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는 빅스텝… 자영업자 ‘이자 폭탄’
물가 잡는 빅스텝… 자영업자 ‘이자 폭탄’
  • 이동은 기자 lde@, 김종훈 기자
  • 승인 2022.07.15 1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영업자 대출 960조 원… 대출이자 일순간 3조2000억 원↑
그래픽=정태권 기자 mana@

한국은행(총재 이창용, 이하 한은)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결국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선택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지난 1999년 기준금리 도입 이후 첫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이다. 지난 4월과 5월 각각 0.25%포인트씩 올린데 이어 한 달 만에 추가 인상을 단행한 첫 3연속 인상 결정이다.

한은의 빅스텝은 치솟는 물가와 한미 금리 역전을 잡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6%로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약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달 14일~15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0.75%포인트(자이언트 스텝) 인상했다. 또한 이달 중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한은도 이에 맞춰 향후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0.25%포인트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한은의 이번 금리 인상 조치로 가장 먼저 부담이 커질 계층은 자영업자다. 지난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60조 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은 올해 3월말 960조7000억 원으로 코로나19 사태 발생 직전인 2019년 12월말 대비 40.3%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09조2000억 원이었다. 금융안정보고서는 자영업자·소상공인 금융지원 종료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하고 손실보전금 지급 효과도 소멸되는 2023년부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채무상환 위험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장혜영 의원실(정의당)이 지난 4월 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6조40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70.2%로 추정한 결과다.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연간 이자액은 단숨에 3조2000억 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8월(0.50%→0.75%)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이번 2.25%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총 1.75%포인트를 인상했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 연간 이자액은 12개월간 총 11조2000억 원 늘어나게 됐다. 

장혜영 의원은 “자영업자들은 평균적으로 가처분소득에 비해 세 배가 넘는 부채를 지고 있을 뿐 아니라 대출 잔액 기준 70%가 다중채무인 상황이다. 현재는 일부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고 있지만 상환이 시작되면 부담이 크게 증가해 자영업자는 물론 국민경제 전체에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 할 때 정부는 재정지출을 통해 자영업자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짊어진 손실을 조속히 보상하고 자영업자 부채를 관리하는 별도 기구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 6%,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

장혜영 의원, “자영업자 대출 잔액 기준 70% 다중채무 상황”

경기 군포시에서 명태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매출이 조금 나아지나 싶었더니 끝을 모르고 오르는 식재료비 때문에 인건비와 관리비를 제외하면 정작 남는 돈은 코로나19 사태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며 “여기에 지난해 8월부터 대출금리까지 올라 더 이상은 운영 비용을 감당해 낼 자신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경기 군포시에서 명태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도 9월이면 종료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출이자만 계속 늘어나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눈앞이 깜깜하다. 올 하반기에는 가게를 내놓는 방법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정태권 기자 mana@

소상공인을 포함한 기업 이자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조치로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 규모가 약 3조9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대기업은 1조1000억 원, 중소기업은 2조8000억 원의 대출이자가 증가할 것”이라며 “그동안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에 익숙해진 기업들이 아직 코로나 충격에서 회복하지 못한 채로 기업 대출금리가 인상될 경우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 역시 지난 13일 논평을 내고 우려를 표했다. 중기중앙회는 “6월 말 기준 전체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931조 원이고 이 중 개인사업자 대출이 437조 원에 달한다”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된다면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처럼 건실한 중소기업도 외부요인에 의한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고 이는 실물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시중은행들이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중소기업에 과도하게 불리한 대출 조건을 적용하지 않도록 금융원의 자금공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적극적인 금융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하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이자 상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6%에 달했다”며 “연말까지 2.75%나 3% 금리 수준을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만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주요 선진국들의 금리 조정이나 유가 등 여러 요인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올해 한은 금통위는 오는 8월 25일, 10월 11일, 11월 24일 등 총 3차례가 남았다.이동은 기자 lde@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