원은 ‘2020년 하반기 식음료 산업 전망’의 첫마디를 이렇게 열었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식음료분야 수석연구원.
김정욱 메리츠증권 식음료분야 수석연구원.

2020년, 한국 식음료 3세대 시작
그는 1990년대 이후 국내 식품산업을 1, 2, 3세대로 구분하고 2020년 하반기를 3세대라고 정의했다. 3세대의 특징은 언택트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대량판매 경쟁의 시대다.

1세대는 1990년부터 2006년까지로 대형마트가 견인한 성장의 시대다. 이 때는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을 만큼 고도성장을 이룬 풍요의 시기로 음식이 단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것을 넘어 문화의 향유로 확산되면서 식품·외식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때였다. 이같은 식품에 대한 니즈가 대형마트라는 공간 속에서 식품 소비량과 판매 단가를 꾸준히 견인해 식품·외식 산업의 황금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식품산업의 성장도 2006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고 식품업계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식품업계는 HMR(가정간편식)을 앞세워 위기 탈출에 성공했다. 그래서 2006년 이후를 HMR에 의해 주도되는 2세대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시기 식품 소비량은 한국경제 수준에서 성장할 만큼 성장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양적 팽창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식품업계는 HMR의 고급화와 과일·음료 등의 프리미엄화를 앞세워 매출 향상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202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3세대는 코로나19가 만들어 낸 언택트 환경의 뉴노멀 시대를 배경한다. 이 시기에 양적 팽창은 한계에 달했기 때문에 기대할 수도 없고 HMR 프리미엄도 사라진 상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환경은 역으로 식품 수요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맛있는 행복과 만남을 누리기 위해 음식을 찾고 있지만, 식당 등 판매소에 자유롭게 가지 못하는 환경이 결핍으로 다가오고 이 것이 음식에 대한 필요와 구매욕구를 단기적으로 높인다는 것이다. 

3세대 식품시장의 기회와 위험
실제 CJ제일제당, 오뚜기 등 식품기업들도 HMR의 맛 품질과 유통기한 확보를 통해 비대면 상품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마트, 롯데마트 등 오프라인 기반 유통기업들도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3세대 식품시장은 CJ제일제당, 오뚜기, 이마트 등 1세대와 2세대를 주도한 대형마트·대형 식품제조업체들 뿐 아니라 쿠팡, 육그램, 더반찬, 착한들 등 온라인유통 플랫폼·중소식품제조업에 위쿡,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플랫폼·공유주방 및 놀부, 엽기떡볶기 등 외식프랜차이즈 업체들까지 참여하면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3세대 식품시장은 성장 여력의 한계가 분명한 시장에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경쟁하는 전형적인 레드오션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2020년 6월 기준 온라인유통으로 이뤄지는 배달음식의 국내 시장 규모는 약 20조 원으로 이 중 15%인 3조 원 정도가 배달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팽창하고 있고, 배달음식 시장규모 중 배달앱이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욱 애널리스트는 3세대 식품산업의 소비환경이 정체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3세대 식품시장에서 소비확대를 견인하는 요인은 노인인구·1인가구 증가와 건강에 대한 관심 확대다.

김 애널리스트는 “1인·노인가구의 증가는 결과적으로 가정식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식품의 수요 확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식재료 구매, 요리, 식사 후 설거지 등에 번거로움을 느끼게 되면 자연스럽게 외식 혹은 식사 대체 식품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1995년부터 2017년까지 우리나라의 음식료 시장에서 성장해온 종목들을 살펴보면 가격 위주로 시장 규모가 성장한 업종은 생수, HMR, 커피음료, 치즈, 냉동식품, 햄 등인 반면 판매규모 확대로 인해 성장한 업종은 고추장, 밀가루, 스낵, 라면, 참치캔, 탄산음료 등이다. 반면 커피, 분유, 아이스크림은 가격이 정체되고 판매도 소폭 감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식사대체식품에 속하는 HMR·냉동식품·햄 등은 소폭이지만 가격·수량 측면에서 꾸준한 동시 성장을 보였다. 김 애널리스트는 “인구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로 인한 식음료 시장의 성장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HMR, 식품산업 성장의 견인차
3세대 식품시장은 언택트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식품산업의 자체 성장 잠재력도 2세대보다 현저히 낮아진 상태다. 그리고 한국 식품시장의 전통적 강자인 대형식품제조업체 뿐 아니라 중소식품업체와 외식프랜차이즈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또 식품을 소비자에게로 전달하는 유통채널 간 플랫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김정욱 애널리스트는 3세대 식품산업의 구조를 밥·김치·만두·국·찌개 등 음식을 HMR 형태로 만들어 배달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3세대 식품시장을 “Q의 시대이면서 동시에 배달 플랫폼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특히 레토르트 기술과 냉동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HMR제품의 품질도 크게 향상되고 있어  기존 죽, 밥, 김치, 국·탕류 뿐 아니라 만두, 외국식 전통요리, 조리냉동, 술안주류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음식들이 HMR(밀키트·배달음식 포함) 형태로 출시되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의 요구도 제품종류, 맛, 영양소 등에서 개인적 취향에 따라 다양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HMR은 CJ제일제당, 오뚜기, 대상 등 특정 HMR 강자가 독주하는 체제로 가기 보다는 다양한 식품·외식·단체급식업체들이 여러 브랜드를 운용하며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로 인해 HMR 시장은 경쟁을 통해 통합적으로 재편되기보다는 오히려 파편화·세분화 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2020년도 국내 식품시장은 어떻게 구성됐을까? 우리나라 식품시장 규모는 총 89조2000억 원으로 축산물 가공, 수산물 가공, 만두, 장류 등 20개 종목이 81.7%(72조9000억 원)를 차지하고 나머지 18.3%(16조3000억 원)는 통조림, 떡류 등 영세산업들로 구성됐다. 이 중 축산물 육가공품이 21조9000억 원, 비알콜성 음료가 8조4000억 원, 수산물 가공 제품이 4조9000억 원, 주류가 4조5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만두(7000억 원), 김치(1조2000억 원), 당류(1조7000억 원) 제품의 성장이 크다. 

