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한식의 세계화라는 국가발전 프로젝트로 진행중인 ‘식자회담’에서 한식(韓食)대가들의 한식 산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다. K-푸드의 세계적인 인기와는 별개로 한식을 산업 구조화하기 위해서는 인력문제 해결, 고급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식자회담에는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등에 출연하며 젊은 층에게 인기를 얻은 이원일 셰프, 미쉐린 ‘2스타’를 획득한 식당 ‘권숙수’의 권우중 셰프, ‘셰프들의 셰프’라는 별명을 가진 조희숙 셰프 등이 자리했다.
셰프들은 이날 한식 산업화 문제로 인력양성, 기업투자, 정책지원의 문제를 꼽았다. 특히 인력문제를 지적한 조희숙 셰프는 “한식 셰프의 멸종위기가 문제”라면서 “제대로된 인력을 양성하지 못하는 게 한식 산업화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그는 “30~40년 전에 요리할 때도 인력난이 있었는데 지금도 현장에는 사람이 없다”면서 “조리인력 못지 않게 서빙인력 또한 기근”이라고 지적했다.
조희숙 셰프, “제대로된 인력 양성 못해… 서빙인력도 중요”
인력양성, 기업투자, 정책지원 뒷받침 돼야 산업화 성공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식품·외식 분야 중 ‘조리과학·조리계열’ 재학생의 ‘한식 분야 일자리’ 선호도는 23%에 불과했다. 한식당 비즈니스의 낮은 마진율이 한식 선택을 기피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권 셰프는 “한식이 이윤이 박하다보니 정성을 들여도 남는 게 적어 선택지에서 쉽게 제외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성공한 한식셰프가 많이 나와야 인력양성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인력충원을 위해서는 한식에 대한 인식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이날 셰프들의 설명이다. 권우중 셰프는 “투자를 통해 자금이 들어와야 한식의 고급화가 가능한데 현재 한식당에 대한 투자는 멸종됐다”면서 “기업이 체육, 예술 등에 투자를 하는 만큼 셰프를 한명의 창작자로 생각하고 투자하면 한식의 산업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원일 셰프는 정책적 측면을 지적했다. 이 셰프는 “해외 한식당에 대한 지원 정책, 홍보 방법들이 너무 단발적인 지원에만 치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식 산업화 점수 10점 만점에 3점”
식자회담에 출연한 기업인들은 한식 산업화 점수를 10점 만점에 3점으로 매겼다. 김숙진 CJ제일제당 그룹장은 2점, 이명욱 SPC파리크라상 대표이사는 3점,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5점을 매겼다. 이들은 한식 산업화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회차(8월 23일 방영)에 출연한 외국인들 역시 한식의 표기, 재료 수급, 스토리텔링의 부재, 비주얼 등을 지적했다. K-팝, K-문화 등이 한식의 폭발적 인기를 앞당기긴 했지만 한류에 기대는 방식의 마케팅은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측은 “이번 식자회담을 계기로 향후 한식 산업화를 위해 관련 업계 의견을 모으는 창구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 5회에 걸쳐 방송된 식자회담은 SBS 홈페이지 또는 웨이브에서 다시 보기로 시청할 수 있다.