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감각&공감능력의 공공(公共) 리더십
균형감각&공감능력의 공공(公共) 리더십
  • 최종문 우양재단 이사장,(전)전주대 교수
  • 승인 2021.11.05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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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는 잿빛 마고자와 저고리로 잔뜩 멋을 낸 대통령과 제각기 다른 고품격 한복으로 차려입은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로 멋지고 아름다운 정경이 연출됐다. 평상시의 다소 긴장된 표정이 아니라 싱글벙글 모두 밝은 표정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날 국무회의는 적잖은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아냈는데 필자도 그중 하나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날의 한복 국무회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가을 한복문화주간 (11.11.-17)’ 지정을 계기로 한복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이벤트였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청와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결혼식, 돌잔치가 취소되거나 관광객이 줄어 한복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국무위원들이 한복 홍보에 동참하면 업계에도 많은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옛 군복 사또 차림의 의전비서관의 안내로 입장, 국무회의를 주재한 대통령 역시 “한복은 우리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의상으로 세계인으로부터 아름다움과 고유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복문화주간에 방역조치 속에서나마 국민들이 한복의 매력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고 당부했으니(연합뉴스 2021.10.12.) 한복업계를 위한 응원과 격려로서 이 이상 더 확실한 게 또 어디 있을까? 

그에 반해 시곗바늘을 지난 9월 ‘자영업자 극단선택’ 사태 당시로 되돌려보면 당시 정부의 자영업자에 대한 인식과 대응은 위의 한복 국무회의 패션쇼와 정반대, 그야말로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혹여 자영업자에겐 차별대우로 느낄 여지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과 함께 정부 여당의 공공(公共) 리더십에 ‘균형감각’이 부족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 의구심의 근거는 어쩌면 9월 중 자영업자의 극단적 선택 제보 22건에다가 자영업자들의 “살려달라”는 피맺힌 외침에 대한 정부 여당의 대응이 하필이면 극단 선택자 합동분향소 설치에 대한 강압적 제재로(식외경 1099호 2021.9.20.) 나타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균형감각’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감 능력’도 문제다, 자영업자 86%가 ‘거리 두기 완화가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과(식외경 1100호, 2021.10.4.) ‘자영업자 6만 4557가구가 저소득층으로 추락했다’는 한경원의 연구결과(식외경 1101호, 10.18), 그리고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 3월 195.9%였지만 같은 해 12월엔 238.7%까지 상승함에 따라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의 극단적 선택을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는 사실(매일경제 A1면 1단 2021.10.19.), 그 모두가 오늘날 자영업자들이 겪고 있는 최악의 한계상황을 웅변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게다가 소상공인 80만 명을 위한 손실보상금이 1000만 원 미만인데 월평균 임대료는 700만 원이라며 임대료 문제의 근본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니(채널A 2021.10.27) 그야말로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닌가.

물론 정부도 그간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다만 ‘균형감각’과 함께 공공 리더십의 한 축인 ‘공감능력’ 차원의 따스한 배려와 시책을 펼쳤는지에 대한 반성과 고민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자영업자들에게 고급 한복차림 국무위원들의 패션쇼를 겸한 국무회의가 과연 어떤 느낌으로 비칠지 고민했는지도 한 번쯤 성찰해 봐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정부 여당 중심 공공 리더십의 대국민 ‘균형감각’과 ‘공감능력’의 완전 회복을 위한 성찰과 초고속 충전이 시급하게 요청되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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