김정욱 애널리스트는 우유·치즈 등 유가공품(5조 원), 즉석섭취·편의식품(3조 원), 면류(2조8000억 원) 등이 3세대 성장잠재력이 높은 종목들로 2세대 끝자락이던 2020년 상반기까지의 시장규모도 결코 작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고 평가했다. 

공유주방·육류혁명 3세대 신규강자 주목
김정욱 애널리스트는 특히 3세대에 주목할 식품 산업 이슈로 공유주방, 신육류 플랫폼 분야를 꼽았다. 이와 함께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국내 시장 축소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유주방은 최근 정부의 규제완화와 배달앱 플랫폼 활성화를 계기로 산업화의 기반이 마련돼 3세대 식품 산업군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여전히 위험요소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클라우드키친은 한국을 공유주방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제2의 거점지역으로 선택했다. 클라우드키친의 이같은 선택은 한국의 배달 인프라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공유주방은 오직 음식을 생산할 수 있는 실평수의 주방만 갖추고 나머지 판로와 마케팅을 배달 플랫폼에 일임하기 때문에 배달 플랫폼이 고도화될수록 공유주방의 성장 확률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위쿡을 비롯해 국내 공유주방이 조금씩 퍼져나가는 추세다. 
공유주방의 성장은 식재료유통 분야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위쿡 등 공유주방 사업체들은 쌀, 밀가루, 소금, 후추 등 입점업체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식재료를 산지에서 공동대량구매 형식으로 구입해 음식의 원가를 낮추고 있다. 식재료 생산자도 안정적으로 대량 납품한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입장이다.

김정욱 애널리스트가 두 번째로 주목할 만한 신 산업군으로 선정한 신육류 플랫폼은 크게 대체육과 육류 신채널로 설명된다. 대체육은 콩·허브 등 식물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고기의 식감을 낸 식물성 고기와 삼겹살·안심 등 동물의 특정부위 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인공 배양육으로 나뉜다. 대표적인 대체육 업체 미국의 임파서블 푸드는 식물성 고기로 햄버거 패티를 만들어 납품하고 있다.

미국의 무프리는 인공우유를 판매하고 햄프턴크릭푸드는 식물성 계란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제이영헬스케어라는 벤처기업도 콩·허브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에 소·돼지·닭·칠면조 고기의 맛과 식감을 입힌 식물성 대체육을 개발했다. 반면 미국의 맴피스키트와 네델란드의 모사미트는 기존의 소, 닭, 오리 등에서 세포를 추출한 후 배양한 배양육을 판매하고 있다. 

신육류 플랫폼은 ㈜글로벌네트웍스에서 개통한 미트박스로 인해 촉발됐다. 일반적으로 육류 유통은 육류가공·수입 업체→도매상1→도매상2→소매상→식당or개인 이라는 유통구조를 거친다. 미트박스는 이 중 도매상과 소매상을 모두 배제하고 육류가공업체와 축산물수입업체로부터 고기를 납품받아 최종 소비자인 식당과 개인에게 도매가격으로 납품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김정욱 애널리스트는 “미트박스는 2024년까지 거래량 1조 원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아마도 그 목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미트박스의 이같은 성공으로 여러 업체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결국 기존 육류 유통구조는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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