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식품산업 육성 정책방향
농림부 식품산업 육성 정책방향
  • 김병조
  • 승인 2007.01.1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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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부가 식품산업 주무부처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장관이 직접 식품산업 육성을 농림부 정책의 핵심이라고 천명한데 이어 산업육성을 위한 정책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올 10월 정기국회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식품산업육성법’이 제정되면 2007년은 그야말로 식품산업 육성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농림부의 식품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방향과 추진대책 등을 정리해 소개한다.
김병조 편집위원

1. 현황과 문제점

■ 식품산업의 정의

식품산업은 먹거리의 가공, 제조, 보관, 운송, 조리 및 소비단계에서 이뤄지는 제반 경제활동을 말한다. 원료의 생산과 유통이 농림수산업이라면 원료 농수산물을 이용한 최종 소비재(식품제조업, 외식산업), 중간재(식자재 산업), 자본재(식품기계, 포장재 산업), 서비스(식품유통업) 등을 포괄하는 것이 식품산업이다.

■ 식품산업의 현황

식품산업의 매출액은 2004년 기준 약 109조원으로 추정된다(통계청 발표). 외식산업 48조3690억원, 식품제조업 47조9810억원, 식자재업 12조5000억원 등이다. 농업생산액이 37조289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식품산업 규모는 농업의 3배 규모에 이른다. 그리고 농업과 식품산업을 합한 농식품산업 규모는 146조원이 넘는다.

■ 정책추진체계

식품과 관련 있는 법령은 최대 27개에 이르나 식품산업 육성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법령은 약 15개 수준이다. 농림부가 농산물가공산업육성법, 농산물품질관리법, 농안법, 낙농진흥법, 축산법, 양곡관리법, 인삼산업법, 축산물소비촉진법 등을 관리하고 있고, 해양수산부가 수산물품질관리법, 기르는어업육성법, 수산업법을 관리하고 있으며, 산업자원부가 대외무역법, 염관리법을 관장하고 있고, 교육부가 학교급식법을 다루고 있다.
소관부처는 식품의 종류나 생산, 유통단계별로 다양하나, 부처별 업무비중에 따라 산업육성에 대한 관심도는 상이하다. 보건복지부는 식품 안전과 위생의 규제 중심, 산업자원부는 첨단기술, 기간산업 육성 위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프랜차이즈 산업 지원정책을 추진중에 있다.

■ 문제점

식품산업 전반의 육성을 위한 법령 부재 및 소관부처 다원화로 인한 체계적인 육성정책 추진이 어렵다. 식품위생 및 안전 등 규제위주의 정책이 주로 추진되고 산업육성 정책은 미미하다.
식품산업내 분야별 산업특성을 반영한 육성정책도 미흡하다. 식품제조업과 외식산업, 식자재업, 식품유통업, 전통식품산업, 전통주산업, 유기가공식품산업, 건강기능식품산업 등 분야별 정책이 미비한 상황이다. 특히 식재료 공급과 제조ㆍ가공, 유통, 외식산업간 연계 시스템이 매우 부족하다.
또 업계 전반이 영세해 위생적으로 취약하고 경쟁력이 미약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건전한 식생활의 장려 및 고유한 식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 추진도 결여돼 있다. 서구식 식생활의 확산 등 소비패턴 변화로 우리 농식품의 소비 감소 및 고유한 식품화를 상실해 가고 있고 우리 음식문화의 글로벌화도 미흡한 현실이다.


2. 정책 추진방향

■ 비전 및 추진방향

농림부는 ‘농업성장을 이끄는 고도화된 식품경제체제 구축’을 식품산업 육성의 비전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른 정책 추진방향은 식품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함으로써 농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따라서 농림부의 정책 대상이 지금까지는 농업인과 생산자단체에 국한됐지만 앞으로는 식품외식 관련 대기업 및 중소기업을 포함할 계획이다. 정책의 범위도 전통가속식품에서 일반가공식품, 외식산업 및 전처리 등 식자재산업까지 확대한다.
투자방향은 기존의 생산시설 조성 등을 위한 재정지원에서 규격화, 정보화, 인증제도 등 사후관리 제도에 집중 투자할 것이다. 제도개선에 있어서는 규제 및 품질제도 개발 위주에서 제도간 차별화를 유도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될 것이다.

