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를 대변하는 신조어 ‘가안비’
코로나19 시대를 대변하는 신조어 ‘가안비’
  • 전길희 前 중앙대학교 산업교육원 교수
  • 승인 2021.03.2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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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에 유행하는 용어들을 보면 단어의 첫 자를 딴 준말을 신조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나는 신조어를 처음 접했을 때 무슨 의미인지 몰라 그 글의 전문을 다 읽어야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조어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유행하면서 간단히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현상이란 말을 들었을 때도 나는 그 설명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서서히 익숙해 지면서 신조어가 등장하면 그 말과 뜻을 내 머릿속에 담아두고 노트에 기록해 두기도 한다. 

내가 제일 먼저 들었던 신조어는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쏜다’는 말이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무슨 의미인지 몰라 내심 ‘배운 어른들이 점잖지 못하게 저런 무서운 말을 하나? 총을 쏜다는거야 뭐야?’하며 거부감을 가졌던 생각이 난다. 아니 지금도 간혹 ‘쪽 팔린다’는 말을 사용하는 어른들을 볼 때면 제발 저런 말은 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딘지 모르게 듣는 나에게는 품위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새는 이런 말들을 별 생각 없이 들어주는때도 많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자주 듣는 신조어 ‘확찐자’, ‘돌밥’, ‘혼밥’ 또는 ‘아바라(아이스 바닐라 라테의 준말)’ 같은 간단한 말들은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된다. 하지만 요새 주로 사용하는 사자성어 같은 준말은 기억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몇 년간 너무 지겹게 들어 온 ‘내로남불’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 말을 유명한 사자성어로 오해했었다. 지금은 사자성어 같은 신조어가 하루가 멀다고 쏟아져 나오니 기억은 고사하고 기록하는 것조차 포기할 때도 있다. 며칠 전에 ‘입삐말바(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한다)’, ‘공로민불(공공이 하면 로맨스 민간이 하면 불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같은 이상한 신조어를 들었을 때는 순간 내 머릿속이 꽉 막혀 버리는 기분이었다. 

신조어의 등장은 하나의 시대적 현상이니 어찌하랴만 외식업계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시대가 되고 건강에 모든 신경을 써야 하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되면서 삶의 가치도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옮겨갔다. 드디어 외식업계도 한동안 사용해 왔던 ‘가성비’라는 용어 대신 ‘가안비’라는 신조어가 그 자리를 메워가고 있다.

가안비란 가격에 비해 얼마나 건강에 안전함을 제공하는가를 뜻하는 신조어란다. 코로나19가 얼마나 무서웠으면 고객들이 본인의 건강과 안전에 대해 이토록 신경 쓰고 있을까? 코로나19 사태 이전은 고객들이 가성비가 좋은 곳을 찾아 다녔지만 이제는 위생적으로 안전한 곳을 찾아 다니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 가안비라는 신조어는 다행히도 외식업계에 큰 도움을 주는 신조어로 등장했다. 업계에 위생의 중요성을 한층 더 각인시키는 계기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식탁과 식탁 사이의 여유 있는 공간 배치, 개개인의 음식상 또는 쟁반 차림 서비스, 공동 수저통 제거와 동시에 개별 수저 사용, 직원들의 철철한 위생 작업 훈련과 수칙 준수 등 다방면에 있어 외식업의 대 발전을 만들어줬다.

신조어는 시대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고 외식업계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코로나19 시대에 등장한 가안비란 신조어가 가성비 위치를 대신하듯이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또 다른 신조어가 가안비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코로나19 시대 이후 등장할 외식업계 신조어는 무엇이 될까? 어떠한 상항이 발생하더라도 항상 외식업의 성공은 고객의 욕구 충족에 의해 그 성패가 이뤄짐을 감안할 때 나는 미래에 나타날 외식업계 신조어를 ‘가만비’라고 예측하고 싶다. 가만비란 가격대비 만족도를 의미하는 준말이다. 가격에 비해 고객의 만족도가 높을수록 고객은 자연히 그 업장을 찾기 마련이고 따라서 그 업장은 성공의 길로 걸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주는 만족도에 관한 화제는 경영자들에게 끝없는 논제 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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