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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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맹진 前 백석예술대학교 관광학부 교수
  • 승인 2022.01.1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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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남긴 ‘멸공’이라는 단어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대선을 코앞에 둔 민감한 시기에 발생한 일이어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하나인 인스타그램에 그룹 계열사의 상품을 비롯해 경쟁사를 벤치마킹하는 활동 등 사업과 관련한 사진과 영상을 게시해왔다. 그 외에도 자녀들이나 애견과 함께 보내는 일상, 골프와 프로야구, 요리하는 모습 등을 올렸다. 

인스타그램은 일정 연령 이상만 되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으나 기업인이 공개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노출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더구나 유명 재벌 기업인의 일상을 들여다 보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어선지 정 부회장의 팔로워는 75만 명이 넘는다. 

그런 그가 얼마전 ‘멸공’이라는 단어에 해시태그를 달아 올려 주목을 받고 있다. ‘멸공’은 곧바로 정치적으로 해석됐다. 공산주의의 멸망이라는 뜻을 가진 멸망의 대상이 중국 공산당이냐 북한 공산주의 정권이냐 아니면 특정 극우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빨갱이냐는 논란이 일었고 일부 정치인들이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가 이마트에서 멸공을 암시하는 멸치와 콩을 구매하는 장면을 노출시키고 급기야 달걀과 파까지 등장했다. 야권 정치인들의 유사 퍼포먼스가 뒤를 이었다. 이들은 유명 재벌가의 기업인이 일으킨 파장을 더욱 확대해 경쟁상대 정치집단을 조롱하고 지지세력이 결집하는 효과를 노렸음직하다.

우리 국민은 한 때 반공을 국시로 하는 시대를 살았다. 1961년 박정희를 중심으로 한 군인들이 쿠테타를 일으키며 혁명공약으로 내세운 첫째 주장이 반공이었다. 북한 공산주의에 반대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후 반공은 국민 일상에 더욱 뚜렷이 각인됐다. 반공은 여기저기 깃발로 나부끼고 동네 담벼락과 창고의 벽, 심지어 길가의 전봇대에도 새겨졌다. 반공은 군사독재 체제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 반공은 승공통일, 멸공통일로 발전해 사람들이 모이는 곳마다 구호로 제창됐다. 군복무 시절에 멸공구호라는 것을 지겹도록 외쳐댔던 기억이 있다.

이제 공산주의는 냉전체제의 종식과 함께 한낱 쇠퇴한 이데올로기의 잔재로 남았다. 지구상에 몇 남지 않은 공산국가와도 상생과 협력을 도모해야 할 때에 공산주의를 멸망시키자는 주장은 뜬금없다.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단어를 사용하는 지배주주의 언어는 그것 자체가 해당 기업의 위험이다.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이 중국측의 오해를 불러온다면 이미 중국시장에 진출한 신세계그룹으로선 막대한 역효과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벌써 SNS에는 신세계와 이마트 계열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가의 언행과 일거수일투족이 쉽게 노출되는 시대다. 기업 대주주의 반사회적, 비윤리적 행위뿐만 아니라 작은 실수 하나에도 기업이 존폐의 위기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이 오너 리스크다. 기업의 오너와 경영자는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투자자와 주주, 종업원, 거래처, 소속 공동체가 불안하지 않게 해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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