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제동에 상장 지연... 우려의 목소리 높아져
증권선물거래소는 연내 돼지고기를 선물시장에 들여오고 추이를 보며 중장기적으로 소, 닭 등 다양한 상품으로 대상을 넓히려 했다. 농가수입 지원과 관련 산업의 보호차원에서 볼때 정부에서도 긍정적이었는데 금융당국이 돌연 제동을 걸어 온 것.
선물거래는 미리 결정한 가격으로 미래의 일정시점에 상품을 사고팔기로 약속하는 것으로, 그 효시는 농축산물이다. 모든 경제적 자원에는 계절적 특성과 운송, 저장의 어려움 등 결점이 있다.
특히 돈육은 사육두수와 사료비용에 따른 생산파동, 구제역과 돼지콜레라 같은 질병 때문에 가격 등락폭이 심한편이다.
그럼에도 파동 때마다 가격하락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전무한 상태이며, 유통업자나 육가공 업자와의 장기공급계약 등으로 근근이 대처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돈육선물이 상장돼 성공적으로 정착되기만 한다면, 양돈농가는 돼지의 출하시점에 가격 폭락에 대비한 위험관리 수단을 가질 수 있고, 돈육 유통 및 가공업자들은 선물가격을 활용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돈육시장은 생산자 시장이 3조9000억원 규모, 소매시장이 9조2000억원 규모로 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농축산물 시장이며, 돈육가공시장을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욱 크다.
이와 같은 장점 때문에 선물거래는 전 세계적으로 곡물 중심에서 석유, 면화, 금속,비금속, 주가지수 등으로 영역을 꾸준히 넓혀올 수 있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경제활동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자원에 선물거래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선물시장 개설 이후 10년 남짓 동안 증권선물 거래소의 거래 품목이 종합주가지수, 국채, 미국 달러, 일본 엔 등 주로 금융상품이 중심으로만 움직이고 있다.
이에 돈육선물의 경우 국내에서는 최초로 상장되는 농축산물 선물상품이라는 점에서 상장의 국가 경제적 및 역사적 의의가 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의 경우 1870년부터 쌀 선물거래를 시작해, 현재 전국에 7개 상품선물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옥수수, 면사, 대두, 원당, 커피, 닭 등 다수의 농산물이 취급된다.
또 세계 최초의 선물거래소인 미국 시카고거래소(CBOT)는 지금으로부터 140여년 전인 1865년 옥수수와 밀 선물 등을 상장 시켰다. 미국 중서부의 곡창지대에서 수확된 곡물들은 동절기의 운반 및 보관 문제로 해마다 심한 가격등락을 보였고, 이에 따른 가격위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자와 구매자간의 선물거래가 자연스럽게 발달하게 된 것이다.
한편 지난 20일 농협중앙회 본과 2층 중회의실에서는 ‘돈가 전망 및 돈육선물시장 개설시 축산업계에 미치는 영향’ 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양승룡 교수, 대한양도협회 최영열 회장,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서문원 이사, 한국냉장(주) 변병선 부장 등 관련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2007년 돈가를 전망하고 돈육선물시장개설을 촉구하는 회의를 펼쳤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 발표를 맡은 충북대학교 농업경제학과 윤병삼 교수는 “돈육선물이 상장되게 되면 체계적인 위험관리수단 제공, 미래의 돈육가격 예시기능 제공, 돈육시장의 투명성 및 효율성 제고, 돈육시장의 가격안정화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민 기자 min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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