■ 정책과제

(1) 식품산업 발전 인프라 구축

식품산업 육성 관련 법령을 정비하겠다. 식품제조, 외식, 식자재산업을 포괄하는 (가칭)식품산업육성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통식품산업, 전통주산업, 유기가공식품산업 등을 특화하고 농식품 관련 다양한 제도의 통합을 추진한다.

또 관련 정보와 통계의 생산 및 공급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D/B화 해서 접근성을 높이며, 이의 일환으로 2007년에는 식품산업 현황조사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초ㆍ상업화 기술을 개발, 보급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의 효율적인 연계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2) 식품산업 경쟁력 강화

고품질의 농식품 생산ㆍ공급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06년부터 HACCP 획득을 위한 시설투자비 융자지원 등 식품제조업체 위생시설 현대화를 지원하고 있다. 또 2006년 6월부터 경영, 기술, 위생 등을 포함하는 종합 컨설팅, 사이버상담센터(www.foodcenter.or.kr)를 운영중에 있다.
아울러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수직ㆍ수평 계열화를 위해 공동 브랜드 개발과 공동마케팅 등을 유도하고 있다. 또 식품유통의 효율화를 기하기 위해 규격 표준화 및 인증제도 개선, IT, 물류, 마케팅 분야 등의 첨단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 강화

우리농산물 가공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영개선과 브랜드 파워, 수출 지원 등을 강화하며, 우리농산물 가공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계약재배, 지역네트워크 및 클러스터 형성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전통가공식품과 전통음식의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전통음식의 개발과 발굴 등을 통해 외식산업으로 발전시키며, 2007년에는 전통외식 인프라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수직ㆍ수평 계열화 등 연계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함으로써 농업생산자와 식품제조자, 판매자간 효율적인 연결 구조를 만들어 나간다.

■ 우리음식과 식문화의 세계

웰빙건강식품, 슬로우푸드로서의 우리음식의 우수성을 적극 홍보하고 외국인 대상 체험기회 확대 프로그램을 실시해 우리음식의 해외 홍보 및 마케팅을 강화한다.

또 해외 한식당의 네트워크 구축 및 인증제를 통해 고급화를 유도해 우리 식문화 전파의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외 한식당의 경쟁력을 제고 할 것이다.

우리음식 전문교육기관을 육성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전문 요리사를 양성하고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아울러 전통음식을 발굴, 개발하는 한편 한국풍 인테리어 등 음식 관련 서비스 개발 및 우리음식 관련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3. 추진대책

■ (가칭)식품산업육성법 제정 방향

식품산업육성법 제정의 목적은 식품산업 육성을 통해 농식품의 부가가치와 식품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식품의 품질향상을 도모해 농업 및 식품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소비자보호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다.

이 법을 통해 산지가공산업 및 전통식품의 육성과 더불어 식품제조업, 외식산업, 식재료산업에 대한 시설ㆍ경영지원, 원료농산물 구매자금 지원 등의 근거를 마련한다.

또 식품산업의 전반적인 기반 강화를 위해 기술개발지원, 전문인력 양성, 통계 등 정보화기반 구축, 규격화, 인증획득 등을 지원하고, 소비자에 대한 농식품 영양정보 제공, 식생활지침 개발 보급, 식생활 교육, 우리 음식문화의 해외진출 등의 추진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 식품산업육성법 주요 내용

식품산업육성법은 식품산업 육성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과 식품산업육성심의회 설치를 위한 근거를 마련한다.

또 식품제조업의 육성을 위해 식품의 생산ㆍ개발, 시설현대화, 경영개선, 원료농산물 구매 등 자금지원을 규정한다. 외식ㆍ식재료 산업 육성을 위해 농산물생산자와 외식ㆍ식재료 업계와의 계약생산 등의 장려, 원료구입, 시설 개보수 및 경영개선 등에 필요한 자금지원 내용도 담는다.
식품의 가공, 처리, 포장, 가공기계, 신소재, 자원절약 및 환경오염절감 등에 관한 기술개발과 권리화, 산업화에 대한 시책수립 및 자금지원 계획도 포함된다.

