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도매시장 개혁은 외식업계의 핵심이익”
“공영도매시장 개혁은 외식업계의 핵심이익”
  • 박현군 기자
  • 승인 2021.02.2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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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계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장
지난해 11월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김장철을 맞아 각 배추 농가에서 실어온 배추를 하역하는 작업이 분주하다.사진=국민소통실 제공
지난해 11월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김장철을 맞아 각 배추 농가에서 실어온 배추를 하역하는 작업이 분주하다.사진=국민소통실 제공

외식산업의 핵심역량은 음식의 품질과 가격이다. 음식의 품질 확보는 양질의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하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이 때문에 중소 외식업체들은 산지와 직거래를 통해 품질·가격을 관리하는 외식 대기업의 경쟁력을 넘기 어렵다. 최근 농수산물 도매유통구조 개혁 논의가 외식업계의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주목받고 있다. 본지는 농수산물 유통개혁의 선구자 노계호 지사장을 통해 농수산물 유통의 개혁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농수산물 중앙도매시장에 도매상인들의 산지 직거래 제도를 도입하면 전국 중소 외식업소들이 필요로 하는 양질의 식재료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제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계호 지사장의 말이다.

노계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장. 사진=박현군 기자 foodnews@

현행 농수산물 유통구조는 지난 1985년 가락시장 개장 시부터 시행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에 따라 농어민들이 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공영도매시장)에서 경매 방식을 통해 도매상에게 물건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당시 위탁상의 매점매석과 가격 후려치기, 대금 미정산 등 잘못된 관행으로 인한 농어민과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35년이 지나 유통환경이 변하고 4차산업 시대가 된 지금은 이 제도가 오히려 농수산물 유통을 경직시켜 도매시장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외식업계를 포함한 최종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농수산물 공영도매시장 개혁해야
노계호 지사장은 “현재의 공영 도매시장의 경매제도는 거래 공개화를 통해 과거 위탁상들의 잘못된 관행을 해결했지만 그 자체로 가격 급등락·거래시간 증가·유통물류비용 증가, 시설투자 및 유지비 증가라는 단점이 존재하는 제도”라며 “현재 서구 모든 나라가 직거래 도매상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영도매시장의 경매제도는 산지에서 수송 → 하차 → 선별 → 진열 → 경매 → 중도매인 점포 이송 → 소매상 판매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도매상의 산지 직거래와 비교하면 물류비· 인건비· 이중 수수료와 유통마진 등으로 인해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의 농수산물 유통시장은 정부의 도매시장 건설 확대 정책으로 도매시장 외의 유통경로는 많지 않았다. 따라서 경매제도의 단점과 유통비용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농수산물 시장이 개방되고, 도매시장 외 유통기업들과 경쟁하면서 경매제의 이중 유통비용, 불안정한 공급이 외식업계와 동네슈퍼 등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되기 시작했다. 

노계호 지사장은 “농수산물 유통시장이 개방되면서 까르푸·월마트·홈플러스 등 외국계 대형할인점이 진출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마트·롯데마트 등이 출점했다. 대형 유통기업들과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산지 직거래를 통해 양질의 식재료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확보해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반면 산지와 직거래를 하기에는 거래규모가 작은 자영업자들은 공영도매시장의 유통물류비용, 불안정한 공급 등 위험부담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유통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대형유통업체·이커머스업체는 4차산업 기술, e풀필먼트(물류 일괄대행서비스), 온라인을 통한 소비자와의 직거래 비중을 늘려가고 있지만 공영도매시장의 유통비용을 감내해야 하는 동네슈퍼와 영세 외식업자는 비대면 거래를 통한 이윤 추구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강서 농산물도매시장 전경.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강서 농산물도매시장 전경. 사진=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 제공

공영도매시장 바뀌면 외식업계에 도움 돼
노계호 지사장은 “유통산업은 사회·경제상황에 따라 진화·발전되는 시류산업이다. 공영도매시장이 농어민과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스스로 존재가치를 가지려면 거래제도의 경직성을 타파하고 시류에 따라 능동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영도매시장 개혁의 지향점에 대해서는 “전국 영세 자영업자들도 유통 대기업·글로벌 외식기업과도 경쟁할 수 있도록 도매시장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농수산물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들의 고용을 안정화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정부·지자체의 세금을 투입해 운영하는 공영도매시장이 반드시 수행해야 할 임무라는 것이다.

공영도매시장이 유통을 효율화하고, 대기업 수준의 품질·가격 경쟁력을 갖춘 농수산물을 안정적으로 제공한다면 동네 슈퍼들은 이마트·쿠팡·GS25 등과 영세 외식업자는 VIPS·자연별곡 등 대형 외식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공영도매시장이 유통환경 변화와 4차 산업시대 변화에 발맞춰 스스로를 혁신해 나갈 수 있는 도매시장으로 재탄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 지사장은 “도매시장 유통 주체들이 서로 지혜를 모으고, 도매시장 밖의 대형 유통업체·이커머스 업체와 경쟁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생산자단체·자영업자가 연계, 상생 발전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도매시장 경매제도, 가격 급등락·거래시간 증가 등 단점 존재
경매제 과도한 유통비용 외식업계·영세 자영업자에게 전가
시장도매인제도 도입… 거래규모 작아도 산지 직거래 가능

시장도매인, 도매시장법인 변화 이끌 것
노계호 지사장은 공영도매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스스로 변화의 동력을 심기 위한 방안으로 시장도매인제도의 전면  도입을 제시했다.

농안법은 공영도매시장에서 경매를 진행하는 도매시장법인과 농수산물을 낙찰받아 소매상들에게 판매하는 중도매인 체제로 규정하고 일부 예외품목을 제외하고는 도매시장법인을 거치지 않는 산지 직거래를 금지시켜왔다. 그러나 2000년 농안법을 개정해 산지와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시장도매인제도를 도입했다.

농안법 체계상으로만 보면 공영도매시장의 구조는 산지 → 도매시장법인(경매) → 중도매인 → 소매상 구조와 산지 → 시장도매인(수의매매) → 소매상으로 구분돼 있다. 그러나 실제 시장도매인 제도가 도입된 곳은 전국에서 서울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뿐이다.

강서농산물도매시장을 이용하는 생산·출하자는 상품을 도매시장법인을 통해 경매로 거래할 수도 있고 시장도매인을 통해 직거래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거래는 도매시장을 관리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강서지사)가 투명하게 지도·감독하고 있다. 

노계호 지사장은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서 시장도매인 제도를 운영해 본 결과 직거래를 통한 유통구조 개선 뿐만 아니라 기존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이 스스로 변화·발전의 길을 고민하도록 자극함으로써 시장의 발전과 변화의 동력원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의 직거래를 허용해 경쟁하도록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시장도매인제도가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포함해 전국 공영도매시장에 활력과 혁신을 불어 넣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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