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종주국 논란에 과학적으로 잘 대처하라
김치 종주국 논란에 과학적으로 잘 대처하라
  • 권대영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농수산학부장
  • 승인 2021.02.2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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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영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농수산학부장

오래전 세계김치연구소에서 김치를 한자로 한국파오차이(韓國萢菜)라고 표기하고 다닐 때 나는 그것은 앞으로 커다란 문제를 달고 올 것이라고 예감했다. 역사나 언어 유래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김치를 이렇게 쓰면 포차이가 원조이고 한국포차이는 아류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김치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자꾸 중국의 파오차이나 일본의 쯔께모노나 독일의 사우어크라우트와 같은 선상에 놓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주영하, 풀무원 뉴스레터, p 18, 1999; 박채린, 한국식생활문화학회지, 34, 93-111, 2019; 한응수, 한국의 발효식품, 195-266, 2021), 그렇게 보면 김치도 이들의 한 부류밖에 안 된다고 수없이 말해왔다. 이름 표기처럼 결국 중국의 포차이가 김치의 원조라고 이야기해도 아무런 반박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사실 한국에서 이런 잘못된 표현을 하지 않았으면 중국에서 파오차이가 김치의 원조라는 주장도 나올 수 없었다. 그런데 김치를 중국의 파오차이나 짠지에 고춧가루만 넣으면 되는 것으로 믿고 이런 주장을 자주 하다보니 지금의 커다란 망국적인 역사 왜곡 상황이 도달한 것이다. 그

들이 그런 잘못된 주장을 하게 된 연유는 아무런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고추가 임진왜란 이후에 들어왔다는 통설을 믿고 지탱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김치 역사가 100년도 안되었다(주영하, 경향비즈 2011년 5월 3일)고 주장하기도 했던 그들에게는 김치나 고추장을 나타내는 단어가 임진왜란 전 문헌에 안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김치나 고추장을 나타내는 글자는 수많은 고문헌에 나와 있다.

그들은 증거에서 밀리다 보니 잘못된 전제를 고치기보다는 오히려 잘못된 전제를 합리화하기 위해 임진왜란 전 고문헌에 나오는 김치는 지금 김치와 다른 백김치라고 단정하고 합리화했다. 김치가 백김치부터 시작됐으면 중국의 파오차이와 일본의 쯔께모노와 다를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것이 중국에 파오차이가 김치의 원조라는 빌미를 제공한 단초가 된 것이다. 이 주장 이후로 중국은 몇 년 전부터 김치 같은 것으로 파오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다가 결국 이번에 김치의 원조가 파오차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잘못된 전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김치연구소는 각종 방송(JTBC, 1월 28일)과 신문(연합뉴스 2020년 12월 12일)에 나와 중국 고문헌을 들이대면서 김치가 우리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아무리 얘기해도 깨끗하게 정리되지 않고 결국 파오차이같은 백김치에 고춧가루를 넣어서 만든 것이 김치라고밖에는 들리지 않으니 결국 중국이 원조라는 데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 

김치를 존재할 수도 없는 고대김치와 현대김치로 나눠 ‘고대김치는 중국이 원조하고 해도 할 수 없고 현대김치만이 우리나라가 원조다’라는 주장밖에 되지 않는다. 세상에 우리나라에만 있는 김치가 고대김치가 있고 현대김치가 따로 있다는 말인가? 이런 엉터리가 어디 있는가? 세계김치연구소가 이렇게 된 것은 김치의 역사를 김치의 재료와 음식의 발달 방향, 삶의 역사와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책에서 우리 김치 역사를 연구하는 것이 다인 줄 아는 일부 사람이 연구소를 대표한다고 방송에 나와서 발생한 문제다. 

우리 김치의 역사는 중국 한자책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삶에서 찾아야 한다. 진실과 과학을 모르고 우리 음식을 이야기하면서 근거를 중국 책에서 찾으려고 발상하는 사람들이 이런 막대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 것이다.

김치의 핵심재료는 고추이다. 고추의 역사가 왜곡됐으니 김치의 역사도 당연히 왜곡된 것이다. 김치는 우리 조상들이 양념을 만들어 먹지 않았다면 절대 발견될 수 없는 음식이다. 세계 모든 음식의 발달은 의도된 노력과 우연한 발견에 의해 탄생된다.

음식의 발달 방향은 1)어떻게 하면 먹을 수 있고 2)어떻게 하면 목에 잘 넘어가고 맛있게 먹느냐, 그리고 3)어떻게 하면 나중에도 먹을 수 있느냐가 세계 음식 발달의 핵심이다. 우리 김치는 먹을 게 별로 없어 채소를 상하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한 우리 조상들의 의도된 수많은 노력이다. 그 의도된 노력의 결과로 양념을 만들어 무쳐서 먹은 것이다.

이후에 무슨 쉰내와 같은 냄새는 나기는 나는데 버리기 아까워 먹어보니 배탈이 안 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우연한 발견이다. 이것이 발효이다. 고추가 발효에 핵심역할을 한다. 이렇게 김치가 탄생한 것이지 중국 책에서 나오는 파오차이에 고추를 넣으면 맛있는 김치가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지금 김치를 먹는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는데 우리가 김치 원조가 아니면 어디인가? 언론이나 정부도 이번 중국의 김치 원조 논란에 좀 더 상식적이고 과학적으로 냉정하게 대처하자. 김치의 발효라는 가치를 망각하고 절임채소나 현대김치를 운운하는 자들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냉철하게 따져보고 대처해야 한다. 김치는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미국, 유럽, 중국에서도 한국의 김치로 불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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