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식품품질인증제도와 전통식품명인제도
전통식품품질인증제도와 전통식품명인제도
  • 신정규 전주대학교 한식조리학과 교수, 장수식품클러스터사업단장
  • 승인 2021.09.23 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은 ‘가업(家業)’ 이라는 개념이 잘 정착돼 집안 대대로 전통 전수가 잘 이어지고 있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시간을 내어 일본에서 오랫동안 가업을 이어 산업성까지 갖추고 있는 식품 관련 가게들을 들러 본 적이 있다. 짧게는 100년부터 길게는 300여 년 이상 가업을 이어 유지하고 있는 가게들이었고 품목도 다양해서 가쓰오부시만을 만들어 온 가게, 콩으로만 수십 가지의 상품을 만들어 파는 가게, 두부를 만드는 가게, 이쑤시개만 만들어 오는 가게 등 식품 관련 분야의 다양한 업종에 분포돼 있었다.

이런 가게들을 둘러보면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본질이었다. 전통성이 있는 오래된 기업들은 가업을 이어오면서도 대대로 이어온 가업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곳에 눈을 돌리지 않고 꾸준하게 지속하고 있었다. 가게의 이름이 알려지고 사업이 잘돼 확장하더라도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확대를 도모했다. 이러한 본질에 대한 신념이 소비자들의 신뢰와 믿음을 끌어내 지속적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선순환의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전통식품품질인증제도와 전통식품명인제도가 있다. 전통식품품질인증제도는 국내산 농수산물을 주원(재)료로 해 제조·가공·조리된 우수한 전통식품에 대해 정부가 품질을 보증해 생산자의 고품질 제품생산 유도와 우수한 품질의 소비자 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다.

전통식품명인제도는 전통 식품의 제조·가공·조리분야에서 우수한 기능을 보유한 식품명인을 발굴하고 지정해 우리 고유의 전통 식문화를 보전하고 계승해 육성하기 위한 제도다.

전통식품품질인증제도는 지난 1991년에 시작돼 2020년 현재 한과류를 포함한 85개의 대상 품목에 대해 1000여 개의 제품이 지정됐으며 전통식품명인제도는 1994년부터 시작돼 2020년까지 80명이 지정받아 활동하고 있다. 전통식품명인이 지정된 분야는 전통주 26, 장류 13, 김치류 6, 떡·한과류 9, 차류 6, 엿류 7, 기타 13(비빔밥, 식초, 부각, 소고기 육포, 갈비, 식혜 등)이다. 

전통식품품질인증제도와 전통식품명인제도는 모두 우리 식품의 전통성 및 정통성을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본질’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종이다. 특히 전통식품명인은 해당 분야에서 최소 15년 (경우에 따라서는 20년) 이상의 경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또한 단순히 본인의 경력뿐만 아니라 전통의 제법을 원형대로 유지하면서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가업으로 전수받고 있는지, 보호의 가치에 대한 것과 함께 가업으로서의 산업성과 본인의 윤리성도 함께 평가받도록 하고 있다. 까다로운 평가를 통해 식품명인을 지정받은 이후에도 명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덕성과 윤리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분위기나 상황이 일본과는 다르겠지만 우리나라는 가업을 잇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나 책임감이 그리 크지 않아 우수한 상품성과 역사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맥이 끊길 위기를 여러 번 겪고 있는 실정에서 이 두 제도는 우리나라 고유의 식품 제조 방법과 전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다만 두 제도가 운영되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 첫 번째는 전통식품인증 대상 품목이 85개 품목이나 됨에도 불구하고 전통식품명인을 지정받은 분야는 30여 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인증대상품목과 명인지정분야가 모두 일치하지는 않지만 전통식품인증 대상 품목의 해당 기술보유자가 모두 명인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두 제도가 원래 의도한 목적보다는 상업적 목적이 강조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두 제도가 전통식품제조업체와 명인에게 지정을 통해 상품성을 높이고 경제적 지원을 하기 위한 목적이 있지만 전통식품의 계승·발전이라는 원래의 목적보다 상업적 목적이 중요시되면서 순수성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두 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고유 식품의 가치에 대한 소비자 인식 제고와 소비의 확대를 통해 제조업체와 명인들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도움이 돼야 하는데 아직은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식품과 이를 만들기 위한 제조 방법의 계승과 발전, 그리고 명인의 상징성은 중요한 일이다. 전통식품품질인증제도와 명인제도는 이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다. 곧 시행 30년을 앞둔 두 제도에 대한 폭넓은 지원 확대가 우리 고유의 식품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바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