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가 이룬 명인 지정… 유네스코 무형문화재 등재 목표
4대가 이룬 명인 지정… 유네스코 무형문화재 등재 목표
  • 강수원 기자
  • 승인 2022.01.1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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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터뷰] 고화순 나물 명인
나물의 가치를 알고 사업에 뛰어든 고화순 명인은 국산 나물류 전문 식자재기업 ‘하늘농가’를 운영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자체적으로 HMR 연구소를 설립해 나물 HMR 제품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지난달 7일 농림축산식품부는 ‘하늘농가’ 고화순 대표의 고사리 나물이 가진 정통성과 전통성, 보존 가치성을 인정하고 2021 대한민국식품명인으로 지정했다. 국내 최초 나물 명인이다. 사진=이경섭

 

지난달 7일 국내 최초 나물 명인이 탄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하늘농가’ 고화순 대표의 고사리 나물이 가진 정통성과 전통성, 보존 가치성을 인정하고 2021 대한민국식품명인으로 지정했다. 고화순 대표의 명인 지정은 예부터 일상에서 즐겨 먹었던 나물의 보존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깊다. 어릴 적 보고 익혔던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나물사업에 뛰어든 고화순 명인은 더 좋은 품질의 나물을 복원하기 위해 교육을 받던 중 명인의 꿈을 갖게 됐다. 명인의 꿈을 이룬 지금, 이제는 나물의 세계화라는 새로운 꿈을 위해 달려가겠다는 고화순 명인을 만나봤다. 사진=이경섭 실장

△2021 식품명인 지정을 축하드린다. 소감은?
=우리 가족이 4대에 걸쳐 다룬 고사리로 명인을 지정받아 기쁘다. 외할머니와 어머니를 거쳐 나와 내 딸에 이르기까지 고사리는 100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집안의 소중한 수입원 역할을 했다. 아울러 명인이 되기까지 도움을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사실 명인이 되면 마냥 기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막중한 책임이 생겨 어깨가 무겁다. 우리 나물을 잘 보존하고 전승해야 할 의무감이 든다.

지난달 7일 농림축산식품부가 2021 대한민국식품명인 3명을 신규지정하고 지정서 수여식을 열었다. 식품명인 지정서 수여식에 참석한 김현수 장관(왼쪽)과 고화순 명인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하늘농가 제공
지난달 7일 농림축산식품부가 2021 대한민국식품명인 3명을 신규지정하고 지정서 수여식을 열었다. 식품명인 지정서 수여식에 참석한 김현수 장관(왼쪽)과 고화순 명인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나물 명인은 최초 지정이다. 전통 고사리나물을 복원해 고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고사리 나물에 대한 기록은 「증보산림경제」, 「고사신서」, 「규합총서」 등 23개 문헌에 수록돼 있고 나는 그중 1450년에 편찬된 「산가요록」에 나온 방법으로 원형 복원했다.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고사리 뜯는 법, 삶는 법, 잘 말리는 법, 묵은 냄새를 제거하고 식감을 좋게 하는 법, 나물의 깊은 맛을 살리는 법 등을 배웠기 때문에 고증문헌에 기록된 고사리 나물을 복원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정통성 부문에서 평생 고사리를 캐온 외할머니의 증빙자료를 수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기록은 문서화되거나 기록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할머니와 함께 활동하셨던 분들을 수소문해 찾으면서 입증해 나갔다. 많은 분들이 이미 돌아가시거나 글을 몰라 과정에서 어려움은 있었으나 참 의미있는 작업이었다. 

△ 나물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우리집안 고사리 역사는 100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외할머니에게 고사리는 매서운 겨울을 지낼 수 있는 식량이자 소중한 수입원이었다. 할머니는 평생 생활비를 위해 고사리를 캐 팔았고 나물을 말려 저장해 겨울식량으로도 활용했다. 나 또한 어릴적 외할머니 손에 자라면서 함께 고사리를 캤고 어머니의 도라지 농사를 도왔기에 나물은 우리집에서 항상 중요한 존재였다.

그러나 내가 본격적으로 나물의 가치를 알고 사업에 뛰어든 건 어머니가 농사지은 도라지, 고사리 등 나물을 팔기 위해 발 벗고 나서면서부터다. 1995년 우리나라가 WTO에 가입해 수입농산물이 들어오면서 농사를 짓던 부모님이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식재료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던 터라 어머니가 학교 급식에 농산물을 납품할 수 있도록 영업을 뛰었고 학생들이 나물을 더 많이 먹을 수 있도록 도라지 강정 등 나물 메뉴를 제안하다 직접 상품화에 도전한 게 인연의 시작이다.