또 식품제조, 품질관리, 유통 및 경영 등에 대한 전문인력 양성 지원과 식품산업 통계 작성 및 관리에 대한 근거와 전통식품품질인증, 유기가공식품인증, 한국산업규격 등의 인증에 필요한 기술지도와 정보제공 등의 내용도 담긴다.

이와 함께 농식품의 영양분석 및 영양정보 제공, 식생활 교육, 표준식단ㆍ식생활지침 등의 개발 보급과 우리음식 및 식문화의 해외진출 지원에 관한 사항도 식품산업육성법에 규정할 계획이다.

■ 식품산업 관련 119조 투융자 추가사업 계획(안)

▶ 기본방향

2004년 2월에 수립돼 추진 중인 농업ㆍ농촌종합대책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왔던 농식품 정책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것이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농업ㆍ농촌기본법’을 ‘식품ㆍ농업ㆍ농촌기본법’으로 개정하는 것을 추진한다.

▶ 식품산업 클러스터 조성

식품관련 업계의 연계강화를 위한 공동 활용시설, 연구개발 및 공동 마케팅 지원을 통해 식품산업 발전기반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토지매입비, 공동활용시설(세미나, 전시실 등), 연구개발시설(연구시설, 연구장비 등), 저온저장시설, 물류시설 등의 조성을 지원하고 연구개발비와 공동마케팅비 등을 지원한다.

▶ 식자재 물류 효율화

식품의 원료단계인 전처리 농산물의 표준규격화를 통해 효율적인 식자재 물류체계 구축 및 식자재 물류단계에서의 안전성 확보로 소비자 신뢰도를 제고하겠다.

이같은 계획에 따라 전처리 농산물 등 식자재 표준화 개발 및 표준화 관련 시설, 기자재 등을 지원하고 전처리 농산물 등 식자재의 보관과 운송, 저장단계에서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시설 및 기자재를 지원한다.

▶ 식품산업 컨설팅 센터 설립ㆍ운영

식품업체의 HACCP, ISO, KS, 품질인증 등 국내외 품질인증 획득을 지원하고, 안전한 식품의 생산, 운영, 판매, 위생, 환경, 수출, 경영 등 전반에 관한 종합 컨설팅을 수행한다.

▶ 식품산업의 원료공급 안정화

영세 가공업체, 대규모 식품업체, 외식업체 및 단체급식업체간 위탁생산, 계약거래 체계 구축, 운영을 통해 영세업체의 판매애로를 해소하고 안정적인 생산 공급기반을 구축한다. 이를 위해 생산자 및 가공업체간 상설협의기구를 설치해 계약거래 알선, 활성화 유도 및 정기적인 협의회를 개최토록 한다. 또 중소기업과 대기업 정보를 D/B화 해서 상호 제공토록 한다.

▶ 식품산업 정보화 인프라 구축

식품의 안정적인 수급과 산업발전, 해외진출의 기반이 되는 식품관련 통계자료, 해외정보 제공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다.

▶ 전통식품 지역 브랜드 육성

지역별 특색 있는 전통식품 브랜드를 육성해 우리 농식품의 경쟁력 강화 및 농가소득 증대를 도모한다. 지리적 표시 등록품과 같은 시군 단위 지역 공동 전통식품 브랜드를 개발 육성하고 이미 사용중인 농축산물 브랜드를 통합해 지역 전통 브랜드로 육성한다. 이를 위해 전시, 시식, 판매, 체험, 홍보 등의 시설 및 기자재를 지원한다.

▶ 건전한 식품화 보급사업

우리 농식품을 활용한 식생활 지침 등의 개발ㆍ보급 및 식문화의 우수성 홍보를 통해 건전한 식문화를 도모한다. 한국형 식생활 지침 및 표준식단 개발, 건전한 식문화 정착을 위한 캠페인 전개, 전통식문화 홍보ㆍ체험 행사를 추진한다.

▶ 가공식품업계ㆍ외식업계 경영지원

식품제조 및 외식업계의 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융자 지원한다. 계약거래 등의 원료구매, 생산ㆍ보관ㆍ저장ㆍ유통ㆍ위생 등에 필요한 시설 및 기자재 투자, 신제품개발 등의 연구, 농식품 수출 등 해외진출 등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한다.

