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를 위한’, ‘실버에 의한’ 외식업
실버를 위한’, ‘실버에 의한’ 외식업
  • 김병조
  • 승인 2007.01.18 0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필자는 지난해 ‘실버 마케팅을 준비할 때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바 있다. 앞으로 10~20년 정도 지나면 실버세대가 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인구 분포가 가장 많은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을 준비하라는 의미에서였다. 말하자면 ‘실버를 위한’ 외식업이 시대적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필자는 나아가 ‘실버에 의한’ 외식업 시대를 열자고 주장하고 싶다. ‘실버를 위한’ 외식업이 실버세대를 주 고객으로 펼치는 마케팅이라면 ‘실버에 의한’ 외식업은 실버세대가 주 인력으로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외식업계가 고령인력을 활용함으로써 업계의 고충도 덜고 고령자 대량 실업사태도 해결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내보자는 주장이다.

외식업 서비스는 당연히 젊은 사람들이 해야 된다는 고정관념에 젖어 있는 외식업 경영주들은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고정관념을 깨고 역발상을 할 때가 됐다. 젊은 외식업 서비스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다가 젊은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고령 인력을 활용하는 것보다 낫다는 확실한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외식업계의 인력난을 노인 인력으로 해결한 성공적인 사례도 있기에 국내 외식업계도 과감한 사고의 전환을 해볼 충분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일본의 수제버거 브랜드 ‘모스버거’에서는 노인인력 활용에 성공한 경우로 다른 업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예의 바른 태도와 말씨가 몸에 배어있기 때문에 노인종업원은 고객과 충돌을 빚을 우려가 없다는 점이 최대의 장점으로 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시급제로 일하는 젊은층 아르바이트들의 불친절한 서비스 태도와 비교해볼 때 매우 대조적이다.

대체로 외식업계는 심각한 인력난과 더불어 인건비 부담 때문에 시간제 아르바이트 인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도 현실이다. 소속감 결여에 따른 결속력 저하와 서비스의 질적 저하, 그리고 수시로 인력이 바뀌는 고용의 불안정성 등은 결국 업체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본 최고의 외식전문가인 도이 토시오 선생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한때 90%를 웃돌던 패스트푸드 업계의 파트타이머 채용률이 80%로 내려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채용조건에서 연령제한이 55세에서 60세까지로 높아지다가 최근에는 ‘건강에 이상만 없으면 연령은 상관없다’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미 외식업계에서의 노인 인력 채용이 일반화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식업 경영주들 입장에서는 나이 많은 종업원 탓에 젊은 고객의 이탈현상을 우려하겠지만 젊은층이 주 고객인 일본 ‘모스버거’가 노인 서비스 인력 활용에 성공한 것을 보면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닌 듯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더 편하게 느낄지도 모르고, 또 청소년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들 앞에서는 공손한 말투와 태도를 갖게 돼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식사예절을 기르는데도 간접적인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마포구 신촌로에 위치한 ‘아름다운 실버카페 샤이닝’과 경남 진해에 있는 ‘마실터’가 ‘실버를 위한’ ‘실버에 의한’ 외식공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고객도 실버세대고 운영자들도 실버세대인 셈이다. 그러나 이 경우는 지자체들이 노인 일자리 사업의 하나로 운영되는 특수한 경우일 뿐 아직 일반 외식업계에서는 ‘실버를 위한’ 업소도, ‘실버에 의한’ 업소도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의 베이비 붐 세대(현재 나이 44~52세)는 무려 713만 명에 이른다. 그리고 그 중에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은 212만 명으로 전체 직장인 5명 중 한 명꼴이다. 이들이 올해부터 퇴직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실버세대가 된다. 외식업계가 이들을 위한, 그리고 이들을 활용한 마케팅을 준비하고 실행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업계뿐만 아니라 정부도 어떤 지원책들을 내놓을지 정책을 마련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