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에 생각하는 음식점의 김치
김장철에 생각하는 음식점의 김치
  • 김맹진 前 백석예술대 관광학부 교수
  • 승인 2021.11.30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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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이 서구화됐다고 하지만 한국인의 식탁에 밥과 김치가 빠진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해마다 이맘때는 겨우내 먹을 김치를 확보하기 위해 각 가정에서 김장을 하느라 분주하다. 

온 가족이 모여 배추를 다듬고 소금물에 절인다. 무와 갓 등의 채소도 함께 다듬는다. 배추의 속을 채울 양념은 미리 준비해둔 새우젓, 멸치액젓, 청각, 고춧가루, 마늘, 생강 등을 버무려 만든다. 생새우나 갈치, 조기를 넣어 풍부한 맛을 내기도 한다. 이런 작업은 넓은 마당에서 해야 편하다. 재료를 여기저기 놓아두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작업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가족이 함께 살 때는 김장하는 일이 큰일이었다. 가족의 인원에 따라 몇백 포기를 담가야 하는 집안이 수두룩했다. 김장 행사를 준비하고 진두지휘한 주부는 중노동을 마치고 몸져누울 지경이었다. 식구들이 겨우내 반찬 걱정 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다는 뿌듯함으로 다시 일어났으리라.

그러나 요즘은 예전에 비해 가구당 인원도 현저히 줄었고 주거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김장을 많이 해서 저장할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김치 없는 밥상은 생각할 수 없어서 절인 배추를 주문해 김장하는 게 대세가 됐다. 

올해는 배추농사가 잘되지 않아서 도시 주변에서 취미로 주말농장을 하는 도시농부들이 울상이다. 심지어 자기 밭에 배추를 심어 자급자족하는 농민들도 절인 배추를 주문하는 모습을 보았다.

과장이 좀 있다손 치더라도 한국인은 김치 없이는 밥을 못 먹는다. 음식점에 가서도 김치맛으로 음식 맛을 평가할 정도다. 칼국수집의 배추겉절이나 설렁탕집의 잘 익은 깍두기는 칼국수나 설렁탕 못지않게 음식점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다.

음식점에서 내어놓는 김치가 이 집이나 저 집이나 맛이 같은 수입 김치로 대체되고 있다. 원가를 낮추기 위한 방안이겠으나 김치맛에 민감한 한국인의 입맛을 만족시키기에는 헛헛하기 짝이 없다.

김치는 한식의 기본 반찬이다. 음식점에서 좋은 음식을 차려놓고 정작 김치가 맛이 없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거나 타박 맞는 사례가 늘지 않을까 걱정된다. 더욱이 외국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해 경험하는 한식의 김치가 수입김치라면 어떻겠는가? 자국민도 꺼리는 김치를 외국인에게 선보이는 것은 우리 음식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게 뻔하다.

여러 번 경험하다 보니 음식점 김치는 색깔만 보아도 수입 김치라는 걸 금세 알 수 있게 됐다. 마지못해 한두 젓가락 집지만 맛이 있어서 먹는 건 아니다. 김치가 맛이 없을 땐 제아무리 진수성찬이라도 밥맛이 떨어진다. 소찬이라도 김치가 맛있는 음식점은 다음에 다시 가고 싶기도 하다.

음식점에서 직접 김치를 담그려면 일손과 공간 등이 더 필요하다. 인건비와 월세, 수도광열비 등이 증가할 것이다. 좋은 재료를 쓰게 되면 그에 따른 식재료비도 더 늘어날 것이다. 직접 담그는 김치의 장점을 알면서도 비용을 줄여야 하는 음식점 경영자로서는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고객은 그 음식점만의 특징적인 김치를 원한다. 양념이 골고루 들어간 싱싱하거나 잘 익은, 맛있는 김치를 먹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음식점의 메뉴와 잘 어울리는 맛의 김치를 맞춤형으로 담가서 공급해주는 김치사업은 어떨까? 외식과 식품 산업의 틈새시장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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