4. 향후 계획

▶ 식품산업 육성업무 추진체계 정비

추진전담 T/F를 구성해 관련 조직 및 인력확충 등 추진체계를 정비한다. T/F 구성시에는 관련 업계, 학계, 단체 등의 참여를 유도한다. 또 식품산업육성 정책자문단을 구성해 활용한다.

▶ 식품분야 119조 투융자사업 추가 협의

농림부 119조 투융자사업중 식품분야 사업을 대상으로 관련 협의회를 통해 의견수렴을 하고 조정한다.

▶ 식품산업육성법 제정 및 식품산업 발전 중장기 비전 제시

2007년 상반기중 전문가 협의회,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법안 초안을 마련하고, 하반기에 국회 제출을 목표로 추진한다. 농림부에서 2005년 9월에 마련한 식품산업종합대책을 바탕으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범정부 차원의 식품산업 중장기 발전종합대책을 수립한다.
▶ 황수철 박사 (사)농정연구센타
■ 전문가 의견

기본방향 공감, 실현 여부가 중요
조직개편ㆍ법령통합 등 범정부 차원 합의 필요
예산확보 및 농림부의 획기적인 조직개편도 있어야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농림부에서 식품산업 육성을 표방하고 나선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로 환영할 만하다. 필자는 십수 년 전부터 농정의 대상이 농업으로부터 식품, 농촌개발 등의 영역으로 확대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식료(food)의 안정적 공급이 농정의 주요목표 가운데 하나라면 식료공급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식품산업부문은 농정의 주요대상으로 포괄돼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의 식생활에서 식품산업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농수산업에 비해 국민의 최종소비(음식비지출)에 대한 기여도가 한층 더 크다. 특히, 국민의 식생활이 가공식품과 외식 중심으로 바뀌면서 식품산업부문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는 과제는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중요한 정책과제가 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식품산업은 사실상 정책영역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왔으며, 건전한 발전을 위한 육성지원보다 규제의 대상으로만 치부돼 온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국내농업부문의 주요 판로이자 고용창출의 장으로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등 식품산업이 갖는 국민경제적 중요성은 사실상 무시돼왔다. 이러한 상황은 분명 바뀌어야 한다. 국민이 요구하는 안전한 식료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농정의 주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식품산업과 농업의 동반 성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농정이 전개돼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농림부가 식품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자 하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다.

이번 구상에서 제시된 농림부의 식품산업정책은 매우 포괄적이며, 하나하나 매우 중요한 정책과제들을 담고 있어 세간의 상당한 기대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식품산업 발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 식품산업의 경쟁력 강화,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 강화, 우리음식의 세계화 등 4대 정책과제의 설정도 기본적으로는 타당한 방향이다. 문제는 자못 의욕적으로 제시된 다양한 정책의 실현 여부다. 농림부의 구상이 구체적인 시책으로 전개되기까지는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난제가 적지 않다. 몇 가지만 제시해 보자.

우선, 범정부 차원의 합의를 거쳐 농림부가 식품산업의 실질적 주무부처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 식품제조업, 외식산업, 식자재산업, 식품기계 및 포장재 산업, 식품유통업 등을 포괄하는 식품산업을 주관하려면 정부조직의 개편, 관련법령의 통합 재정비 등이 뒤따라야 하며, 이는 범정부 차원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몇 년 전 농림부의 식품산업육성법 제정 추진이 무산된 전례가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농림부로서는 내실 있는 식품산업육성법 제정을 위한 준비에 착수하고, 소비자, 납세자, 농민, 각계 전문가 등 광범위한 관련 주체를 포함한 투명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이 자리를 통해 식품산업 육성의 확고한 의지와 치밀한 계획에 관한 동의 등 사회적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

둘째, 예산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식품산업의 육성을 위한 신규예산이 확보되지 못하면 구상은 자칫 공염불에 그칠지도 모른다. 만일 신규예산 확보 없이 119조 투융자계획의 재조정을 통해 식품산업부문에 대한 지원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농민단체 등 기존 농업부문 이해당사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어려움이 뒤따른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식품산업과 농업과의 관계 설정이다. 식품산업정책과 농업정책이 상충적 관계가 아니라 양 산업부문간 상호 긴밀한 연계를 통해 상생 가능하다는 점이 분명하게 제시돼야 한다. 즉, 식품산업과 농업의 연계 강화를 통해 양 부문의 상생적 발전이 가능하도록 하는 윈윈전략이 모색돼야 한다.

