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외식업계에 필요한 ‘당근’과 ‘채찍’
식품외식업계에 필요한 ‘당근’과 ‘채찍’
  • 김병조
  • 승인 2006.12.2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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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식품외식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영세성이다. 식품제조가공업체의 경우 2004년 말 현재 전체 1만5455개소 가운데 종업원이 50인 이하인 업소가 1만4835개소로 전체의 95.99%를 차지하고 있다. 종업원이 51인에서 300인 이하인 업소는 544개소(3.51%), 301인이 넘는 대기업은 76개소(0.50%)에 불과하다. 그런데 매출액의 절반 이상(51.37%)은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산업구조 자체가 영세하다. 이는 법인업체를 대상으로 집계한 것이어서 개인사업자까지 포함하면 그 영세성은 더 강해진다.

외식업소도 마찬가지다. (사)한국음식업중앙회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 43만8208개 업소 가운데 규모가 10평미만인 업소가 13만9913개로 31.9%나 되며, 10~20평 규모는 13만2065개(30.1%), 21~30평 규모는 8만3088개(19.0%)로 30평 이하의 소규모 영세 업소가 전체의 81%나 차지하고 있다. 음식업중앙회에 소속된 회원 업소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기에 비회원 업소까지 포함하면 이 또한 영세성은 더 강해진다.

식품외식산업이 이처럼 영세성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은 특별한 기술이나 자격 없이도 소자본 창업이 가능해 진입장벽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점의 경우 IMF 이후 정부가 실업구제 차원의 소자본 창업 육성책을 펴면서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나 인구 65명당 1개꼴로 영세한 가운데 경쟁까지 심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식품외식업소가 영세하고 취약한 경영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식품이나 음식은 국민의 건강한 식생활과 직결되는 것인데 이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영세하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의 먹거리 안전이 위협받을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식품외식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식품외식산업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이 과거처럼 규제일변도에서 벗어나 산업진흥을 동시에 추진한다면 산업구조의 영세성이 어떻게 될 것이며 또 영세성을 탈피시키기 위한 정책은 어떻게 펴야할지를 정책당국이 고민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식품외식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당근’은 무엇이어야 하고, 또 영세한 산업구조를 개선해 국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떤 ‘채찍’을 써야 할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당근’ 즉, 산업육성 정책에 대해 살펴보자. 식품외식산업이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업체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고 인프라를 구축해주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우선 가장 시급한 과제가 식품외식산업 전반의 현황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통해 활용 가치가 있는 통계를 생산해내는 일이다. 또 산업발전의 저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불필요한 규제나 제도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고품질의 상품과 서비스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경영과 기술, 위생 등의 개선을 유도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식품외식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당근’만 있어서도 안 되며 적절한 ‘채찍’도 가하는 균형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채찍’은 곧 규제강화인데 적어도 위생관리에 관한 한 지금보다도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할 것이다. 잘 하는 업체에게는 ‘당근’을 많이 주되 잘 못하는 업체는 강한 ‘채찍’으로 더 이상 식품외식업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 일정한 기준을 갖추지 못하면 아예 진입을 못하도록 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개’나 ‘소’나 누구나 진입할 수 있도록 방치해서는 식품외식산업의 영세성 탈피는 어려우며, 그것이 안 되면 식품외식산업의 발전도 크게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농림부가 식품외식산업 육성 의지를 밝히면서 육성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어떤 것일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농림부가 식품외식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고 많은 예산을 투입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 자체는 매우 환영하는 일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그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그것은 농림부가 그동안 농업ㆍ농촌문제 해결을 위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도 만족할만한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다. 식품외식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과제를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채찍’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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