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우리 음식문화 탓하지 마라
괜히 우리 음식문화 탓하지 마라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20.12.2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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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영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농수산학부장

2020년은 우리의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한 해가 됐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이런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 대중매체는 국민들에게 정확한 상황과 국민들이 지켜야 할 수칙을 알려주고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일을 소홀히 하면 안된다.

그런데 요즈음 TV에 나오는 비과학적인 음식문화 캠페인을 보면 짜증이 날 때가 있다. 대중매체가 공익광고나 캠페인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코로나19 시대에 나눠 먹는 우리 음식 문화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까운 심정이 든다. 

내용인 즉, KBS-TV에서 코로나19 시대에 나눠 먹는 우리 음식 문화가 마치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있는 것처럼 설명하고 그래서 음식을 덜어서 1인 밥상을 만들어 먹자는 캠페인이다. 그러나 이 캠페인에는 심각한 과학적 오류가 있고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폄훼가 있다.

여러분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감염을 막기 위해 음식을 끓여 먹으라는 소리는 한 번도 들어 보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손을 자주 깨끗이 씻어라’는 방역지침을 가장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스크를 써라’는 방역지침이 두 번째다. 이 말은 코로나19는 적어도 음식으로는 안 옮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는 눈, 코, 입안의 점막으로 침입해 폐로 들어가고 있으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우리 몸의 위 안에 들어가면 산에 의해 다 분해돼서 음식으로 옮기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을 끓여 먹어라’는 말을 방역 당국에서 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음식으로 옮긴 사례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상에서 젓가락으로 가져다 먹는 우리의 밥상 문화가 마치 코로나19를 옮기는 주역이 되는 것 같이 정부 기관에서 캠페인을 후원하고 있다. 분명 비과학적인 이야기이다. 오히려 장점이 훨씬 많은 전통 음식 문화를 왜곡하고 폄훼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만일 코로나19가 음식을 통해 옮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캠페인은 잘못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떨어진 음식은 젓가락으로 가져다 직접 먹든 덜어서 내 접시에 갖다 먹든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데는 아무런 차이나 상관이 없다. 내 숟가락이나 젓가락으로 공유 음식을 집어서 먹을 때, 물론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미생물로 인한 위생문제일 때는 달라진다. 그러나 적어도 코로나19 문제에서는 덜어서 가져다 먹거나 직접 입으로 들어가거나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이 캠페인은 도움이되지 않고 오히려 혼란만 준다.

이 캠페인의 치명적인 비과학성은 코로나19는 직접 악수를 하거나 감염자가 쓴 물건을 간접적으로 만질 때 감염시키고, 재채기할 때나 말할 때 비말에 의해서 옮긴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요즈음 중식이나 서양식, 한정식 등 음식점에서는 내가 쓰는 젓가락을 공유 음식에 쓰지 않고 덜어 먹을 수 있도록 음식 하나에 젓가락이나 숟가락을 얹어서 서빙한다.

이 음식을 내 접시에 덜 때 음식에 제공된 수저를 공유하는 것이 훨씬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19 사태 초기 뷔폐 식당에서 코로나19 감염사례가 많이 나올 때 뷔페식당이나 단체 식당은 고객에게 일회용 장갑을 제공해 음식을 덜어 가져오게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됐을 때 뷔페식당을 제일 먼저 닫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 식품 위생에 관한 문제일 때는 내 젓가락으로 공유 음식을 가져오는 것이 문제가 될지 모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반 뷔페식당에서는 공유 젓가락을 쓰는 것보다 내 젓가락으로 모든 음식을 집어 오는 것이 훨씬 코로나19 감염에 안전하다. 물론 다시 음식 가지러 갈 때 대부분 새 접시와 젓가락을 쓰니까 더 안전하다. 

이것이 과학적인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부 기관에서 우리 음식문화를 폄훼하고 왜곡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정보를 이용해 홍보하면 국민들은 잘못된 정보의 늪에 빠지게 되고 잘못된 정보가 더 심해지면 국민의 안전을 해치기까지 한다. 더군다나 우리 음식은 조화와 균형, 사랑과 존중 등 장점이 훨씬 많다. 우리 민족의 정서와 문화를 대변하는 우리 음식 문화를 탓하면서 비과학적인 캠페인을 하는 것은 이젠 그만뒀으면 한다. 

그러면 한정식 식당 같은 데서 코로나19에 안 걸리면서도 우리 문화를 살리는 제일 좋은 방법은 어떤 방법이 있을까? 아마도 두 가지의 젓가락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음식을 서빙할 때 공유 젓가락을 가져오는 것을 지양하고, 셋팅을 할 때 두 개의 젓가락 세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나는 음식을 덜 때 쓰는 젓가락이고 다른 하나는 음식을 먹을 때 쓰는 젓가락이다. 물론 이 두 젓가락이 헷갈리면 소용이 없으니까 색깔이나 재질로 구분해 제공하면 덜 헷갈릴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처럼 과학에 근거한 캠페인을 할 때다. 괜히 우리 식문화 탓을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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