셋째, 농림부 내부조직의 획기적 개편이 추진돼야 한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현재의 농림조직으로 식품산업정책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외부의 의구심이 완전히 불식되지는 못하고 있다. 식품산업정책을 담당할 수 있는 농림부 내부의 조직 편제가 갖춰지지 못한 상태에서는 관계부처간 협의를 통한 식품산업 주무부처로 거듭나기도 어렵다.

농업농촌기본법의 식품농업농촌기본법으로의 개정을 통해 농림부의 기능 전환이 분명하게 제시되고, 관련 추진체계를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한 가지 식품농업농촌기본법으로의 개정에 관련해 강조하고 싶은 바는, 이 기본법이 종래의 농업농촌기본법처럼 선언법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현행 2002년 농업법이나 유럽연합의 어젠다 2000, 그리고 일본의 식료농업농촌기본법처럼 실질적인 농정지침의 역할을 담당하는 동시에 여건 변화에 비춰 정책방향이나 과제, 소요예산 등의 탄력성이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구체적인 정책의 구상에 앞서 식품산업부문에 관한 체계적이고 엄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에는 여러 장르가 있다. 인프라 정비 등에 관련한 산업기반정책, 산업간 자원배분에 정부가 개입하는 산업구조정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업간 합병의 추진이나 시장구조의 재편에 정부가 개입하는 산업조직정책 등이 있으며, 그밖에도 경쟁정책이나 사회적 규제 등이 있다.

식품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구상하려면 우선 대상이 되는 산업의 현황과 문제에 대한 엄밀한 진단을 거쳐 어떤 정책적 대응이 바람직할지 올바로 판단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 우리는 식품산업에 관해 아는 바가 많지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우선 해결돼야 할 과제인지 정확히 판단할 기초자료 조차 거의 없다.

식품산업은 지금부터 해독해야 할 거대한 블랙박스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식품산업이라는 거대한 블랙박스를 해독하는 일이다. 통계 등 기초자료 정비부터 시작해 식품산업을 구성하는 주요 산업(식품제조업, 식품유통업, 외식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핵심과제를 도출해내고, 그를 바탕으로 식품산업 발전의 중장기 로드맵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식품산업 육성에 관련한 매우 다양한 시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제시하기 보다는 엄밀한 검토를 바탕으로 순차적, 체계적으로 해결해가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길이다.

다섯째, 식품산업정책에 있어서 중요한 또 다른 점은 정부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정부는 시장원리를 존중하고 식품산업 구성주체간의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여건 조성을 중시해야 한다. 불공정거래의 시정 등 시장교섭력의 불평등을 개선하고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 및 관련정보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 등이 정부의 주요역할이다. 특히, 중소영세기업이 대다수인 식품산업분야에 있어서는 금융, 세제분야의 공적 지원조치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관점이 중요하다.

식품산업정책, 특히 육성정책은 정부로서는 다소 생소한 영역이다. 그 동안 이렇다 할 육성정책의 경험이 없었으며, 이 분야에 관한 연구도 일천하다. 기초자료나 연구축적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단편적 정보에 기초한 시책화를 서두르게 되면 자칫 졸속으로 흘러 사회적 비효율만 초래할 수도 있다. 사실 지금까지 식품산업은 정부의 적극적 개입 없이도 소비자의 욕구, 시장의 신호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는 점을 올바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정부로서는 장기적 안목에서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가는 여유를 가지고 각계의 지혜를 모아 식품산업 전반의 발전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 이정희 교수(중앙대 산업경제과)
농림부, 소비자 정책 강화해야
과도한 규제개선, 국내 농축산물의 수요 증대 절실


1. 식품산업정책의 주요 과제

식품산업 발전을 위해서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들은 무엇인가.

