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우리 문화 담긴 고유의 발효음식… 절임채소와 달라”
“김치는 우리 문화 담긴 고유의 발효음식… 절임채소와 달라”
  • 이동은 기자
  • 승인 2021.03.20 0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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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한림원, ‘김치 종주국 진실 논란’ 주제 콜로키엄 개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19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서초구 aT센터 세계로룸에서 ‘김치 종주국 진실 논란’을 주제로 한림콜로키엄을 개최했다. 한림콜로키엄 참석자들이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이동은 기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19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서초구 aT센터 세계로룸에서 ‘김치 종주국 진실 논란’을 주제로 한림콜로키엄을 개최했다. 한림콜로키엄 참석자들이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이동은 기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한민구, 이하 한림원)은 19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서초구 aT센터 세계로룸에서 ‘김치 종주국 진실 논란’을 주제로 한림콜로키엄을 개최했다.

강순아 호서대 교수가 사회를 맡아 진행한 이번 콜로키엄은 최근 논란이 된 중국의 김치 종주국 주장과 관련 식품학적 발생 과정에서 김치 탄생의 단계를 정리하고 과학적으로 논란에 대처하고자 마련됐다.

주제발표는 △공만식 동반문화대 교수의 ‘한국 불교사찰의 김치와 장의 물질, 정신문화’ △김태영 ㈜한산 에프엔지 식품연구소장의 ‘김치 기원 연구 논문에 대한 고찰’ △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박사의 ‘김치 종주국 논란에 대한 과학적 접근’ 순으로 진행됐다. 주제발표 이후에는 박건영 차의과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참석자들과 질의응답 및 토론 시간을 가졌다.

이날 콜로키엄에서 발표된 내용을 소개한다.

 

한국 불교사찰의 김치와 장의 물질, 정신문화

△공만식 동반문화대 교수

한국 불교 사찰의 김치와 장은 불교가 전래된 삼국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한국 음식문화의 기저음식으로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불교 사찰의 김치와 장은 해당사찰의 불교수행자만의 음식이 아니라 모든 백성과 함께 하는 음식이었다.

남원 실상사 장고(醬庫) 유적이나 삼척 흥천리사지 장고의 모습은 통일신라기 불교 사찰에서 장이 대규모로 만들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속리산 법주사 석옹의 모습에서는 김치도 불교 사찰에서 대규모로 만들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대 한국사회에서 불교 사찰은 한국인의 기저음식인 김치와 장을 대규모로 조직적으로 생산, 소비하던 선도적인 집단이었으며 이러한 물적 기반에 근거해 명절 축일의 행사와 국가 재산시의 구휼사업의 시설로서의 역할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치와 장에 관련된 문헌자료가 부족한 이전 시대와 달리 조선시대는 부족하나마 당시 조선 일반사회와 불교상가의 음식교류 혹은 음식을 통한 제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문헌들이 존재한다. 『목은시고(牧隱詩藁)』 권21, ‘곡주의 산갓김치를 얻어 사례하다’라는 시나 이세구의 문집 『양와집』의 ‘암자의 스님이 산갓김치를 보내오다’라는 시를 보면 산갓김치가 등장한다. 조선시대 산갓김치는 불교음식이 일반사회에 전파돼 사찰음식이 일반사회와 공유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불교 사찰의 일반적 음식인 김치와 장은 궁핍한 조선 사찰의 경제적 탈출구이자 불교음식이 사대부가와 관계 맺는 한 방식이 됐다.

정시한의 『산중일기』를 통해 경제적으로 더 궁핍한 조선 산중사찰의 음식생활 면모를 볼 수 있다. 김치와 장은 필요불가결한 음식으로 매일 밥상에 올려지고 있으며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메밀과 콩으로 만든 국수와 두부, 비지 등 사찰의 특별식으로서 불교 사찰의 국수, 두부 문화가 여전함을 볼 수 있다.