나물의 가치를 알고 사업에 뛰어든 고화순 명인은 국산 나물류 전문 식자재기업 ‘하늘농가’를 운영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자체적으로 HMR 연구소를 설립해 나물 HMR 제품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나물의 가치를 알고 사업에 뛰어든 고화순 명인은 국산 나물류 전문 식자재기업 ‘하늘농가’를 운영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자체적으로 HMR 연구소를 설립해 나물 HMR 제품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사진=이경섭

△가업을 이으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그리고 현재 딸들도 함께 일하고 있는 데 감회는? 
=유통회사에 OEM 형태로 나물을 납품한 적이 있다. 그곳이 잘될수록 우리 나물도 많이 팔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남동생에게 고향에서 부모님과 함께 나물농사를 짓도록 권유하며 사업 규모를 늘려 가던 차에 갑자기 다른 대형 식품업체와 손을 잡고 우리와 계약을 파기했다. 그때 자체적으로 브랜드를 가져야겠다고 다짐하고 2003년에 ‘하늘농가’를 만들었다. 

이후에도 어려움은 계속됐다. 학교급식에 식자재를 공급할 때 학부모들이 인지도가 있는 대형 식품 브랜드를 선호하다 보니 계약이 안된 적이 많았다. 그러나 급식은 특성상 갑작스러운 메뉴 변경, 식자재 추가 주문 등 대형회사들이 들어 줄 수 없는 주문들이 많은데 이러한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함으로써 경쟁에서 이기고 고객층을 넓혔다. 

또 ‘하늘농가’를 설립한 뒤에도 한동안 직원을 따로 고용할 처지가 되지 않아 영업부터 자금관리, 생산, 마케팅, 공장설립, 회계, 법령 등을 모두 알아서 처리해야 했다. 지금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딸이 ‘하늘농가’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고 있다. 엄마의 뜻을 이어주는 두 딸에게 고마울 뿐이다. 

최근에는 우리 식탁에서 나물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점이 고민이다. 나물은 한식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음식임에도 아이들은 나물을 잘 먹지 않고 젊은 사람들도 채소를 샐러드류로 즐기는 등 일상에서 점점 멀어지는 점이 안타깝다. 따라서 ‘하늘농가’는 시장 다각화를 위해  2016년부터 자체적으로 HMR 연구소를 설립해 나물 HMR 제품을 계속 개발했다. 현재는 전자레인지에만 데워도 먹을 수 있는 렌지쿡 형태로 국내시장 뿐아니라 미국으로까지 수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학교급식이 중단되면서 ‘하늘농가’ 역시 피해가 컸지만 가공식품 개발로 홈쇼핑 온라인몰 등에서 가정간편식 시장을 선점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4대째 100여 년 동안 고사리와 함께 해… 우리 나물 전승 의무감 들어

외할머니와 함께 활동했던 분들 수소문해 정통성 증빙자료 수집

나물 수출시장 더욱 확대… 우리의 우수한 나물 문화 가치 알릴 계획

△‘하늘농가’ 제품이 수출도 많이 하고 있는데 수출시장 개척에 어려운 점은? 
=경험삼아 나갔던 aT 해외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에서 운이 좋아 미국 H마트와 계약을 체결한 적이 있는데 수출 내부시스템이 아직 갖춰지지 않을 때라 국내 원물가격이 폭등하자마자 거래를 끊을 수 밖에 없었다. 안타까웠지만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얻는다고 느끼고 그때부터 수출준비에 나서고 재정비해 현재 다시 미국 H마트에 냉동나물, 렌지쿡 나물반찬까지 수출하고 있다. 이외에도 캐나다, 뉴질랜드, 홍콩 등에도 수출한다. 지난해 수출액은 3억 원을 넘겼다.

△명인이 되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
=2020년 명인지정에 한 번 탈락한 적이 있다. 나물 사업을 하고 있고 어릴 때부터 다양한 나물을 접해오다 보니 누구보다 자신있다는 생각으로 9가지 묵나물로 명인 신청을 했다. 그러나 9가지 나물의 전통성과 정통성을 입증한다는 게 쉬운일이 아니었다. 자신감이 있던 상태여서 실망도 더  컸다. 심기일전하고 다음 해에는 가장 자신있는 고사리 나물 한가지에 집중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재에 등재하고 싶다고 밝혔는데.
=처음 명인의 꿈을 꿨을 때 그저 높은 산이라고만 생각했다. 나는 엄마의 역할도, 아내의 역할도, 한 회사의 경영자 역할도 해야 했다.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고 더 좋은 나물을 찾고 만들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노력해  결실을 맺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재 또한 지금은 어려워 보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먼저 나물 수출시장을 더욱 확대해 우리가 가진 우수한 나물 문화의 가치를 알리는 활동에 나서고 싶다. 이후 나물의 세계화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재에 등재되는 게 대한민국 나물 명인으로서 갖게 된 나의 두 번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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