첫째, 내수 중심의 시장구조 극복이 필요하다. 우리 식품산업은 국내 제조업 생산의 1/5를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으로서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나 아직도 내수 중심으로 운영되며 성장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로 인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해외시장 개척에도 미흡했다. 이제 글로벌 시대를 맞아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데 강도 높은 업계의 노력과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둘째, 비합리적이고 과도한 규제를 개선해 식품산업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는 식품산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에 보다 과학적 근거에 의한 규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식품유통에 적용되고 있는 규제인 유통기한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의 유통기한제도는 유통기한이 지나도 섭취 또는 다른 용도로의 전환이 가능하나 산업폐기물로 취급되어 자원낭비를 유발하고 있다. 선진국은 식품의 특성에 따라 유통기한(sell by), 사용기한(used by), 최적품질기한(best before)으로 모두 적용 가능하다.

셋째, 식품산업의 국제적 경쟁력 제고를 위한 연구개발을 보다 강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 식품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30~6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
져 있다. 특히 유통관련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전처리와 포장 및 운송과 관련된 기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식품산업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식품의 생산 및 유통에 있어서의 R&D에 대한 투자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개별 기업들의 노력이 요구되지만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넷째, 식품산업의 통계자료의 정비 및 DB구축이 필요하다. 식품산업의 현황을 분석하는데 필수적인 통계자료 부족으로 연구 및 정책 수립에 어려움이 크다. 각 부처별로 각각의 목적에 따라 식품산업 통계를 작성하고 있고, 식품산업의 품목분류 기준도 통계자료마다 상이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식약청에서 작성하는 식품제조업 통계에서 축산식품 통계(농림부 소관)자료가 빠져 있어 식품산업 전체 통계로 활용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다섯째, 식품유통의 안전성체계 구축을 위한 정부와 업계 모두의 노력이 더욱 요구된다. 식품 안전성에 있어서도 특히 식품 유통 안전성이 크게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콜드체인 시스템의 확대와 HACCP의 강화, 생산이력제 구축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식품유통업계에서는 자체적인 강화된 안전관리를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생산자와 협력관계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식품유통의 안전성체계 구축을 위한 기반조성에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는 국민에게 안전한 식품을 제공할 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시대의 우리 식품산업 경쟁력을 높이는데 필요한 것이다.

여섯째, 국내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를 통해 식품생산을 위한 원료의 조달이 용이하도록 함으로써 국내 농축산물의 수요 증대를 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웰빙 수요의 증대와 함께 식품의 고급화가 확산되며 원료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식품의 고급화 트렌드는 국산 원료의 수요 증대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기회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국산 원료의 우수성에 대한 인식확산과 함께 국산 원료가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는 공급체계의 조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국산 농축산물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이러한 결과로서 국산 농축산물이 원료로 사용된 식품을 선호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산 농축산물의 품질향상과 안전성 확보를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국산 농축산물을 이용하는 식품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국산 농축산물을 이용하는 외식업체에 인증제를 도입해 홍보를 해주고 상금을 지급하거나 세금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앞에서 제시한 것처럼 국산 농축산물의 원활한 공급을 위한 유통환경 조성은 필수적이다.

2. 식품 관리부처의 개선에 대한 제언

원료로 사용되는 농수축산물 생산과 유기적 관계의 특성을 갖는 식품에 관한 업무는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농림부가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농림부가 지금까지 생산위주의 정책에 익숙해 있어서 소비자의 안전과 국민건강 및 식품산업의 구조조정, 시장의 효율성 증대와 농축산물의 수요창출과 확대 등을 포괄하는 식품정책을 제대로 펼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많다. 특히 생산기능이 주도하는 식품관리정책에서 우려되는 것은 식품의 안전과 관련해 소비자와 유통업자, 생산자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객관성과 합리성의 기준 위에서 종합적으로 다루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제 식품산업정책은 식품 안전사고에 따른 여론추이에 의한 단기적인 대책보다는 중장기적인 종합적 발전대책이 포함돼야 한다. 중장기적인 측면에서의 식품산업정책은 앞으로 농림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농림부가 식품산업정책을 주관하기 위해서는 농림부의 역할 개선과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 농림부는 생산자 위주의 정책에서 소비자 정책을 포함하고 강화하는 정책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국민에게 안전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식품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식품의 종합적 관리ㆍ운영의 역량이 강화되면 명실 공히 식품의 종합적인 행정관리 조직으로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농림부의 소비자를 포함하는 정책으로의 변화는 농산물을 포함한 식품의 소비자 수요의 변화에 부응하는 생산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면에서 식품산업의 발전뿐만 아니라 국내 농업의 경쟁력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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