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생태계의 극복 & 통 큰 리더십
막말 생태계의 극복 & 통 큰 리더십
  • 최종문 우양재단 이사장, (전)전주대 교수
  • 승인 2021.08.24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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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큰 인사들의 ‘막말 리더십’ 의 전파력은 진짜 막강하고 그 확산 속도는 빛의 속도처럼 빠르다. 실제로 필자가 본란 칼럼을 통해 막말 리더십의 리세팅 필요성을 언급한 지 겨우 다섯 달 남짓에도 불구하고 (2021.2.22. 식외경 월요논단) 이제는 단순한 리더십 리세팅 단계를 훌쩍 넘어 극도로 찌질하고 쪼잔해진 ‘리더십 생태계’의 문제로 봐야 할 만큼 막말의 범위가 확장되고 그 깊이도 심상찮아 끝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대통령 선거가 눈앞에 닥쳤기 때문일까 막말 리더십의 금속성 마찰음은 더욱 요란하고 시끄럽다. 그리고 그 내용은 더욱 고약하고 포악하고 잔인하다. 정치계뿐 아니다. 경제, 외교, 안보,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의 리더십 생태계가 정의와 공정과는 상관없이 대립과 갈등, 증오와 저주, 술수와 책략으로 시커멓게 오염돼 가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얼굴이 두꺼운 사람, 눈치 빠르고 몸놀림이 잽싼 사람, 목소리 큰 사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끼어들기와 새치기에 능한 사람들의 전성시대다. ‘내로남불’, 위선의 가면이 벗겨질라치면 ‘도둑놈 허접대듯’ 마구 둘러대는 사람들의 쪼잔한 리더십이 펼치는 ‘쇼’ 무대, 그마저 5060년대 극장이나 서커스단의 제2부 ‘그랜드 쇼’ 무대 장면을 방불케 하니 국민은 이래저래 피곤하다. 

쪼잔한 막말 리더십 대신 품격있는 통큰 리더십이 정착되려면 막말 생태계를 극복하려는 국민의 결연한 실천 의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은 ‘오불관언(吾不關焉)’, 꿈쩍도 하지 않는다. 국민마저 네 편 내 편으로 갈라져서 서로 치고받거나 깔아뭉개니 이를 어쩌는가. 

이쯤에서 좌충우돌 논의를 마감하고 한국사와 세계사가 전해주는 세 사람의 예화 인용으로 막말 생태계의 극복과 통 큰 리더십의 정착을 위한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며 글을 맺는다.

먼저 명재상 황희(黃喜, 1363-1452.고려/조선). 그가 길을 가는데 어떤 한 사람이 절뚝이며 힘겹게 걷고 있었다. 그것을 본 어느 사람이 ‘저기 절름발이가 지나간다’라고 말했더니 황정승이 이르기를 ‘이 사람 굳이 절름발이라고 할 필요 없잖은가. 한쪽 다리 긴 사람이라면 좋잖아’. 권위주의 왕정 시대의 재상의 말이라고 믿기 어려운 이 한마디는 평생에 남의 단점을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황희정승의 훌륭한 인품의 한 단면으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다음은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세계사적 영웅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1874-1965.영국)과 노벨 문학상 수상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아일랜드). 처칠과 대척점에 있던 버나드 쇼는 자신의 작품 공연 초대권 2장을 편지 동봉으로 처칠에게 보냈다.

“처칠 씨, 초대권 두 장을 보냅니다. 한 장은 귀하의 것이고 다른 한 장은 혹시 당신에게 아직도 친구가 남아 있다면 그도 함께 초대하니 꼭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격 모독형 버나드 쇼의 야유였지만 처칠은 눈썹 하나 깜빡이지 않고 답장을 보냈다.

“유감스럽게도 그날 공연엔 선약이 있어 참석이 어렵소이다. 만에 일, 혹시라도 공연이 다시 있게 되면 다시 한번 더 알려주십시오. 그때는 꼭 가겠습니다.”

친구 떨어지고 정적이 늘어난 처칠에 대한 버나드 쇼의 풍자류 정중한 야유나 당신 작품의 재공연은 언감생심 1회 공연으로 끝이리라는 처칠의 웅숭깊은 대응 모두 멋지다. 

리더십 생태계의 보정(補正)과 정화(淨化)에 의한 통 큰 리더십의 꿈, 위 세 사람의 예화에서 보듯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멀지도 않다. 아주 가까이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황희처럼, 버나드 쇼나 처칠처럼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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