 


 

김치 기원 연구 논문에 대한 고찰

△김태영 ㈜한산 에프엔지 식품연구소장

김치의 기원을 다룬 논문을 살펴보면 김치의 기원을 사대주의 역사관에 따른 ‘중국전파론’, 백제 김치문화와 중국산동지역 저채문화의 뿌리가 동일하다는 ‘역전파론’, 문화상대주의를 바탕으로 고대부터 각문명권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했다는 ‘자생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음식학 논문이 그렇듯 과학적인 근거가 없고 설을 주장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김치는 우리 민족의 생존 속에 이어져 내려 온 음식으로 전통적인 한국의 맛이 담긴 발효문화로 이해해야 한다. 김치류의 정의는 ‘배추와 무, 그 밖의 채소류를 소금에 절였다가 고추 등 향신료와 젓갈 등을 첨가해 숙성시킨 야채 발효식품’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유 음식이다. 김치를 중국의 파오차이나 일본의 츠케모노, 독일의 사우어크라우트 등 채소절임과 비교하면 역사가 왜곡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파오차이는 대부분 초절임이 많고 소금만 넣어 절임한 음식으로 우리나라의 김치와는 재료, 양념, 젖산발효 등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김치는 각종 양념에 의해 자연발효된 젖산발효 음식으로 중국의 파오차이, 일본의 기무치보다 한 단계 더 발효돼 유산균 함량이 10~100배 이상 많다.

김치는 우리나라 각 지역마다의 자연환경과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 그 지역의 특별한 문화에 따라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특성 있는 가치문화로 발전해왔다. 김치가 담고 있는 자연성이란 그 재료와 만드는 방식·발효를 통한 숙성 섭취의 향미와 소화 등 모든 단계가 자연의 조화와 맥을 같이 한다.

앞으로는 역사적·인문학적·과학적 접근을 통해 김치의 우수성과 우리의 풍부한 문화를 앞세워 김치를 세계화하고 국가 홍보 및 음식관광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김치의 역사에 대한 잘못된 통설을 과학적 검증을 통해 바로 잡고 올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김치 종주국 논란에 대한 과학적 접근

△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박사

중국이 파오차이를 김치의 원조라고 주장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김치의 핵심재료인 고추의 잘못된 역사 왜곡 때문이다. 고추의 역사가 왜곡됐으니 김치의 역사도 당연히 왜곡된 것이다. 역사나 언어의 유래를 모르는 사람들이 아무런 과학적 근거 없이 ‘고추는 임진왜란 이후에 들어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임진왜란 전 고문헌에 김치나 고추장을 나타내는 글자는 수없이 많다. 이를 놓고 그들은 잘못된 전제를 고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임진왜란 전 고문헌에 나오는 김치는 지금의 김치와 다른 백김치라고 단정하고 합리화했다. 고대 김치는 백김치로 절임류인 중국의 파오차이, 일본의 츠케모노, 독일의 사우어크라우트 등과 비슷해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전래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임진왜란 이후 고추가 들어와 고춧가루를 넣은 현대 김치로 발전했고 현대 김치는 중국의 파오차이와 다르니 김치 종주국은 한국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김치를 말도 안 되는 ‘고대 김치’와 ‘현대 김치’로 나눠 ‘고대 김치는 중국이 원조라고 해도 할 수 없고 현대 김치만이 우리나라가 원조다’라는 주장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 김치의 역사는 중국 한자 책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삶에서 찾아야 한다. 진실과 과학을 모르고 우리 음식을 이야기하면서 근거를 중국 책에서 찾으려는 것은 잘못된 한자 사대주의의 폐해다. 김치는 절임류(절임채소)가 아니다. 우리 조상들이 양념을 만들어 먹지 않았다면 절대 발견될 수 없는 음식이다. 김치는 우리 고유의 발효 음식이자 김치류로 정의해야 한다. 세계 모든 음식의 발달은 의도된 노력과 우연한 발견에 의해 이뤄진다. 음식 발달의 핵심은 첫째 어떻게 하면 먹을 수 있느냐, 둘째 어떻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느냐, 셋째 어떻게 하면 나중에도 먹을 수 있느냐다. 김치는 채소를 상하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한 우리 조상들의 의도된 수많은 노력이다. 그 의도된 노력의 결과로 양념을 만들어 무쳐서 먹은 것이다.

이번 김치 종주국 논란에 좀 더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김치의 발효라는 가치를 망각하고 절임채소나 현대김치를 운운하는 이들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냉철하게 따져보고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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