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2021년 7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상황에서 외식업계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자 서울 내 주요 지역 상권(강남, 을지로)을 찾아 업계의 실상을 들여다봤었다. 그리고 2022년 6월 1년 남짓한 시간이 흐른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되고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외식경기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이에 현재 업계의 상황은 어떤지 영업하기 가장 힘들었던 지난해를 되돌아보면서 현재의 모습을 살펴봤다. 이를 위해 본지는 지난 10일과 11일 지난해 가봤던 서울 주요 상권을 다시 찾았다.
활기 되찾은 노가리골목… “자리가 없어요”
을지로 상권, 노가리골목 활기 되찾아… 평일에도 점심시간 이후부터 만석
6월 10일 오후 7시쯤 찾은 을지로 노가리골목은 금요일 퇴근시간 이후인 만큼 많은 인파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특히 ‘만선호프’와 ‘뮌헨호프’가 모여 있는 메인 골목은 아직 이른 저녁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점포 밖에 펼쳐놓은 간이 테이블에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너 나 할 것 없이 맥주잔을 기울이며 금요일 저녁 야장(夜場)을 즐기고 있었다.
각 점포의 종업원들은 양손에 간이 테이블과 의자를 들고 구석구석에 자리를 더 만들기 위해 분주했다. 약 1년 전인 지난해 7월과 상당히 대조되는 광경이었다.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됐던 당시 노가리골목은 몇몇 손님을 제외하고는 빈 테이블과 의자만 놓인 채 썰렁한 모습이었다. 점포마다 손님이 80% 이상 급감해 아예 매장 문을 닫거나 옥외영업을 중단한 곳들도 있었다.
그러나 다시 찾은 노가리골목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메인 골목을 비롯한 노가리골목 일대는 줄지어 늘어선 테이블로 발 디딜 틈 없었고 함께 간 지인과의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왁자지껄했다. 특히 노가리골목을 찾은 이들의 대다수가 마스크를 하지 않고 자유롭게 거리를 지나다니는 모습이 1년 전 방문 때와 크게 다른 모습이었다.
노가리골목 일대 호프집에서 근무 중인 종업원 A씨는 “요즘처럼 손님이 많은 모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인 것 같다”며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사적모임·시간제한이 풀린 이후부터 손님이 큰 폭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점심시간 이후부터 바깥 자리가 꽉 찬다. 체감상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도 손님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노가리골목을 찾은 직장인 B씨는 “노가리골목은 저렴한 가격에 간단한 안주와 술을 즐길 수 있어서 퇴근 후 지인들과 자주 찾는 곳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시간제한과 감염 우려 때문에 오지 않았다”며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부터 다시 찾아 야장을 즐기고 있다. 노가리골목이 다시 생기를 찾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시 찾은 노가리골목에서 또 하나 눈에 띈 점은 메인 골목 초입에 걸린 현수막과 서명운동 부스다. 현수막에는 ‘건물주 만선호프는 을지OB베어와 상생하라’, ‘을지OB베어, 노가리골목의 첫 불을 밝힌 곳’, ‘을지로 노가리골목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모두의 것’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현수막이 걸린 곳은 과거 을지OB베어가 영업하던 점포 앞이었다. 을지OB베어는 1980년부터 42년간 노가리골목을 지켜온 노포였다. 그러나 2018년부터 이어진 건물주(만선호프)와의 갈등 끝에 지난 4월 21일 강제 철거됐다. 이후 을지OB베어 공동대책위원회는 ‘을지OB베어를 되찾기 위한 현장문화제’를 열고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버스킹 형태의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만선호프 측은 문화제에 맞서 서울중앙지법에 을지OB베어를 상대로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며 조만간 법원 결정이 나올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돌아온 젊음의 거리… “대기 시간만 30분이 넘어요”
강남 상권, 주점·고깃집 중심으로 손님 몰려… 저녁시간 대기줄 계속 이어져
지난 10일 강남역 먹자골목은 주점과 고깃집을 중심으로 손님들이 북적였다. 대부분 데이트하는 젊은이들과 퇴근 후 모임을 갖는 직장인들이었다.
지난 4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고 5월 2일에는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도 완화됐지만 강남역 먹자골목을 찾은 사람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3~4명의 일행과 함께 약속 시간을 지키려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면 팬데믹이 오기 전 거리 모습이라고 말해도 믿을 만큼 거리는 인파들로 차 있었다. 이날은 저녁 시간부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어서 사람들이 우산을 들고 다녔다. 모임을 하기에는 좋지 않은 날이었음에도 많은 이들이 거리에 몰렸다.
오후 7시쯤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는 한식주점에 입장하려고 30여 명이 줄을 서고 있었다. 대기 시간 30분은 기본이었다. 대기 번호도 없었다. 손님이 나오면 바로 그 자리에 앉으면 된다.
긴 대기 줄을 보고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도 있었다. 대기 줄은 오후 8시가 되도록 좀처럼 줄지 않았고 맞은편 삼겹살집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10여 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맥줏집 직원은 대기 시간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손님이 언제 나올지 모른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대략적인 시간도 말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먹자골목 상가에 있는 해장국집은 지난해와 달리 일흔여섯 살의 C사장이 혼자서 영업하고 있었다. C사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저녁 7시에서 9시까지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했지만 올해 그만두게 했다”며 “인건비가 2~3만 원씩 올라 아르바이트비만 12만 원을 지출해야 한다. 월급제로 한다면 300만 원은 줘야 일할 사람이 있는데 도저히 엄두가 안 났다”고 하소연 했다.
또한 “올해 구정때 메뉴가격을 1000원씩 올렸는데 지금처럼 식재료가 폭등한 요즘 또 가격 인상을 할 수 없어서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을 때 강남역 먹자골목은 찾은 손님들이 확 늘었었다. 그러나 오래 가지 못했다. 2월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자 얼마 안 가 발길이 끊어졌다.
매장에는 손님 2명이 해장국을 놓고 반주하고 있었다. 거리두기 해제로 손님이 늘었냐는 질문에 C사장은 “조금 늘었지만 우리 매장 메뉴는 젊은 손님들이 좋아하는 게 아니라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중장년층이 2차로 들리는 가게라서 시간이 더 지나야 된다”고 말했다.
현재 C사장의 최대 고민은 소비자 물가 상승과 가격이 오르고 있는 식재료, 조미료 같은 공산품 때문에 매출이 늘어도 이익은 안 난다는 것이다.
C사장은 “식재료를 고정적으로 납품해 주는 업체에 가격이 비싸다는 말도 못 꺼낸다”며 “그러면 대뜸 싼 곳에서 시키라며 으름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밥값, 커피값은 다 오르는 데 월급은 그대로다”며 “가벼워진 지갑 때문에 지금 오는 손님도 끊어질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